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李대통령, 투표용지 노출 논란... 국힘 "무효표 처리했어야" 외7.

太兄 2026. 5. 29. 20:14

李대통령, 투표용지 노출 논란... 국힘 "무효표 처리했어야"

사전투표 도중 기표소 밖 나와
국힘 "선거법 제167조 위반 명백"

입력 2026.05.29. 16:01업데이트 2026.05.29. 19:01
이재명 대통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 투표 중 기표 도장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29일 투표를 하던 중 기표소 밖으로 나와 투표용지 기표 상태를 선관위 관계자에게 확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투표지 노출’로 규정하며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무효표 처리를 주장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를 찾았다. 관외 선거인 줄에 시민들과 함께 대기하던 이 대통령은 신분증 확인을 거쳐 투표용지를 수령한 뒤 기표소로 입장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자택 주소지인 인천 계양구 지역을 대상으로 한 관외 투표에 참여했다.

문제의 상황은 기표 직후 발생했다. 신분증 제시 및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치고 투표용지를 들고서 기표소에 들어간 이 대통령은 곧 기표소 밖으로 잠시 나와 “관리원이 어디 있나. 동그라미 표시가 완전하지 않고 반만 찍혀도 괜찮나”라고 질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반밖에 안 찍혀서 무효가 되지 않나”라고 물었고, 선관위원이 무효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기표소로 돌아가 투표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찍은 구체적인 기표가 선관위원에게 노출됐는지, 그외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봤는지, 노출되지 않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즉각 ‘공개 투표 위반’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던 중에 기표소를 나와서 투표지를 노출시키고 나서 다시 기표소에 들어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공직선거법 제167조에 따라 유권자 어느 누구도 투표지를 타인에게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표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저희 당이 받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표는 현장에서 무효 처리되었어야 한다”며 “우리 당이 받은 제보가 사실인지 청와대와 선관위는 답변하길 바란다. 즉시 답하라. 대단히 엄중한 사안이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도중 기표소 밖에서 투표용지를 노출해 논란을 빚었다. ‘기표시 동그라미가...
 
이재명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29일 김혜경 여사와 함께 청와대 인근에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 투표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구에서 투표를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투표를 ...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6·3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 앞서...

 

선관위, 한동훈 '봉사자 쉼터' 수사 의뢰... 韓측 "캠프와 무관"

한동훈 "선관위, 李대통령 선거법 위반 고발 해야"

입력 2026.05.29. 16:11업데이트 2026.05.29. 18:06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29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제2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뉴스1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자원봉사자 쉼터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한 지 사흘 만이다.

부산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사무소 유사 기관을 설치·운영했는지 밝혀달라는 취지로 지난 28일 부산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4일 선관위는 부산 북구 덕천동의 자원봉사자 쉼터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선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89조는 법정 선거사무소 외에는 후보자를 위해 유사 시설을 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경찰에서는 자원봉사자 쉼터가 실질적인 선거운동 지원 역할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후보와는 무관하게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만든 휴식 공간인지 여부를 수사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는 유사 사무소 설치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판단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오른쪽), 무소속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8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 MBC에서 열린 선관위 주관 TV 토론회에서 악수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하정우 후보 또한 지난 28일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TV 토론에서 이 같은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 의혹을 제기하면서 “투표권도 없는 외지인들이 몰려다니며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외부 바람잡이들을 동원해 피해만 주고 떠나는 ‘떴다방’ 같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집권 여당 정치인이 무소속 후보에게 ‘나는 지지자가 없으니 너희도 오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없어 보인다”며 “외지인을 몰아내자면서 북구를 섬처럼 만든다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 측은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 의혹에 대해 “현재 선거 캠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사무소와 후원회 사무실만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선거 캠프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수사 의뢰하라고 하자, 선관위는 한동훈 캠프와 전혀 무관한 사안을 사전 투표 첫날에 수사 의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투표를 하던 중에 다시 투표소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선거법 위반 범죄”라며 “선관위는 즉시 이 대통령을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선관위의 잣대가 공정한지 북구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6·3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 앞서...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광역시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오른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들 간 처음이자 마지막 TV 토론회가 28일 열렸다. 이날 더불어...

