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출산율 60% 점프… 강진의 마법
[아이가 행복입니다] 저출생 극복의 비결 (1)
28일 오전 전남 강진군 육아지원센터 1층의 ‘공동 육아 카페’에선 6~42개월 된 아이 10여 명이 장난감 공룡과 퍼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 개방하는데, 오후 5시 이후엔 ‘돌보미’ 2~3명이 상주하며 아이를 봐준다. 5시 이후 돌봄도 무료다. 직장 다니는 부모들이 주로 이용한다. 아이가 한 달 누적 300~400명 이곳을 찾는다.
두 딸의 엄마 최미성(36)씨는 일주일에 4번 정도 육아 카페를 찾는다. 가까워진 엄마들끼리 “급한 일이 있으니 잠시만 아이를 봐달라”고 하면 서로 돌봐준다. 최씨는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말도 있다”며 “아이를 같이 키우는 ‘공동 육아’를 하는 셈”이라고 했다. 강진 출생인 최씨는 2015년 결혼해 첫째(42개월)와 둘째(6개월)를 낳았다. 두 아이를 낳고 중앙정부와 전남도, 강진군에서 받는 돈을 더하면 월 210만원이다. 그는 “둘째를 임신하고 강진군에서 주는 월 60만원이 심리적으로 많은 힘이 됐다”고 했다. 강진군은 2022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만 7세까지 매달 60만원을 ‘육아·양육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소득이나 자녀 수 구분도 없다. 84개월(7세)간 매달 60만원씩이면 5040만원이 된다.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이다.
강진군은 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사업의 운영비와 관리비를 재조정했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없애 작년에만 11억5000만원을 확보했고, 올해는 아이가 더 태어날 상황에 대비해 3분기까지 12억원을 마련했다. 군 관계자는 “순수 군 예산으로만 주고 있다”고 했다. 월 60만원의 양육 수당은 지역 화폐로 매달 25일 지급돼 엄마들은 “애기 월급”이라고 부른다. 최씨는 이를 아껴 양육과 생활비로 쓰고, 남편 월급은 아이들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우리나라 출산율에 따르면, 강진군 출생아 수는 200명으로 합계 출산율 1.47명을 기록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8곳 중 2위(1위는 전남 영광군)에 올랐다. 작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 0.72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 강진군 합계 출산율은 0.89명이었는데 1년 만에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구 통계에서 단시간에 출산율이 큰 폭으로 반등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강진군에선 올해 1월에만 21명의 아이가 첫울음을 터뜨렸다. 강진군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 250여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강진군은 ‘현금성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군이 양육 수당 신설 1년째인 작년 9월, 혜택을 받은 부모 169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10명 중 6~7명이 ‘육아 수당이 출산에 영향을 줬다’(66.4%)고 답했다. ‘육아 수당 덕분에 자녀를 더 낳고 싶다’는 응답도 49.4%에 달했다. 절반 가까이 ‘추가 출산 계획’을 밝힌 것이다.
강진군은 작년부터 부모가 군에 주민등록을 하고, 출생신고를 하면 산모에게 2주간 산후조리원 이용료로 154만원을 지원한다. 전국의 공공 산후조리원이라면 어디에 있든 준다. 소득과 무관하게 주는 돈이다. 산후조리원에 안 간 산모에게는 지역 화폐로 100만원을 준다. 산모들은 “농촌에 살면 도시에서 ‘원정 출산’을 하고 2주에 300만원이 넘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때가 많다”며 “군에서 산후 조리비까지 주는 건 큰 도움”이라고 했다. 강진군에 있는 전남 공공 산후조리원은 지난해 201명의 산모가 이용했다. 2021년 90명, 2022년 147명에서 계속 늘고 있다. 1인실 10곳이 거의 ‘만실’ 가까이 운영된 적도 있다.
‘육아 인프라’도 늘렸다. 연령별 장난감을 군에서 1개월간 빌려주거나, 이동이 어려운 가정에는 집 앞까지 장난감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결혼 9년 만에 딸(18개월)을 얻은 안지숙(44)씨는 “군 육아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놀이 수업’이 가장 좋다”며 “예전에 이런 놀이 수업에 참여하려면 차로 40분 떨어진 목포까지 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이를 낳겠다’며 강진군을 찾기도 한다. 군은 지역 내 빈집을 수리해 최장 7년간 귀농인에게 월 1만원에 빌려주고 있는데, 정모(39)씨는 “강진이 전국 최고 수준의 출산·육아 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돌이 안 된 아들과 귀농했다”며 지난달 ‘1호 입주’를 했다. 그는 “강진에 음악 학원을 열고 아이 넷을 더 낳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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