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AI가 2분 만에 표심 읽어... 여론조사, 사람 필요없다?

太兄 2026. 4. 2. 20:23

AI가 2분 만에 표심 읽어... 여론조사, 사람 필요없다? 외4.

가상공간 만들어 분석... 선거판 지형 바꿀듯

입력 2026.04.02. 15:35업데이트 2026.04.02. 16:59
AI 여론조사 이미지./제미나이

오는 6월 국내 전국동시지방선거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등 정치 이벤트를 앞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여론과 소비자 행동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예측하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천에서 수백만에 달하는 AI 인격체(페르소나)로 구성된 가상의 대중(大衆)을 만든 뒤 이를 통해 여론과 신상품의 반응을 미리 예측해 대비하는 ‘다중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쉽게 얘기해 신(神)이 된 인간이 수많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AI 에이전트를 창조한 뒤 여러 변수를 주입해 ‘신의 관점’에서 AI 에이전트들의 행동 변화를 관찰해 미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다.

최근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구동하는 연산 비용이 수백 달러에서 수십 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며 비용 측면에서도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전통적인 여론 조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도 조사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과거 구글의 AI 모델 알파고가 방대한 기보(棋譜)를 바탕으로 이세돌 9단의 ‘수(手)’를 찾았다면, 이제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 양식과 사회 변화까지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미로피시를 통한 군집지능 예측 구현 모습/깃허브

◇ 10일 만에 만든 평행 세계

지난달 초 중국의 20세 대학생 궈항장(郭航江)이 내놓은 서비스 ‘미로피시(MiroFish)’가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서 글로벌 트렌딩 1위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됐다. 미로피시는 다중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군집 지능을 예측하는 서비스로 가상의 평행 세계를 만든다. 뉴스 기사, 정책 초안, 재무 보고서 등의 데이터를 시드(Seed)로 입력하면 각기 고유한 성격과 편향성을 가진 AI 인격체 수천 명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이들을 가상의 소셜미디어 공간에 넣어 활동하게 한 뒤 각각 AI 에이전트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특정 주제가 대중들 사이에서 어떻게 확산하고, 특정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 과정에 실시간으로 돌발 변수를 주입하는 것도 가능하고, 최종 결과가 나온 뒤 특정 AI와 “입장을 바꾸게 된 이유가 뭔지”라며 일대일 대화도 가능하다.

아직은 시나리오 탐색 도구 단계지만 파급력은 작지 않다. 원작자가 결말을 내지 못한 중국 4대 기서(奇書) ‘홍루몽(紅樓夢)’ 80회 분량을 통째로 학습시켜 잃어버린 결말을 도출해 내 21만 뷰를 기록했고, 나쁜 경제 뉴스에 개인·기관 투자자가 30일간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반응하는지 시뮬레이션하기도 했다. 성다(盛大)그룹 천톈차오 회장은 미로피시 공개 24시간 만에 3000만위안(약 65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미로피시 로고/깃허브

미국의 아루(Aaru) 역시 다중 에이전트 시뮬레이션으로 B2B(기업 대 기업) 시장에서 수익화하는 데 성공한 대표 기업이다. 2024년 10대 청소년 3명이 설립한 뒤 그해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올랐다.

기업이 ‘50대 남성, 서울 거주, 자녀 2명, 보수 성향’ 등 수백 가지 고유한 특성을 가진 구체적 타깃을 지정하면, 가상 소비자를 생성하고 신제품 반응을 예측한다. 기존 시장 조사가 사람을 모집하고 설문을 돌리는 데 수개월, 수천만 원이 들었다면 아루는 5000명의 반응을 2분 만에 추출한다. 사람들의 사회적 체면치레 탓에 발생하는 설문 오차를 배제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현재 맥도날드, 바이엘 등 글로벌 대기업이 고객사다. 2024년 뉴욕 민주당 예비선거에선 아루의 AI 투표 시뮬레이션이 실제 선거 결과와 불과 371표 차이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작년 설립된 스타트업 ‘인텔리시아’는 아시아 최초로 AI 소비자 행동 예측 기술을 상용화한 스타트업이다. 소비재 시장 조사를 타깃해 기존에 4~6주가 걸리던 소비자 조사를 30분 이내로 단축하며 주요 대기업을 포함해 20여 곳과 협업 중이다.