 

법무부, 박상용 검사 직무정지 기간 무기한 연장

첫 정지 기한 2개월 종료 앞두고
"중징계 시도할 것" 해석

입력 2026.05.29. 14:43업데이트 2026.05.29. 19:30
박상용 검사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소취소 '찬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의 직무 정지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전날 검찰에 박상용 검사 직무집행정지명령 공문을 보냈다. 박 검사 직무를 2026년 6월 6일부터 별도 발령 시까지 정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검사는 지난 4월 6일부터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박 검사 직무집행정지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법무부는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 비위로 감찰 중인 박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검사의 직무 정지 기간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요청을 받고 검사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2개월로서 6·3 지방선거 직후인 다음 달 5일까지였다. 대검찰청이 지난 12일 법무부에 청구한 박 검사 징계도 정직 2개월이었다.

그런데 법무부가 박 검사의 직무 정지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징계혐의자에게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한 검찰청법 조항(제8조 제2항)을 근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박 검사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징계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된다. 해임 처분을 받은 검사는 3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앞서 대검은 박 검사가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부당하게 변호인을 통한 자백을 요구하고, 수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김밥·햄버거·빵·커피 등 외부 음식물을 피의자에게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박 검사는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대검의 박 검사 감찰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10개월째 공석이었던 법무부 감찰관에 2차 종합특검에 파견 근무 중이던 강남수 부장검사가 임용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인천지검도 박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박 검사가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나와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국민의힘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게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영섭 대검 특별감찰팀장이 지난주부터 인천지검에서 파견 근무를 하며 박 검사에 대한 감찰을 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 별양동 주민센터에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박 검사 징계에 대해 “인천지검 감찰 결과를 본 후 신중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권으로서는 해임이나 면직 등 정직 2개월보다 더 강한 징계 처분이 박 검사에게 내려져야 지방선거 후 공소취소 특검을 추진할 명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박 검사 직무 정지 기간을 우선 연장한 법무부도 어떻게든 박 검사가 문제 많은 검사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대검찰청이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기 전에 외부 전문가...
 
‘대장동 항소 포기’를 비판했다가 작년 말 검찰 인사에서 좌천성 강등을 당한 정유미 검사장이 최근 대검이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게 정직 2...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은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3일 “요란했던 ‘연어 술 파티’ ‘진술 세미나’ ‘...

 

정몽규, 4연임 1년 만에 "월드컵 끝나면 물러난다"

"협회장 사퇴" 성명

입력 2026.05.29. 13:42업데이트 2026.05.29. 13:54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협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29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성명서를 내고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인 지난 2013년 제52대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13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다. 작년 2월엔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고, 이에 불복해 제기했던 행정소송의 1심에서 최근 패소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 회장은 “제가 축구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왔으며,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는다”며 “대회 기간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가 16강 진출에 성공한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선수는 조규성(28·미트윌란)이었다. 그는 2차전 가나전에서 ...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겐 매일 훈련 후 이어지는 독특한 ‘루틴’...
 
한국 축구가 16강 진출을 이뤘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대표팀에는 등번호가 없는 선수가 있었다. 당시 대회 직전 안면 골절 부상을 입은 ...

 

106세 스승이 쓰고, 81세 제자가 다듬고… 20년 '사제 케미'

김형석 교수 '숨은 조력자' 이종옥씨

입력 2026.05.29. 00:42업데이트 2026.05.29. 09:14
이종옥(왼쪽)씨는 지난 20여 년간 김형석 교수의 저술 및 강연 활동을 돕고 있다. 김 교수는 “나는 원고지에 쓰기만 하면 된다. 이종옥씨 덕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종옥씨 제공

1920년생 철학자 김형석(106) 연세대 명예교수는 요즘도 집필과 강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그 곁에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숨은 조력자’가 있다. 이름은 이종옥(81)씨. 김 교수가 원고지에 글을 쓰면 이씨가 타자를 치고 교정을 봐 신문사·출판사로 보낸다. 백세 철학자가 전국을 누비며 강연하는 것도 그가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지금도 매일 글을 쓰시니 먼저 지치면 안 되죠. 제가 스물다섯 살이나 더 젊잖아요(웃음).”

