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이재명 訪北" 보도에 "이화영 수고했어요" 댓글 달더니
평양 회담 수행단 제외되자 부지사 앞세워 방북 추진
"쌍방울이 비용 처리" 보고 "잘되면 좋겠다" OK 사인
대납 방북 수사받게 되자 "서류 위조" 단독범 덤터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평화부지사라는 자리를 신설해 이화영씨를 임명한 것은 2018년 7월이었다. 한 달 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달아오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올라타기 위해서였다. 이화영씨가 2006년 12월 대북 밀사로 북한을 방문,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의 발판을 놓은 경험을 높이 산 선택이었다.
그해 9월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자 여권 대선 주자들은 수행단에 들어가려고 안달이 났다. 이재명 지사는 이화영의 ‘친노’ 라인에 기대 청와대에 청탁을 넣었다. 그러나 시·도지사 중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만 포함됐다. 전국 시·도 중 최대 규모이고 접경지를 낀 경기도가 제외된 것이 누가 봐도 이상했다. 언론들은 “청와대의 이재명 패싱으로 보기 충분하다” “문 대통령의 남북 평화 외교를 강력하게 지지해 온 이 지사 입장에선 이런 봉변이 없다”고 평가했다. 2017년 대선 경선 때 이재명 후보의 도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뒤끝으로 해석됐다.
이재명의 대북 프로젝트를 위해 임명된 이 부지사는 난처했다. 평양 회담 다음 달인 10월 두 차례나 북한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두 번째 방북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10월 2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경기도를 방문해 이 지사의 방북을 논의할 것”이라는 게 주제였다.
한 달 뒤인 11월 16일 경기도 주최 ‘아태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에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5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이 지사가 “평양 옥류관 냉면을 아직 못 먹어 봤다”고 하자 리 부위장은 “경기도에 옥류관 분점을 개설하기 위해 북에 먼저 한번 와달라”며 방북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육로로 평양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리 부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 다른 길이 ‘헬기 타고 평양까지, 평양에서 벤츠 탑승’이었다. 북측은 헬기와 벤츠 동원 비용으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300만달러로 타협했다. 그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에 대납시켰다는 것이 이화영씨가 지난주 9년 6개월 형을 받은 핵심 혐의였다.
이씨 유죄판결에 따라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씨 측 변호사 표현처럼 “이씨 유죄판결은 이 대표 유죄를 추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까지 혐의가 옮아가느냐 마느냐는 이 대표가 이씨의 범죄를 보고받고 승인했는지에 달려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이 대표 소셜미디어로 확인된다. 이 부지사가 방북 직후 기자회견을 한 2018년 10월 25일 이 대표는 “북 고위급 내달 경기도 국제 회의 참석, 이재명 방북 논의”라는 경향신문 보도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이화영 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보다 한 달 전 “이재명 남북 사업 급물살 타나, 이화영 방북 논의” 기사에도 이 대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는 글을 달았다.
그래서 이 대표는 쌍방울 관련 부분만 자기는 전혀 몰랐다고 꼬리를 자르고 있다. 검찰은 작년 이재명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씨가 이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대북 사업을 보고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9년 7월 이 대표가 이씨에게 “쌍방울이 지사님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그에 앞서 중국에서 쌍방울과 북한이 대북 사업 합의서를 쓸 때도 이 대표가 전화로 김성태 전 회장과 통화하면서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서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들었다”고 했고, 소셜미디어에는 “직인 찍은 기억이 없다. 도지사 하루 결재가 몇 건인지 아느냐”고 발뺌했다. 불과 2년 전 성남시장 때는 “단돈 100만원이 드는 사업도 내 결재 없이는 집행 안 된다”고 자랑했던 것과 대비된다.
김정은이 한반도 정세를 쥐락펴락하던 그 무렵, 평양 정상회담 들러리를 퇴짜 맞은 이재명 지사에게 북한행 티켓은 절박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코로나 사태라는 이중 장애물이 등장할 때까지 이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방북이었다. 그런 사안을 이 부지사가 이 지사 몰래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세상사 이치와 동떨어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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