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부대, 첩보대로 보고서 올리자… “자진 월북 넣어라”
서해 공무원 피살 감사 결과 文 정부 ‘월북 몰이’ 드러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다가 북한군에 붙잡혀 총살당한 후 대북 첩보 부대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자진 월북’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어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 지침에 맞게 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거듭 내려왔고, 결국 이들은 근거 없는 내용까지 넣어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가는 최종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정부의 실책을 감추기 위한 사실 왜곡 시도가, 객관적인 내용만을 담아야 하는 첩보 보고서까지 오염시킨 것이다.
감사원은 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 결과’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 보고서는 지난 10월 확정됐으나 원문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공개됐고, 그 요지만 발표됐다.
보도 자료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통일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 부처들은 이씨가 2020년 9월 21일 새벽 2시쯤 남측 해역에서 실종된 뒤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측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 조치 없이 사태를 방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씨 발견 사실을 안보실에 보고한 뒤에는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고 군이 대응할 것이 없다’며 가만히 있었다.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 합참에서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된 경우 대응을 주관해야 하는 통일부에 이씨가 북측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안보실의 상황실장 격인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1차장, 안보실장 모두 오후 7시 30분이나 그 전에 정상 퇴근을 했다. 위기센터장은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고 나면 ‘상황 종결’이라는 보고만 하면 될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의 담당 국장은 이씨가 북측 해역에 있다는 소식을 안보실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을 통해 오후 6시 뒤늦게 전달받았다.
이씨는 그날 오후 9시 40분쯤 총살됐고 북한군은 10시 50분쯤까지 시신을 불태웠다. 안보실과 합참은 이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후에 관계 기관들이 한 일은 이씨가 북측에 산 채로 잡혀 있었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었다. 합참은 이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뒤 피살된 상황과 관련한 군 첩보 보고서를 전산망에서 무단으로 삭제했고, 국방부는 언론에 이씨가 그저 ‘실종’ 상태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다음 날인 23일 오전 10시 관계 장관 회의 때부터 문 정부는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안보실과 국방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합참과 정보 기관 등이 이 결론에 맞게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내게 했다. 합참은 24일 이씨가 처음 실종된 배에서 홀로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가 신발을 벗어두고 바다로 뛰어내렸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고, 이 내용이 언론에 발표됐으나 이후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자진 월북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는 9월 25일 대북 감청 및 신호 정보 수집 부대인 777사령부에도 하달됐다. 그럼에도 이 사령부 실무자들은 첩보를 통해 확인된 내용만을 적은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만들라는 지시를 사실상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사령부 고위 관계자가 “첩보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보고서에 넣어라”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판단’도 포함시켜라”라며 보고서를 다시 쓰게 했다고 한다. 결국 합참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보고서가 10월 6일 만들어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 관계자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검찰은 서훈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4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하 실무자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와 별도로 13명에 대해 현직 공무원인 경우엔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을 받도록 자료를 남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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