지난 20일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만난 이종옥씨는 “원고를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으며 강연의 길을 도왔을 뿐인데 조력자라는 말은 과분하다”며 “교수님 글은 모든 단어에 이유가 있어 건드릴 부분이 거의 없다. 다만 논문체라 독자가 읽기 쉽게 손본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이씨 손을 거쳐 출간된 책만 ‘백년을 살아보니’를 비롯해 40종. 그림자처럼 김 교수와 동행해 온 이씨가 최근 자신의 인생을 담은 수필집 ‘나는 또 하나의 별이 되고 싶다’를 펴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노숙인 재활센터 ‘아가페의 집’ 초대 원장을 지냈고 생명의전화에서 50년 가까이 상담 봉사를 해왔다. “제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무너질 것 같은 날들은 지나왔어요. 이 책은 주어진 날들을 정직하게 살아내려 한 사람의 고백입니다.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서른둘에 남편을 림프종으로 떠나보내고 모든 것이 막막했다. 삼 남매를 키우며 시작한 봉사 활동이 삶의 동아줄이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남편이 ‘아이들 잘 키워줄 거지?’라고 묻고 떠났는데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고 했다. “병원비로 저축은 바닥났고, 사업도 실패했죠. 술에 의지하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어느 날 생명의전화에 전화를 걸게 된 그는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내 고통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린 그는 자녀들이 성인이 된 54세에야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를 보좌해온 사회복지사이자 수필가인 81세 이종옥 씨가 수필집 '나는 또 하나의 별이 되고 싶다'를 펴냈다. / 고운호 기자

김형석 교수와는 1978년 성경 공부 모임에서 만나 제자가 됐다. 백세 철학자를 돕는 ‘코파일럿(부조종사)’ 같은 존재다. 이씨는 한자가 많은 김 교수의 원고를 컴퓨터로 옮긴 뒤 팩트체크를 하고, 맞춤법과 전문용어를 교열한다. 주 2~3회의 강연과 언론 인터뷰, 출판사 미팅 등을 소화하는 김 교수의 바쁜 일정을 조율하고 현장에 동행하며 매니저 역할도 한다.

베스트셀러 ‘백년을 살아보니’에는 ‘여자 친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다음은 김 교수의 설명. “교정 봐주시고 지방 갈 때 운전도 해주시는 분(이종옥)이 있는데, 한 제자가 누구시냐고 묻는 겁니다. 제가 그때 머리가 빨리 돌았으면 ‘내 여자 친구다!’ 했을 텐데 그만 차가 출발해 버렸어요. 그랬다면 제자가 ‘와, 우리 선생님 최고’라며 자랑할 텐데 제가 찬스를 놓쳤어요, 하하하.”

이종옥씨는 1978년 서울의 한 영어 학원에서 열리던 김형석 교수의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하며 사제의 연을 맺었다. 강의실에서 조촐한 종업식을 가지며 찍은 사진 맨 뒷줄에 젊은 시절의 이씨가 김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옆에 서 있다. /이종옥씨 제공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은 것은 아니다. 용기를 내 어떤 표현을 바꿔봤는데 김 교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적도 있었다. 3년 전에는 김 교수의 연희동 자택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이사했다. 운전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 “도봉구 창동에 살며 연희동에 있는 교수님을 태우고 전국 강연장을 다니다 사고를 몇 번 냈어요. 교수님이 운전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이씨도 이제 눈이 침침해 돋보기를 쓰고 원고 작업을 한다. 고되지 않을까. “교수님이 아직 글을 쓰고 강연해서 저도 할 일이 생겨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시대 철학자의 글을 가장 먼저 읽는 것만으로도 특별하고 귀한 일이에요.”

 

"삼성전자 생산직 성과급 6억 벌 때, TSMC 생산직 총보수는 4500만원"… 韓 반도체 보상 체계의 함정

삼성전자, 직군간 급여 격차 미미…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 심화
"메모리 사업부 고졸 직원 성과급이 DX(완제품) 소속 박사 100배"
TSMC, 석사 엔지니어 연봉 생산직 2배… 생산직은 업황 악화 시 수령액 급락
인텔·마이크론, 엔지니어 직군만 인센티브·RSU 차등 지급… 경기 침체시 구조조정

