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양

일곡양주(一斛凉州)뇌물을 주고 벼슬자리를 사다.

太兄 2024. 7. 4. 18:09

고사성어

일곡양주(一斛凉州)뇌물을 주고 벼슬자리를 사다. 
한일.휘곡.서늘량.고을주
 
돈이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 여기에 합당한 말이 귀신도 부린다는 錢可通神(전가통신)이다. 또 있다. 千金不死 百金不刑(천금불사 백금불형)으로 천금을 쓰면 죽을 것을 면하고, 백금을 쓰면 받을 형벌도 면한다는 뜻이다. 중국 武經七書(무경칠서) 중의 尉繚子(울료자, 尉는 벼슬 위, 다리미 울, 繚는 두를 료)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우리에겐 더 쉽게 와 닿는 말이 있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의 절규로 유명해진 有錢無罪 無錢有罪(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죄를 없게도 하고 죽음도 면할 수 있으니 과연 돈이 전능이다. 이보다는 급이 낮을지 모르지만 벼슬을 팔고 사는 데도 어김없이 돈이 등장했다.

포도주 다섯 말을 주고 벼슬자리를 얻었다는 이 성어는 後漢(후한) 말의 孟佗(맹타, 佗는 다를 타)란 사람에게서 유래했다. 곡식 분량을 재는 휘란 뜻의 斛(곡)은 당시 단위로 5말(斗)을 가리켰고 1섬(石)은 2곡이었다고 한다. 凉州(양주)라는 곳의 지방 감찰관인 刺史(자사)자리를 뇌물로 샀다는 이야기다. 
당시는 왕권이 허약한 틈을 타 十常侍(십상시)라 불린 환관들이 조정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맹타는 재산이 많아 십상시 중에서도 우두머리인 張讓(장양)의 종들과 어울리며 자주 선물을 주고 환심을 샀다. 종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물으니 자신에게 절을 한 번 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어느 날 맹타가 장양을 찾았을 때 집 앞에 그를 찾는 수레가 수백 대나 있었다. 그 때 종이 나와 절을 하고 안내하니 빈객들은 맹타가 대단한 사람인줄 알고 그에게도 진귀한 물건을 건넸다. 맹타는 이것을 그대로 올리니 장양은 크게 기뻐하며 마침내 양주자사로 삼았다(佗分以遺讓 讓大喜 遂以佗爲凉州刺史/ 타분이유양 양대희 수이타위량주자사). ‘後漢書(후한서)’의 宦者(환자)열전에 전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서도 조선 선조 때의 상궁 金介屎(김개시)가 더덕을 뇌물로 받고 재상으로 추천했다는 沙蔘宰相(사삼재상)이나, 희귀한 채소를 상납하여 판서가 됐다는 雜菜判書(잡채판서)라는 말이 전하는 것을 보아 벼슬의 난맥상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투명해진 오늘날에는 시험이나 경쟁으로 직위가 올라가니 자리를 매매하는 일은 없겠다. 하지만 수시로 불거지는 정실인사나 낙하산 인사를 보면 뇌물이 오고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떳떳할 수 있을까. 선거 캠프에서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능력이 되지 않는 인사를 마구 내려 보냈다가 본인도 망하고, 기관도 허덕이는 것을 자주 본다. 주변에까지 피해를 주는 이런 인사는 돈으로 자리를 바꾸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다.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