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경 26.2조 합의… '고유가 지원금' 감액 없다
10일 오후 본회의 처리 예정... '소득하위 70%에 최대 60만원' 지원금
K-패스 한시적 50% 할인에 1000억·나프타 수급 2000억 증액

여야가 26조 2000억 원의 원안 규모를 유지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전격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0일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 후 “추경안 규모는 감액 범위 내 증액을 통해 정부안 26.2조 원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여야는 고유가 지원금에 대한 감액 없이 원안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전 국민 중 소득 하위 70%에 최대 60만원을 지급한다.
여야는 합의문을 통해 “고유가에 따른 농어민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농기계 유가 연동 보조금을 신설하고, 농림어업인 면세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을 상향”한다. 또 “연안여객선 유류비 부담 완화를 지원하고 무기질 비료 지원 확대에 200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나프타 수급 2000억 증액, 전세버스 보조금 한시지원, 대중교통 K-패스 한시적 50% 할인 예산 1000억 증액 등에 합의했다.
대통령도 비판한 '비정규직 내쫓는 비정규직 보호' 규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토록 하는 노동법 규제에 대해 “실제로는 2년 이상 고용을 절대 안 하거나 1년 11개월 만에 끝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며 이념 아닌 실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등 고용주들이 규제를 피하려 2년이 되기 전 고용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부 장관과 기업인 출신의 산업부 장관을 예로 들며 “노동 규제도 이념과 가치에 매이지 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2년 제한’ 규정을 둔 ‘비정규직 보호법’은 2006년 제정 이후 20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2006년 18%(274만 명)에서 2024년 22%(481만 명)로 늘어난 현실은 이 법의 취지가 무색해졌음을 증명한다.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 비용과 고용 경직성을 피하려 2년 직전에 계약을 종료하거나, 1년 11개월 짜리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게 현실이다. ‘약자를 위한다는 법이 약자를 힘들게 만든’ 규제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높은 보수를 주자’고도 했다. 고용 안정성이 낮은 대신 그 위험 수당으로 더 높은 임금을 주는 호주의 ‘캐주얼 로딩’이나 프랑스의 ‘고용불안 수당’처럼 선진국에선 사례도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정규직이 과도한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개혁이 필수적이다. 해고가 거의 불가능하고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정규직 과보호 체계가 온존하는 한 비정규직에 대한 추가 보상은 기업에 감당하기 힘든 ‘이중 부담’일 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실제로 고용 경직성을 고치려는 개혁은 후순위이고 노란봉투법 같은 친노조 성향 과제들이 우선 추진되고 있다. 여당이 국회를 장악한 정치 지형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노동 개혁은 불가능하지 않다. 전체 근로자의 12%인 대기업 정규직과 88%의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이번 만큼은 구호에 그치지 말고 비정규직이 2년마다 일자리를 잃는 고통의 사슬을 끊어내길 바란다. 그래야 대통령 말의 진정성을 국민도 인정하게 될 것이다.
학생이 교사 때린 건 학생부에 기록 않는다니

지난달 말 경기도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이 수업 중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부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가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은 2024년 500건을 넘어서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과정이 복잡하고 심의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제자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는 평생 씻기 어려운 트라우마와 싸우며 교단에 선다고 한다.
현재 학교 폭력을 대입에 반영해 가해 학생을 불합격 처리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고입에도 반영해 과학고 등에서 떨어뜨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학교 폭력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 학생부에 기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경우는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아도 학생부에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교사를 때리는 것은 패륜에 가까운 일인데도 학생 간 폭력보다 덜한 처분을 받는다는 것이 믿기 어려운 일이다.
원래 교육부는 지난해 말 학생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중대하게 침해할 경우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자 전교조 등에서 “학교에서 소송만 더 늘어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전교조는 그러면서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공적 시스템 마련’ 같은 추상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학생끼리 폭력은 왜 학생부에 기록하는가. 자칫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줄 수 있다.
동료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하에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게 하는 교육적 장치이기도 하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폭행당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라면 무슨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교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교사 폭행 같은 일은 학생부 기재를 포함한 강력한 예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 한국 경제와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파독 광부·간호사와
중동 건설 노동자처럼
국내 이주 노동자 110만
갈라치기 하지 마라
농어촌·건설·조선업 등
없어선 안될 소중한 자산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대한민국 경제는 심대한 위기를 맞는다. 농어촌 생산 현장은 마비되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문 닫으며, 조선소는 치명타를 입는다. 고용노동부 기준 110만명의 이주 노동자는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대한민국은 한때 이주 노동자 착취·탄압의 오명을 썼다. 임금을 떼먹고 인권을 유린하는 사업주가 많았고 노동 행정은 허술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나라 안팎에서 비판받았다. 이주 노동자 송출국과 외교 마찰도 빚었다. 이주 노동자 처우는 개선됐다. 물론 아직도 임금 체불, 산업 재해, 인권 유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여러 현장에서 접한 이주 노동자의 상당수는 대한민국의 노동에 만족한다. 최저임금으로도 자기 나라 임금의 몇 배가 넘는다. 한 명의 노동자가 아쉬운 많은 중소기업은 월 300만원대 임금을 지급한다. 조선소에서는 숙련된 이주 노동자에게 연봉 5000만원대를 준다. 농어촌을 비롯한 많은 생산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는 자연스러운 이웃이다. 이주 노동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타국 국적을 숙명으로 안고 있는 이주 노동은 언제든지 갈라치기 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내국인 노동자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실제 상황이 그렇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을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저숙련 업무에서 일할 적정한 임금의 내국인 인력이 부족해서다. 고숙련 업무는 내국인 노동자가 감당한다.