최효정 기자(조선비즈)
입력 2026.05.29. 06:00업데이트 2026.05.29. 06:04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형적인 보상 체계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핵심 인재 이탈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대기업 특유의 압축적·획일적 임금 구조와 호황기 일괄 성과급 제도가 핵심 기술 인력의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국인 대만과 미국이 시장 논리에 따라 경력과 성과 중심으로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직(제조·교대직군) 고졸 신입 사원은 각종 수당과 고정 상여를 포함해 실질 초봉 연 5000만원 이상을 받는다. 업황 부진기에도 고정급 비중이 높아 탄탄한 하방을 보장받는다. 문제는 기본급 체계 자체가 직군·학력 간 격차를 최소화하는 ‘압축형 구조’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CL(직급)·연차 중심의 보상 체계를 운영해 직군 간 기본급 격차가 크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석사 학위자는 통상 2년의 경력만 인정받을 뿐, 연구직과 생산직 간 순수 기본급 차이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영업이익 기반의 이익공유 성격으로 성과급 제도가 개편·강화되면서 내부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인센티브가 전 직군에 일괄 지급되자, 야간 교대 및 특근 수당 기반이 탄탄한 고연차 생산직의 총보수가 급격히 치솟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 따른 성과급 추산치가 공개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직군 간 역전 현상으로 들끓었다.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고졸 사원이라고 소개한 네티즌이 “공부하기 싫어 공고에 갔는데 20대 초반에 내 집 마련을 하게 됐다”라거나 “대졸·석사·박사들보다 성과급을 더 잘 받으니 인생 살맛 난다”는 자축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박사급 핵심 연구 인력은 제한된 기본급 구조 탓에 성과급 체감도가 낮아 역차별 불만이 거세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이 심화하면서 비메모리나 DX(완제품) 부문 박사급 인력이 메모리 사업부 생산직보다 총보수가 낮아지는 기형적 현상이 현실화됐다. 블라인드에서는 타 대기업 직원이 “삼성전자 메모리 고졸 성과급이 6억원 터질 때, 완제품 담당 DX 박사는 상생 자사주가 600만원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이런 구조가 유지되면 박사들이 정신과에 많이 다니겠다”고 촌평한 글이 공감을 얻었다. DX 부문과 연구 조직을 중심으로 사기가 최악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해외 경쟁사는 철저한 기술 우대형 차등 보상 구조를 택하고 있다. 대만 TSMC는 직군과 학력에 따라 보상을 칼같이 분리한다. TSMC 생산직의 평균 총보수는 연간 100만대만달러(약 4300만~4500만원) 안팎으로 국내 생산직 초봉과 비슷하다. 그러나 배분 공식은 판이하다. TSMC ESG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 생산직의 총보수는 약 27개월치 기본급 규모인 반면, 석사 신입 엔지니어는 약 32개월치 수준이다. 생산직보다 기본급 출발선이 높고 성과급 가중치도 훨씬 크다.

실제 TSMC의 석사 신입 엔지니어 평균 연봉(성과급 포함 총보수)은 220만대만달러(약 9700만~1억원) 수준으로, 생산직의 두 배를 웃돌며 확실한 대우를 받는다. 기본급부터 학사 대비 1.5배 이상 격차를 두는 미디어텍 등 대만 반도체 업계 전반의 기조와도 같다. 대신 생산직은 업황 악화 시 총수령액이 기본급 수준으로 급락해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분담한다.

미국 반도체 업계 역시 철저한 고용 유연성과 직군별 이원화 보상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인텔·마이크론·TSMC 애리조나 공장의 제조 테크니션(생산직)은 시급 중심 구조를 채택해 평균 시급 약 22~30달러, 연봉 환산 시 약 6000만~9000만원 수준을 받는다. 이들은 전사 실적에 연동된 대규모 현금 성과급 수령 기회가 제한되는 대신 높은 고정급을 보장받는다. 반면 인텔과 마이크론 등은 엔지니어 직군에 한해서만 기술 성과에 기반한 인센티브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확실히 차등 지급하며, 경기 침체 시 생산직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자유로운 고용 유연성을 함께 적용한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쟁사들이 기술 가치에 따라 파격 조건으로 인재를 끌어모으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내부 눈치보기식 형평성에 무게를 두다가 인재 유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을 우대하지 못하고 인센티브 착시를 유발하는 한국식 보상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6억원' 이익 단체 보호하는 노동법, 이제 낡은 틀 깨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6.05.29. 00:20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의 정규직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에 조정을 신청하면서 창사 58년 만에 첫 총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쟁점은 임금 인상 같은 통상적 노사 이슈가 아니다. 사측이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고용하겠다고 하자 노조가 “일방적 결정이자 역차별”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기존의 몫을 나누자고 하니 ‘노노(勞勞)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노동 현장 투쟁의 본질은 노사 대립을 넘어선 노노 갈등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투쟁의 경우 표면상 73%의 찬성으로 타결됐으나, 부문 간 성과급 100배 차이로 인해 DS(반도체) 부문은 대부분 찬성하고 DX(완제품) 부문은 대부분 반대했다. 창사 후 첫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 직원들은 ‘보상 확대’를, 계열사 직원들은 ‘고용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서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노노 갈등이 일어나는 노조는 대부분 억대 안팎 연봉과 많은 성과급을 받는 곳들이다. 이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이나 저임금을 호소하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고 확대하려고 노동법을 이용하고 있다.

