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태풍 '바비'가 남긴 뒤끝... "오늘밤 120㎜ 물폭탄" 외4.

太兄 2026. 7. 14. 19:02

태풍 '바비'가 남긴 뒤끝... "오늘밤 120㎜ 물폭탄"

입력 2026.07.14. 17:27업데이트 2026.07.14. 18:12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창전사거리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소멸한 제9호 태풍 ‘바비(Bavi)’가 남긴 비구름대가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이날 밤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예고됐다. 거센 바람도 동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기상청은 “바비가 소멸하면서 남은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로 접근하면서, 이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14~15일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 일부 지역과 인천에는 호우주의보(3시간 누적 강수량 60㎜ 이상)가 발령됐다.

열대저압부는 북한 지역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한과 인접한 경기·강원 북부에서 비가 특히 거셀 전망이다. 이들 지역에선 밤사이 시간당 30~50㎜의 비가 내리겠다.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되는 강수량이 ‘시간당 30㎜ 이상’이다. 운전 시 와이퍼를 최대로 켜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정도다. 서울 등 나머지 수도권 지역과 충청·전북에서도 밤사이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4~15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30~120㎜, 강원도 30~100㎜, 충청·전북 30~80㎜, 전남광주 20~60㎜, 영남·제주 5~40㎜로 예보됐다. 이번 비는 초속 20m 이상의 강풍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순간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기 때문에, 태풍급 강풍이 부는 셈이다.

비는 15일 오전 중 대부분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높은 습도와 강한 일사에 의해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차례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바 있는 경북 포항에선 15일 최고 체감온도가 38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서울도 체감온도가 32도까지 오르겠다.

16일부터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다시 장맛비가 내릴 전망이다. 17일에는 충청권까지 비가 확대되겠고, 주말인 19일에는 전국에 비가 예상된다.

 

오세훈 "부동산 한 말씀만"… 李대통령 "그 얘기는 나중에"

국무회의서 서울시장 패싱 논란
부동산 논의 중 오 시장 손들자
한 총리 "서류로 받겠다" 제지
李 막판에 吳에게 발언 기회 줬으나
부동산 얘기 꺼내자 "그 얘기는 나중에"
吳 "불편한 내용도 있지만 꼭 일독해달라"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자로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신청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날 한 총리는 14일부터 예정된 부처별 국민 대토론회 일정을 언급하며 오 시장에게 서면 제출을 요청했다.

입력 2026.07.14. 11:27업데이트 2026.07.14. 15:43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 제출 관련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 후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시장에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에게 부동산 민심을 전달하고, 정책 건의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4일 부동산 공급 정책과 세제 개편 등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 시장은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말씀 좀 드려도 되겠느냐”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발언을 신청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가 주택 공급 규제 완화와 종부세·양도세 개편 등 부동산 7대 쟁점을 보고했는데, 보고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심 정비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 제안을 구두로 발표하려 한 것이다.

한 총리는 14일부터 예정된 부처별 국민 대토론회 일정을 언급하며 “이 건은 대토론회가 있으니 그쪽으로 넘겨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며 “시장님이 주실 것은 구두 발언 대신 서류로 받도록 하겠다. 이 부분은 원안대로 접수하겠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의 구두 의견 개진을 사실상 차단한 조치였다.

이에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오 시장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 시장은 곧바로 마이크를 켜고 “총리님, 방금 전에 서울시가 준비한 보고서를 정책실장님과 부총리님께 미리 전달해 드렸다”고 운을 뗀 뒤, “오늘 저에게 발언 기회를 안 주실 것 같으니, 보고서 내용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회의에서 패싱당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발언에 회의장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잠시 분위기를 고른 이 대통령은 “보고서를 내실 거라면, 현재 서울시 재건축과 재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현황 보고도 함께 넣어달라”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시장 안팎에서 일반적으로 서울시 공급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데, 왜 그렇게 공급이 지연되고 안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과 현황 보고도 보고서에 추가해서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해당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오 시장님 어디 계시냐”고 찾은 뒤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오랜만에 오셨는데 아주 간단하게 인사 한마디 하시라”고 발언 기회를 줬다. 이에 오 시장은 “오랜만에 국무회의에 들어왔다”고 운을 뗀 뒤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의 발전과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관계 부처에서 많이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조금 아쉬운 것은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가 여러 차례 준비가 돼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국무회의에서 꼭 여러 위원님 모시고 그동안 서울시의 주택 행정과 관련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오 시장의 말을 끊으며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죠”라고 제지했다. 이 대통령의 제지에 오 시장은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면서 “제가 준비한 보고서에 조금 불편한 내용도 꽤 들어 있다. 토론 자료로 작성한 만큼 꼭 좀 일독하셔서 다양한 의견이 균형 있게 채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시장이 말을 마치자 이 대통령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재개발·재건축이 왜 그렇게 많이 지연되고 있는지 그 이유나 대책도 담겨 있느냐”고 물었고, 오 시장은 “상세하게 작성해서 보고서에 담겠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 주택 공급 지연의 원인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재건축·재개발 해제 정책”이라고 지목하며 “(대통령의) 상황 인식...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13년 만의 최저… 칩플레이션 심화에 삼성·애플만 버텼다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부족에 보급형 스마트폰 비상
"메모리값 하락 빨라도 2027년 이후"
"올해 3·4분기 판매 감소폭 더 커질 듯"

