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허용 나흘 만에…우크라, 美 무기로 러시아 본토 때렸다
러시아 침공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공급받은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했다고 4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보낸 자국산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처음으로 허용한 지 나흘 만이다. 러시아의 대대적 공세에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겨냥하면서 확전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러시아 서남부 벨고로드 지역의 러시아군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는 예호르 체르네프 우크라이나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정확한 공격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하이마스로 지난 1~2일 하르키우 전선에서 약 60㎞ 떨어진 벨고로드 러시아군 방공 포대를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축연구센터 전문가 미하일로 사무스는 NYT에 “우린 이제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군을 공격 준비 단계부터 타격할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군이 새 공격을 준비할 속도를 늦춰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의 러시아 공격을 허용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인근의 전선으로 사용 범위를 제한했고, 선제적 공격이 아닌 방어 목적으로 쓰도록 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하이마스를 날려보낸 러시아 벨고로드는 직선거리로 하르키우와 80㎞ 떨어져있다.
하지만 러시아 본토 타격 자체를 막았던 기존의 조치와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미국 관리들의 오판으로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발 나아가 무기 사용 가능 지역도 하르키우 인근에서 더욱 확대해 달라고 미국에 적극 요청 중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은 3일 “동맹국(미국)에 러시아 영토 목표물에 대한 무기 사용 제한을 추가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 기념행사에는 바이든을 비롯해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고, 젤렌스키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 정상들 사이에서 심층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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