1인당 6억~7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삼성전자 반도체나 SK하이닉스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 이익단체다. 이들까지 ‘약자 구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 노동법으로 획일적 보호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 상층부에 오른 이들의 무절제한 탐욕까지 보호한다면 그건 노동법이 아니라 기득권 보호법이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는데도 정부의 노동정책은 여전히 1970년대 노동운동식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 그러니 노동부장관이 삼성전자 초귀족 노조의 파업 위협조차 정당한 것처럼 보는 것이다.

정부는 달라진 시대 상황과 다원화된 노동계 지형을 반영해 노동조합법의 보호 범위를 재정의하고 해묵은 교섭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노조만 만들면 누구든지 파업을 위협할 수 있게 돼 있는 노동법은 바꿔야 한다. 노동법은 노동 약자들을 보호하는 법이지 1년에 6억원을 버는 사람들을 위한 법일 수 없다. 각자의 직무 가치와 일한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개인별 직무급 제도도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삼성 반도체나 SK하이닉스 직원이라는 이유로 개인 성과와 무관하게 누구나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

노동계도 대기업·정규직 위주의 귀족 노조 기득권과 계속 공생하다간 결국 사회적 고립과 공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낡은 노동 운동에서 과감히 벗어나 변화된 상황에 맞게 노동법을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與 후보 회피 토론, 심야에 한 번 하고 7시간 뒤 투표

조선일보
입력 2026.05.29. 00:10
정원오(왼쪽)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5일 각각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 앞, 도봉구 홈플러스 방학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뉴스1

민주당 정원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참여한 서울시장 선거 TV 토론이 28일 밤 11시부터 2시간 동안 열렸다. 유권자 800만명이 넘는 서울시장 선거의 공식 토론이 29일 오전 6시에 시작되는 사전 투표 7시간 전에야 딱 한 번 열린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회조차 기존의 방송 편성과 광고 수익성 문제 때문에 심야로 밀렸다고 한다. 대다수 유권자가 TV 토론을 못 보거나 열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투표장에 가게 됐다.

정원오, 오세훈 후보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과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최근의 서소문 고가차도와 GTX-A 철근 누락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TV 토론은 선거 쟁점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정에 대한 역량과 비전, 품성까지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민주당은 철근 누락 문제로 국회 상임위까지 열었지만 이 문제로 양자 토론을 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은 거부했다. 정책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TV 토론을 회피하면서 정책 선거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선거 토론이 투표 직전 1회만 열린 것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2014년 4회, 2018년 2회, 2021년 보궐선거 3회, 2022년 2회의 토론이 있었다. 도전자 후보들이 토론 요구에 더 적극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정 후보가 토론에서 문제가 드러날까 회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울뿐 아니라 울산시장,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토론도 28일 1회 토론이 전부였다. 부산 북갑 토론은 1시간 만에 끝났다. 경기도지사 토론회도 27일 1회뿐이었다. 선거법상 지방선거의 법정 토론은 ‘1회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강제 조항이 없다.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고 판단한 후보들의 토론 기피가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이번 16개 시도지사 선거의 토론회는 지역당 평균 1.2회에 그쳤다.

소셜미디어 발달로 TV 토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토론이 가능하게 됐다. 부산시장 TV 토론은 후보들의 합의로 다른 지역과 달리 5회 이상 열렸다. 토론 회피는 깜깜이 선거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평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