‘울산형 광역 비자’를 둘러싸고 해당 지역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도 이주 노동을 갈라치기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울산형 광역 비자는 울산시가 해외 현지에서 인력을 교육·선발하고 기업에서 고용하는 방식이다. 조선업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내국인 유권자 표가 필요한 지방선거 때문인지, 지난 3월 울산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이주 노동자 때문에 조선소 저임금이 고착되고 청년 고용 기회가 박탈된다고 주장했다. 광역 비자 폐지를 요구해 논란이 커졌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데, 현장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조선소는 이주 노동을 없애면 내국인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조선업은 10~2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산업이다. 대한민국 조선업을 붕괴 수준으로 몰아간 2010년대 불황기에 다수의 숙련 인력은 평택 삼성반도체 건설 현장 등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은 조선업 호황기에도 돌아오지 않는다. 조선소 노동이 더 힘들어서다. 청년층은 조선업을 기피한다. 취업해도 대개 반년을 버티지 못한다. 호황기에도 그런 형편이다.
대한민국 조선업은 중국과의 경쟁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경쟁에서 밀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인건비 격차다. 그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소 원청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이 경직된 법 체계에서 불황기를 대비해야 하는 조선소는 결국 이주 노동에 기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데는 1960년대 파독 광부·간호사, 1970년대 중동 건설 노동자 역할도 컸다. 그들이 산업화의 역군이었다. 먼 타국에 나가 힘들게 노동하며 보내온 달러를 보태서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랬던 나라라면 이주 노동자에게 관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불법 체류를 양산한다고 할 정도로 이주 노동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더 엄격하면 안 된다.
나의 아버지도 중동의 이주 노동자였다. 1년도 채 버티기 어렵다는 그 뜨거운 사막의 건설 현장에서 무려 8년이나 버텼다. 그래서 중병을 얻었고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은 54세에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아버지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할 때마다 남몰래 먼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대한민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은 가족까지 데려온 경우가 많다. 아내·자식과 함께 매일 밥을 먹어 행복하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공통의 소망이 있다. 대한민국 물가가 비싸서 혼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어려우니까 아내도 취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주 노동자 가족 동반 F-3 비자는 농어촌과 돌봄 등으로 취업이 한정되어 있다. 그것을 소규모 음식점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만 넓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기를 기대한다.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대한민국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美조종사 찾아낸 양자 기술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구조 대원이 가방처럼 생긴 장비를 들고 나타났다. 마이크로파 레이더로 지진 잔해에 갇힌 실종자의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장비였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나사(NASA)가 원거리 물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우주 탐사용 레이더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다. 수m 두께 콘크리트도 투과할 수 있어 심장 박동과 호흡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를 훨씬 뛰어넘는 탐지 기술을 미군과 정보당국이 이란에서 사용했다고 뉴욕포스트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락한 미 전투기 조종사의 심장 박동을 ‘고스트 머머(Ghost Murmur)’라는 극비 기술로 탐지했다는 것이다. 극도로 약한 신호까지 포착해내는 최첨단 ‘양자 센서’가 활용됐다고 한다.
▶심장은 박동할 때마다 미세한 전기 신호를 발생시킨다.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돼 심장 박동이 아주 미세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측정하는 기술이 자기 심전도다. 최근에는 이처럼 매우 미세한 자기장을 더 정밀하게 감지하는 ‘양자 센서’가 개발됐다. 나침반 바늘이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듯, 원자 속 전자의 상태 변화로 외부 자기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양자 자기 계측 기술이 이번 미 조종사 구출 작전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 밖의 조종사 심장 박동을 감지했다는 보도에는 과학계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심장의 자기장은 매우 약해 센서를 가슴 가까이에 댄 상태에서나 간신히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물리 법칙에 따르면 자기장의 세기는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해 급격히 줄어든다. 예컨대 심장에서 약 10㎝쯤 떨어진 가슴 표면 부근에서 측정되던 신호는 1m만 멀어져도 1000분의 1 수준으로 약해진다. 양자 센서가 아무리 민감해도 몇㎞ 이상 거리의 신호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의 심장 박동이 내는 자기장과 지구 자기장이 뒤섞인 환경에서 인간의 신호만 가려내는 것도 어렵다.
▶반면 이란의 황무지 산악 지대 특성상 방해 요소가 적어 미세한 자기장을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감지 거리의 한계를 드론 등 저고도 비행 센서로 극복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심지어 심장 박동을 직접 찾은 게 아니라, 지형의 자기장 지도를 이용해 미세한 자기 왜곡을 포착하는 기술로 위치를 특정했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비약적 기술 도약이 극비로 구현된 것인지, 기술력을 과장하는 기만 전술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과 과장을 정교하게 뒤섞는 것, 그것 또한 전쟁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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