작년 100만명이 가게 접었다… '나 홀로 사장님'의 눈물
1년 전보다 12만명 늘어 역대 최대
4년째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2)씨는 최근 가게를 내놨다. 군대 전역 후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큰맘 먹고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생활비를 빼고 수중에 남는 건 ‘제로(0)’에 가깝다고 한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생들도 한 달에 200만원씩은 들고 가는데, 나는 일주일 내내 매일 10시간 넘게 일해도 그보다 못한 돈이 남는다”며 “막상 가게가 팔리면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했다.
내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사업을 정리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1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전(86만7292명)보다 12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증가폭 역시 조사 이래 가장 크다. 올해도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몰리면서 ‘나 홀로 사장님’들을 중심으로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 7.7% ‘뚝’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가운데 ‘사업 부진’을 사유로 꼽은 이들은 48만2183명으로 전체의 48.9%에 달했다. 2022년에는 40만6225명(46.8%)이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규모나 비중 모든 측면에서 늘었다.
고금리가 장기화한 가운데 소비가 위축되며 자영업자들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연 3.25%에서 연 3.5%로 인상된 후 현재까지 그대로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진 가계의 지갑은 닫혔다. 실제 지난해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에서 폐업이 27만65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21만7821명)과 음식업(15만8279명) 등 내수와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컸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데이터의 ‘1분기 경영 지표’를 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31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2% 감소했다.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54조1000억원으로 2019년 6월 말과 비교해 128조9000억원(39.6%) 늘었다. 매출은 줄고, 빚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70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명 줄었다. 지난 5월(-11만명)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 폭이 10만명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나 홀로 사장인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5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438만7000명)보다 13만4000명 줄었다. 2015년 10월(14만4000명)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폐업해도 앞길 막막... “재취업 연결 절실해”
이처럼 사업을 이어갈 형편이 안 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자 해도, 폐업 이후를 생각하면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자영업자들의 재취업 기회가 워낙 좁은 탓이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실업자 가운데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상반기 월평균 2만5173명이었다. 1년 전의 2만896명보다 20.5% 늘었다. 그만큼 장사를 접고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폐업 이후 아예 일자리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상반기 월평균 26만7721명이었다. 1년 전의 25만2547명보다 6% 늘었다. 특히 나 홀로 사장인 경우 노동시장을 떠나는 비율이 높았다. 올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상반기 월평균 23만6573명으로 1년 전의 21만8531명보다 8.3% 늘었다.
이에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상공인 금융 지원 3종 대책 등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자영업자 살리기에 돌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부터 자영업 비율이 많았던 우리나라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사업장들이 정리되는 건 불가피한 흐름이나, 이들이 폐업 너머를 그리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정부가 대출 지원 등으로 ‘자영업자로 붙들어두기’에 그칠 게 아니라, 적극적인 재교육, 재취업 정책을 통해 여러 일자리로 진출하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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