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소추된 강백신 검사 "범죄 저지른 유력자들이 형사사법 시스템 공격"
탄핵 대상 검사 중 검찰 내부망에 첫 입장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다는 사유로 탄핵 대상이 된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의 형사소추권 집행 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후 탄핵 대상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은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짜고 허위 인터뷰를 대선 직전에 보도하고, 그 대가로 수억원을 주고받은 사건이다. 강 차장검사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배임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도 수사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강 차장검사는 지난 7일 오후 10시48분 <형사소추권의 집행(수사, 기소, 공판)이 기본권 침해적 작용인가?>라는 제목으로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게시했다. 강 차장검사는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현 상황에 대해 “유력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편 범죄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형사사법 시스템을 개악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본권 보호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강 차장검사는 또 “범죄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유력자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파적 입장에서 잘못된 이념을 확대·재생산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며 “형사사법 시스템과 그 담당자들을 공격하고,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제도적 개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강 차장검사는 “최근 검찰의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부패한 권력자를 옹호하면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논리로 ‘수백군데의 압수수색을 통하여 과잉수사를 했다’ ‘전 가족을 상대로 또는 수백명을 상대로 과잉수사를 했다’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다’는 식의 주장이 상투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법하거나 과잉되었다는 주장의 기준이 무엇인지, 검찰 수사가 그 기준을 어떻게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오로지 압수수색 등의 숫자가 많으니 위법하고 과잉이라는 주장만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심지어 그 숫자마저 과장되거나 허위인 경우들이 많다”고도 했다.
이는 작년 9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야권에서 “이 대표 관련 검찰의 압수 수색 횟수는 376회에 이른다”는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는 “이재명 대표 측의 ‘검찰 376회 압수 수색’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며 “경찰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를 무단사용한 혐의로 음식점 100여곳의 매출전표 등을 제출받은 것을 검찰 압수 수색 100여회로, ‘대장동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일당과 백현동, 위례 개발비리 피의자들의 개인비리’,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개인비리’까지 모두 이 대표에 대한 압수 수색에 포함하여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압수 수색 횟수는 총 36회”라고 반박한 바 있다.
강 차장검사는 “이중 첩자에 기망당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이순신을 투옥했던 선조도 정유재란 때 있었던 칠천량 전투 패배 이후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깨닫고 이순신 중용을 통한 해상전력의 정상화로 그나마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추가적인 개악과 권한 남용이 아닌 정상적인 사업시스템으로의 복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지혜가 우리 사회에서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강 차장검사는 탄핵소추안 발의 이전인 지난달 25일에도 검찰 내부망에 게시글을 올리고 “검사에 대한 겁박이자 외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재직할 때 이른바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등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었다. 민주당은 강 차장검사가 대선 개입 여론 조작을 수사할 당시 위법하게 압수 수색을 벌였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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