스탠포드대에서 개발한 AI 시뮬레이션 '스몰빌'/스몰빌 캡처

◇ “결과 해석 맹신해선 안 돼”

다중 에이전트 시뮬레이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23년이다. 스탠퍼드대 박준성 박사가 AI 에이전트 25개를 가상 마을 ‘스몰빌’에 넣고 자율적으로 생활하게 한 논문이 그해 컴퓨터 공학계 최고 권위 학회(ACM UIST)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에이전트들은 알아서 관계를 맺고, 일정을 조율해 다른 에이전트를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2024년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실존 미국인 1052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각 개인의 태도와 행동을 복제한 AI 에이전트가 실제와 얼마나 유사하게 반응하는지 체계적으로 검증했다. 올해 2월 박 박사가 스탠퍼드 동료와 창업한 ‘시밀리(Simile)’는 소비자 구매, 정책 반응 등 인간 의사 결정 전반을 시뮬레이션하는 플랫폼을 서비스한다. 오픈 AI 공동 창업자 안드레이 카파시 등 AI 분야 거물급 인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AI 합성(synthetic) 소비자’ 모델 부상에 전통 리서치 대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 분석 회사인 닐슨은 방대한 실제 구매 행태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소비자 패널 서비스 ‘바세스(BASES) AI 스크리너’를 출시했고, 글로벌 여론조사 전문 기업 입소스는 기업 담당자가 가상 소비자와 실시간 대화할 수 있는 ‘페르소나봇’을 상용화했다. 다만 아직 기술적인 한계는 있다. 전문가들은 다중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이 실제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도구에 가깝다는 점에서 결과 해석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승차감 같이 사람이 육체적으로 직접 느끼는 ‘물리적 경험’에 의존하는 데이터는 AI가 흉내 낼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행보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행태도 아직은 AI가 완전히 쫓아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李대통령, 국힘 의원들과 악수... 시정연설 모처럼 화기애애

국회 시정연설, 26.2조 추경안 설명... "현재 위기는 소나기 아닌 폭풍"
"빚 없는 추경으로 경제 방파제 쌓겠다... 반도체 호황 따른 초과세수 활용"
"에너지 위기를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 초당적 협력 당부
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중동 사태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라며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한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의원들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입력 2026.04.02. 14:18업데이트 2026.04.02. 17:19
이재명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며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오늘로 34일째지만,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선제 대응이 늦어질수록 우리 경제와 국민이 입은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며 국회에 빠른 추경안 처리도 당부했다.

◇“파괴된 중동 인프라 복구 상당한 기간 소요”

이날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현재 조성된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며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중동 사태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침체하며 어렵사리 되살린 우리 경제 성장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코스피 지수 5000 돌파에 이어 반도체·조선 등 우리 기업의 활약으로 경제가 비상할 기회를 맞았지만, 예상 밖의 복합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또 “석유 공급 차질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했고, 나프타와 요소 등의 원재료 부족은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과 비료 생산 등 광범위한 민생 현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국채 발행 없는 ‘빚 없는 추경’… 초과 세수 25.2조원 활용”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하겠다”며 “중동 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히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의 세부 목표로 ‘사회적 약자 보호’와 ‘경제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민생 안정과 관련해 “고유가·고물가의 이중 부담을 겪는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드리겠다”며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최대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소개했다.

청년 지원과 관련해서는 “이번 위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창업·취업 기회 확대를 약속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에너지 위기를 교훈과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1000억원의 재생에너지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곳에서 300곳으로 두 배 확대해 적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을 추가 확대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지역을 폭넓게 지원하겠다”며 “계층과 세대, 산업 모든 부문에 걸쳐 격차가 커지는 K자형 양극화 문제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매점매석 무관용… 위기 극복 성패는 속도” 초당적 협력 호소

이 대통령은 공동체의 단합된 힘과 국회의 결단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체의 위기를 틈타 담합, 매점·매석 등 부당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질 때 위기의 터널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저를 비롯한 공직자부터 비상한 각오로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며 “이번 추경안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도약할 발판”이라고 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자”고도 했다.

