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 70여명 중 기상 전문가 한 명도 없어

太兄 2023. 7. 15. 12:48

2021-12-29 18:59:08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 70여명 중 기상 전문가 한 명도 없어

입력 2021.12.29 03:00

‘기상인사이드’라는 부제로 기고하면서 종종 기상 대신 기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래선지 기상과 기후가 무슨 관계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일기예보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미래 기후를 논하냐며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상과 기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기상(氣象)은 대기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을 가리킨다. 한자어 그대로 공기(氣)의 모습(象), 날씨라고 부르는 모든 현상들을 일컫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날씨에 대한 관심은 매우 오래됐다. 기상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Meteorology’는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되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출범시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기후변화 연구 국제기구로, 각 나라 연구를 평가해 5~7년마다 검증·합의된 보고서를 내놓는다. 2018년에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Flickr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독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자연에 대한 고찰을 총 4권의 논문으로 출판하는데 그 제목이 ’Meteorologica’였다. 기상학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이 논문의 제1권은 구름, 이슬, 강, 혜성 등을 기술하고 있다. 제2권은 번개, 천둥, 바다, 지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3권에는 소용돌이와 빛 등이 기술되어 있고, 제4권에는 더움, 추움, 습함, 건조함의 성질에 대한 논의가 담겨 있다.

이 논문에는 4원소 가설도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연이 4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들 4가지 원소에 각기 다른 성질을 부여했다. 뜨겁고 건조한 성질의 불(Fire), 차갑고 건조한 흙(Earth), 뜨겁고 습한 성질을 가진 공기(Air), 그리고 차갑고 습한 물(Water). 물론 후대에 들어 자연은 수소, 헬륨, 리튬 등 다양한 원소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덥고, 춥고, 습하고, 건조한 기상 상태를 고려해 자연을 이해하려 했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매일 변하는 기상과 달리, 기후는 오랜 기간 평균적인 기상 상태를 가리킨다. 기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Climate’도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어 ‘Klimat’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이는 기울기 혹은 위도를 의미한다. 지역에 따라 혹은 위도에 따라 태양 빛의 기울기가 다르고, 이로 인해 평균적인 날씨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후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보다 정량적으로 기후(氣候)를 구분했다. 1년을 구분하는데 열두 달 대신 24절기를 이용했다. 365일을 약 15일 간격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 15일의 기간을 1기(氣)라 정의하고, 이를 3등분한 5일의 기간을 1후(候)로 정의했다. 여기서 1후는 현대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5일마다 열리는 장터, 5일장이다. 기후는 매우 산술적인 정의였지만 여기에 평균적인 기상을 더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우수(雨水), 대서(大暑), 한로(寒露), 대한(大寒) 등 절기의 이름에는 다양한 기후 정보가 담겨 있다.

현대에 들어 기후는 단순히 평균적인 기상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균 상태는 변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미 지난 수세기 동안 지구의 기후는 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기뿐만 아니라 해양, 빙하, 지면 상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간 기온의 변화 혹은 강수량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상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3명이다. 그중 2명은 기상학을 이해하고 발전시킨 학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마나베 박사와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Meteorology)의 하셀만 박사. 마나베 박사의 직책은 선임기상학자(Senior Meteorologist)이다. 두 분 모두 기상학(Meteorology)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노벨상 시상식에서 역대 최초로 ‘기상’이란 단어가 언급됐다. 그것도 두 차례나.

마나베 박사는 이산화탄소 증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컴퓨터로 기후를 모의(’기후모델링’이라 부른다)하는 데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하셀만 박사는 날씨가 기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구,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인지 혹은 자연적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통계적 방법(’기후변화 탐지 및 원인 규명’이라 부른다)을 고안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이루어진 연구가 빛을 발한 것은 그 연구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후변화를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는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라 불린다)는 여전히 마나베 박사가 개발했던 것과 비슷한 컴퓨터 기후 모의 결과와 하셀만 박사의 방법론을 이용해 기후변화를 평가하고 있다.

사실 IPCC는 연구 기관은 아니다.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의 지원을 받아, 기존에 출판된 논문들을 토대로 기후변화를 평가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IPCC가 직접 기후모델링과 기후변화 탐지와 원인 규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기상학자, 해양학자, 그리고 광범위한 분야의 기후학자들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IPCC는 이런 풀뿌리 연구들을 집대성함으로써 그 공정성을 확보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는 단연 ‘탄소 중립’이다. 대한민국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전체 8개 분과위원회 중 과학과 관련된 위원회는 과학기술 분과위원회 단 하나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100명 가까이 되는 위원 중 기후모델링과 기후변화 탐지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은 분명 기후 과학의 토대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탄소 중립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기후 과학자로 구성된 싱크탱크 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