입력 2026.07.14. 11:41
 
/챗GPT

메모리 부족에 따른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으로 스마트폰 업계가 비상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 가격을 올리거나 사양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 시각)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도 올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11%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와 2위 애플은 출하량과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 2분기 전년 대비 점유율을 각각 2%포인트(P), 4%P 늘려 22%, 20%를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은 점유율을 각각 4%P, 3%P 올려 24%, 20%를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는 갤럭시S26 시리즈 출시 지연으로 수요가 2분기로 몰린 것이 한 몫했다. 갤럭시S26 시리즈의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 기능이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라인업을 축소하고 가격을 올리는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면서 삼성전자의 보급형 시장 점유율도 확대됐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2분기가 가장 매출이 저조한 시기임에도 점유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애플은 전년 대비 출하량이 3% 늘며 올 2분기 점유율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특히 아이폰17 시리즈가 인기였다.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을 하는 동안 애플은 나 홀로 가격을 유지했다. 다만 애플은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618 쇼핑 축제 기간 출하량은 전년보다 줄었다.

삼성전자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샤오미는 11%의 시장점유율로 3위를 유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전년보다 4%P 축소됐다. 오포는 3개 브랜드를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전년보다 2%P 줄어든 10%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보(vivo) 역시 점유율이 1%P 축소되며 8%의 점유율로 5위에 올랐다. 샤오미, 오포, 비보는 메모리 수요에 민감한 보급형과 중급형 제품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출하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 메모리 부족에 운송비 상승까지

올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는 메모리 부족이 주요 요인이다.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우선시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자재비(BOM)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제조업체들은 일부는 가격을 인상하고 마진 압박을 감수하는 반면, 일부는 구형 모델의 수명을 연장하고 프로모션을 펼쳤다. 신제품 출시와 생산량도 줄이고 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유가와 운송비가 상승한 것도 악재였다. 또한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 높은 인플레이션 등 거시적인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

현재 메모리와 저장장치는 보급형 기기의 원가에서 60% 이상, 고급형 모델의 경우 30% 이상을 차지한다. 일부 제조사는 메모리 비용이 1년 전보다 4~5배 이상 상승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루나 비조르호브드 옴디아 수석분석가는 "가장 급격한 스마트폰 판매 감소는 공급 제약이 심하고, 이윤 폭이 좁으며, 가격 민감도가 높은 400달러 미만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 "3·4분기 판매 감소 폭 가장 클 듯"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전 세계적인 메모리 부족 현상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르 슈안 치유 옴디아 리서치 매니저는 "제조사들이 단기적으로 메모리 가격 조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메모리 가격 하락은 아무리 빨라도 2027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이 2025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향후 고가 제품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루나 비조르호브드 옴디아 수석 분석가는 "많은 소비자가 구매를 미루거나, 기대치를 낮추거나, 할부 구매를 하거나, 리퍼비시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계절적으로 수요가 가장 높은 3~4분기에 메모리 공급 부족이 맞물려 가장 큰 판매량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누가 구제하나"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조선일보
입력 2026.07.14. 00:20업데이트 2026.07.14. 00:54

광주 여고생 살인 피고인이 재판에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살인했다”고 자백했다. 계획적 납치와 성범죄 시도 과정이 녹화된 차량 동영상과 그가 준비한 결박 도구 등을 증거로 제시하자 그제야 시인했다고 한다.

이들 증거는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경찰은 피고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란 이유로 증거를 은폐하고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강간 살인은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반면 증거가 부족하면 입증하기 어렵다. 이를 아는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권을 경찰이 독점했을 때 성범죄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예고한다. 고의적 은폐가 아니더라도 경찰은 입증이 까다로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거나 다른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는 경향이 있다.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4년 전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경찰이 무시한 성범죄 증거를 검찰이 보완 수사 과정에서 찾아내 중상해로 송치된 범인을 강간 살인미수로 기소해 엄벌했다.

당시 피해자가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에 공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경찰을 겪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청바지를 두고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고, 누군가는 집념으로 진실을 밝혀냈다”는 피해자의 말은 성폭력 위협에 노출된 여성 전체를 대변한다. 여성 범죄 피해자는 2021년 40만명에서 2024년 47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여성 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검찰 보완 수사 폐지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 보완 수사는 민주당처럼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인권과 생존의 문제다.

