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출산율 2.95명… 日 마을 공동육아의 기적

太兄 2024. 2. 29. 15:40

출산율 2.95명… 日 마을 공동육아의 기적

[아이가 행복입니다] 저출생 극복의 비결 (1)

입력 2024.02.29. 03:25업데이트 2024.02.29. 09:14
 
일본 오카야마현의 농촌 소도시 나기초에 있는 무료 육아 시설 ‘나기 차일드 홈’ 정원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다. 나기초는 다양한 육아 지원 정책을 20년간 꾸준히 추진해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기초

지난 19일 오전 도쿄에서 600여㎞ 떨어진 오카야마현 나기초. 공동 육아 시설인 ‘나기 차일드 홈’에선 10여 명의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한 살짜리 딸과 방문한 쓰키야마 마코토(27)씨는 “아이와 종일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여기서 다른 엄마들과 같이 돌보다 보면 금방 회복된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2~3명인 엄마들이 더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아이를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고 했다.

인구 5700여 명의 농촌 소도시인 나기초는 일본에서 출산율 반등의 ‘기적’을 이뤄낸 대표적 지역이다. 일본 합계 출산율이 평균 1.39명 정도인데 나기초는 2019년 출산율 2.95명을 찍었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에도 2.68명을 기록했다. 나기초에서 아이를 키우는 약 760가구(전체 2533가구) 중 48%는 자녀가 셋 이상이다. 자녀가 둘인 경우도 40%에 달한다. ‘기적의 비결’은 뭘까. 나기초 사람들은 ‘무료 공동 육아’를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마을 전체가 아이를 키운다

나기초는 2007년 ‘나기 차일드 홈’이라는 무료 육아 시설을 만들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는데,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녀를 같이 돌보거나 맡길 수 있다.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줄이는 것이다. 상주 직원인 ‘육아 어드바이저’도 6명 있다. 구보야마 유이(33)씨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세 살, 한 살짜리 두 아들을 키우는 게 별로 힘들지 않다”고 했다.

 

아이를 잠시 봐줄 사람이 필요할 땐 긴급 보육 서비스인 ‘육아 스마일(smile)’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차일드 홈이 아이를 맡아 줄 자원봉사자들을 바로 연결해 주고 있다. 자원봉사자 15명 중 11명이 60대 이상 마을 어르신이다. 토박이인 간넨 사키코(78)씨는 “아이 맡길 데 없는 부모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10년 전 돌봄 봉사를 시작했다”며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차일드 홈은 어린이집·유치원처럼 정해진 정원이 없다. 나기초 아이들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루 평균 부모와 아이 20여 명이 놀고 간다고 한다. ‘육아 어드바이저’ 가이하라 히로코씨는 “아이를 3명 둔 엄마가 힘들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엄마들도 ‘나도 더 낳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라고 했다.

 

주거·의료·교육까지 패키지 지원

나기초는 젊은 부부들에게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임대 사업을 직접 하고 있다. 2층짜리 단독 주택 21채를 확보해 40세 이하 부부 또는 중학생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월 4만5000~5만엔을 받고 임대해준다. 연립 주택 60채는 월 2만~3만엔에 빌려준다. 나기초에서 1~2년 살아보고 이사 오려는 다른 지역 젊은 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주변 지역 임대료 월 7만~8만엔의 30~50% 수준이다.

그래픽=박상훈

나기초 아이들은 고등학생 때까지 의료비가 무료다. 감기부터 백혈병, 심장 질환처럼 장기간 돈이 많이 드는 질병도 나기초가 부담한다. 다른 지역 병원에 가도 수납 창구에서 ‘나기초 의료비 지원 카드’만 보여주면 병원이 나기초에 비용을 직접 청구한다. 일본의 다른 지자체에선 초등학생 때까지만 의료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어린이집 한 달 평균 보육비는 5만엔 정도다. 나기초는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보육료 55%, 둘째는 75%, 셋째 이후는 전액을 지원한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겐 매달 1만5000엔을 준다. 다른 지역으로 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들에겐 교통비 등으로 매달 2만엔을 졸업 때까지 지원한다.

저출생 위기를 겪던 2002년 나기초는 인근의 인구 10만 도시 쓰야마시와 합병이 추진됐다. 그런데 주민 투표에서 나기초 마을 70%가 반대했다. 독자 생존하려면 인구 감소를 막아야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6700여 명이던 나기초 인구가 2030년 4700명, 2050년 3300명, 2060년 2800명대로 줄어 결국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충격받은 나기초 마을은 대책을 논의한 끝에 2004년 “육아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합의를 만들었다. 그렇게 20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05년 1.41명이던 합계 출산율을 2.95명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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