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양

- 풀님에게 -

太兄 2023. 8. 3. 16:35

- 풀님에게 -

8월,
곧 삶의 가을이 옵니다

미래가 없는 것들은 떠나야 합니다
미래가 얼마 남지 않은 것들도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짧아지는 태양의 거리를 느끼면서
더이상 오늘을 이룬 땀과 한숨과 빗소리에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날의 출산과 양육의 고통, 그러나
어미를 버리는 그 쓰라린 언어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떠나야겠지요
어린 살 보듬으며 비와 바람을 막고
자나깨나 바라보던 눈빛도 거두어야 합니다
한때는 사랑이었고 한때는 자랑이었던
나의 미래였습니다
오래도록 어미의 향기를 기억해줄 유전하는 피 한 방울이었습니다
가라 하네요
산과 들을 뒤덮은 초록의 풀잎들처럼
저 높은 곳에서 작열하는 당신의 뜻을 알았습니다
검은 씨앗 하나
가혹한 햇빛 속으로 뻗어가는 넝쿨들처럼
찬란한 생명으로 살아주기를 바랍니다
어미는 미래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다만 살아주기를
다만 웃어주기를
비록 어미에게 떠나주기를 바란다 해도
다만 사랑 하나 온전히 기억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8월입니다

뭉게구름 흘러가는
덧없음에

피와 눈물과 젖으로 키운 것들이
떠나라 합니다.

2023. 8. 3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이 시를 민주당으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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