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양

섬김의 본

太兄 2024. 3. 11. 16:07

        섬김의 본

어느 문제가 많았던 수도원에 한 늙은 수도사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늙은 수도사가 왔다는 소문에 젊은 수도사들이 밖으로 몰려 나왔습니다. 그들은 백발이 성성한 노수도사를 보고 말했습니다.
“노수도사가 왔구려! 어서 식당에 가서 접시나 닦으시오.”

노수도사가 숨돌릴 여유도 주지 않고 젊은 수도사들이 노수도사에게 말했습니다. 이 수도원에서는 처음 부임한 수도사에게 그런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노수도사는 머리를 숙이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하고는 곧장 식당으로 갔습니다. 노 수도사는 한번도 불평하지 않고 한달, 두달 그리고 세달째 접시만 닦고 있었습니다. 젊은 수도사들은 말 없이 접시만 닦고 있던 노수도사를 얕잡아 보고 그를 마구 부리며 구박을 하며 일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석달이 지날 때쯤 수도원 감독관이란 사람이 수도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젊은 수도사들은 책잡힐 일이 있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감독관 앞에서 슬슬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감독관은 수도원의 원장이 보이지 않자 “원장님은 어디 가셨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수도원 수도사들이 대답했습니다. “원장님은 아직 부임하지 않았는데요?"

그러자 감독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로렌스란 수도사를 이곳 수도원의 원장으로 임명하였고, 이곳으로 파송한 지가 벌써 3개월이나 되었는데..."

이 말을 듣고는 젊은 수도사들이 아연 실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노수도사가 부임한 원장이란 결론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는 식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아직도 늙은 수도사가 식기를 닦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식기를 닦고 있던 노수도사는 너무나도 유명했던 브라더 로렌스(Brother Lawrence)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 수도원은 가장 모범적인 수도원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이후에도 노수도사는 의도적으로 어떤 명령도 잔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신임 원장님의 섬김 앞에서 모두가 철저히 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많았던 그 수도원은 가장 모범적인 수도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높은 자리에 앉아야 수도원장인 줄 압니다. 그러나 이 수도원의 경우를 보면 진정 수도원장은 높은 곳에 앉아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낮은 곳에서 소외된 자들과 함께 남을 섬기는 위치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섬김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어린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잘못 생각합니다. 또한 섬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섬김을 받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 방식들이 공동체의 분위기를 각박하고 건조하게 만듭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을 섬겨야 하고, 높은 자리에서는 낮은 자리의 사람들을 섬겨야 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녀가 부모를 섬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자녀를 섬깁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를 섬겨야 하고, 아기는 섬김을 받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섬기는 것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고 말씀합니다.

오늘도 우리가 애써서 섬김의 본을 보인다면 우리들의 공동체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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