여성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원 장애인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수많은 장애인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억울한 일을 겪고 있다”고 했다. 보완 수사를 호소하는 것은 그것이 폐지됐을 때 “약자와 서민의 고통, 억울함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란 것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는 정치 수사의 도구가 아니라 경찰이 놓친 부분을 바로잡는 민생의 도구다. 여성, 장애인, 서민 등 한국 사회의 약자가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 국민, 특히 약자들의 권리다. 보완 수사권 폐지는 이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명색이 국민 정당이라면 이럴 수 없다. 민주당은 법안을 처리하기 전에 무엇을 위해 약자를 고통에 몰아넣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공포의 주식시장, 공공의 敵은 정부

반복되는 급등락에 불안
국민연금도 동원해 띄우니
시장에 엮인 국민 부지기수

삼전닉스에 기댄 정책은
주주 동의 없는 숟가락질
거침없는 개입이 두렵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6.07.13. 23:55업데이트 2026.07.14. 11:49
장중 코스피가 7000선 아래로 떨어진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코스피 지수가 보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딱 두 달 전 젊은 워킹맘들과 점심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맘카페에 주식 투자 수익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시장이 정점이라는데, 그런 ‘수익 인증’이 늘어 주식을 보유한 입장에서 불안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코스피가 7800을 막 넘겼는데, 이후 한 달 동안 16% 이상 올라 9000을 돌파했다가 보름 만에 20% 이상 하락하는 등 이른바 ‘롤러코스피’ 현상이 벌어졌다.

공포와 불안이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전에는 ‘나만 상승장의 수혜에서 빠져 있나’라는 개인적 FOMO(소외 공포)였다면, 이제는 ‘하락장이 시작된 것인가’ 하는 집단적 두려움으로 변모했다. 반년 전과 비교하면 코스피가 60% 이상 올랐으니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적인 건 여전히 맞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까지 총동원해서 주식시장을 띄우다 보니 시장에 엮인 국민이 너무 많아졌다. 여기서 추세적 하락을 막지 않으면 정권만 비난받고 치울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정부는 공포의 발원지를 가려내고 하방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공포의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주가 견인이 압도적이었다는 데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에 부정적인 소식이 약간만 있어도 세계 반도체 업체들 주가가 모두 출렁이지만, ‘삼전닉스’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코스피의 변동성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 그래도 지난주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고, 두 회사의 수익 대비 시가총액이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보다 여전히 많이 낮다는 점은 섣부른 실망을 경계하게 한다.

진짜 문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그간의 행태들이다. 두 기업의 성과에 기댄 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은 기업이 주주의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흔들 정도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발표되는 날 대통령이 삼성과 SK 회장에게 90도로 인사를 한 장면은 그 계획이 누구에게 더 득이 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인사 한 번으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주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은 일련의 상법 개정을 밀어붙인 대통령과 여당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소액 주주까지 설득할 정성스러운 방안을 정부가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초과 이윤’을 사회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장이다. ‘초과 이윤’으로 기금을 만들어 임금이 낮은 분야도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모색하자고 했다. 진보적 시민단체에서는 그렇게 조성될 기금 운영에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참여해야 한다고 숟가락을 이미 얹어 놓았다. 오늘(14일) 열리는 고용노동부의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혁신의 길’ 토론회는 5월 말에 제안된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정책 가능성 모색에 관한 긴급 토론회’가 다소 순화된 것이다. 토론회의 결론도 순화되길 바랄 뿐이다.

정부가 기업 개입에 거침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공포 요인이다. 지난주 관세청장은 수출대금을 빨리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 기획수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수출 대금을 해외에 유보하는 ‘부당 환차익’을 노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과이윤’과 마찬가지로 ‘부당 환차익’이 정당하려면 ‘예상된 이윤’과 ‘정당한 환차익’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이론과 실제 어디에도 그런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이 없으면 판단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자의성이 국격에 맞나.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또 어떻게 비칠 것인가.

더 밑바탕의 불안은 거시 경제적 환경에 있다. 과거 금융 위기들은 대체로 빚이 쌓여 있는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때 터졌다. 현재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정부 부채 규모는 작은 충격에도 국채 금리가 들썩일 만큼 크고, 이란 전쟁발(發) 물가 상승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럴 때 우리 정부가 지출 확대에 적극적이니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게다가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이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 반도체 성과를 국내에서 나눠 먹을 궁리만 재빠르니 괜한 주의를 끌지 않겠는가 말이다.

공포를 가라앉히는 데 정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반도체 성과에 묻어가기를 멈추고 지금부터라도 실용적이고 친기업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조에 맡겨버린 듯한 노동정책도 현 상태에서 벗어나 AI 혁신과 조화를 이루는 경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할 일을 해야 성과가 떨어져도 면책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