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2 21:38:49
1억 수표 나온 한명숙 수뢰 뒤집기,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21.03.22 03:24 | 수정 2021.03.22 03:24
2015년 8월 20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회를 나가며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검찰이 증인에 위증을 강요하는 바람에 한명숙 전 총리가 유죄를 받게 됐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재심의를 요구하며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다시 나왔다. 검찰총장 직무 대행, 대검 부장과 일선 고검장 등 14명 중 10명이 무혐의에 표를 던졌다. 정권이 임명한 친정권 검사들이 다수 참여한 투표 결과다. 한 전 총리 대신 검찰에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정권의 무리수가 벽에 부딪친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는 증거가 너무나 명백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 명목으로 9억원을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13명)는 9억원 중 3억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결했다. 건설업자가 건넨 1억원짜리 수표가 한 전 총리 친동생 전세 자금에 쓰였고, 한 전 총리가 2억원을 업자에게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한 전 총리가 안 받았으면 어떻게 그 수표를 동생이 썼겠나. 말 그대로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다. 나머지 6억원도 유죄 8명, 무죄 5명으로 판결 났다.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그런데도 정권은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흑백을 뒤집으려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작년 총선 압승 직후 “한 전 총리는 검찰 강압 수사와 사법 농단의 피해자”라며 “검찰과 법원이 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작년 추미애 법무장관은 사기·횡령죄로 2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람과 손잡고 수사지휘권까지 동원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그래도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오자 후임 박 장관이 또 지휘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한 전 총리 유죄가 확정됐을 때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2017년 한 전 총리가 출소할 때 이해찬·유은혜·전해철·김경수 등 정권 핵심들이 총출동했다. 한 전 총리는 친노 세력의 대모로 불린다. 문 대통령 스스로 ‘한빠(한명숙 열렬 지지자)’라고 했다. 여권은 한 전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를 했다는 이유로 ‘정치 보복' 당했다고 한다. 돈을 받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보려 하지 않는다. 막상 당사자인 한 전 총리는 재심을 청구한 적이 없다. 1억원 수표가 다시 거론되는 게 부끄러웠을 것이다. 정권도 이제 한명숙 무죄 만들기 억지를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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