◇연설 끝까지 자리 지킨 국힘… 李대통령과 악수하고 ‘민원’ 대화

이 대통령은 시정 연설이 끝난 뒤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국민의힘 의원석을 찾아 악수를 하기도 했다. 특히 송언석 원내대표는 잠시 서서 이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 송 원내대표는 “제대로 된 사업만 추경에 포함하자”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심사 잘 해주세요”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주호영·이헌승·조경태·서지영·서일준 의원 등과도 대화하거나 인사를 나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부산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이헌승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포퓰리즘적 법안이 아니고 지역 발전을 위한 법안이니 도와달라”고 말했으며, 역시 부산이 지역구인 서지영 의원도 법안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시장에 출마해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사전 환담에 이어 시정연설 뒤에도 이 대통령에게 대구·경북 행정 통합 법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재차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거제가 지역구인 서일준 의원은 “조선 산업을 챙겨달라”고 했다고 한다.

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중동 사태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라며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한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를 찾아 개헌 논의와 관련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또는 계엄 요건 엄격화 문제들은 충분히 (여야 간) 합의...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부담 대응 등을 이유로 26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핵심은 소득 하위 7...
 
기획예산처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부담 등 위기 극복을 이유로 26조2000억원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박홍근 ...

 

세계는 드론 전쟁 시대, 한국군은 드론작전사령부 해체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입력 2026.04.02. 11:18업데이트 2026.04.02. 11:19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이라지만... 정치적 논리 앞세운 실책"
미국과 이란, 값싼 드론 앞세워 물고 물리는 전쟁

2018년 육군이 창설한 드론봇 전투단이 정찰 드론 운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2026년 2월 28일(현지 시각) 미국은 ‘장대한 분노(Epic Fury)’, 이스라엘은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라는 작전명으로 이란 본토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정규 해군과 공군은 무력화(無力化)됐다고 평가하며 이란 전력(戰力)의 약 90%가 무력화됐다고 추정한다. 한편 정규군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이란 혁명수비대(IRG, 지상군·미사일 전력 중심)는 아직 건재하다. 미국은 현재까지 이란에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참수작전은 성공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 인접국(바레인, 카타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대상으로 보복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이번 대응작전을 ‘진실한 약속 4(True Promise IV)’로 명명했다. 과거 이스라엘을 상대로 했던 보복공격(진실한 약속 1·2 등)의 연장선에 있는 명칭이다.

 

개헌마저 제1야당 제외하고 할 수는 없어

조선일보
입력 2026.04.02. 00:20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원내대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왼쪽부터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당대표. /뉴스1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6·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 위한 개헌안 발의 절차에 착수했다. 우 의장과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원내대표들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초당적 개헌 추진을 위한 국회 선언문’을 발표했다. 오는 3일까지 각 당 의원의 서명을 받아 6일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 의장이 주도한 개헌안은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잇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승인이 부결되거나, 48시간 이내에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엄을 즉시 무효화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아울러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 대통령의 해제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규정했다.

이번 개헌안은 국힘 의원들도 크게 반대할만한 내용은 없다. 다만 개헌은 국가 최고 규범을 변경하는 일이다. 제1야당을 제외하고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힘은 개헌을 하는데 국민에게 알리고 토론하는 과정이 부실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개헌안의 의결 정족수는 현재 국회 재적 의원 295명 중 3분의 2 이상인 197명 이상이다. 국힘 의원 10명 이상이 이탈해야 가능하다.

개헌의 필요성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여야 간 무한 정쟁과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 분산형 개헌이 필요하다. 노동·교육·연금·의료 등 국가 재도약을 위한 핵심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모두 포함시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 총선을 시한으로 잡아 2년 정도 국민적 토론과 숙의를 거치면 여야가 합의하는 개헌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헌법 전문이나 계엄 관련 조항 변경도 그 때 할 수 있다.

 

20년 전 위기 땐 영남 중진들이 黨 구하려 몸 던졌다

野 지지율 與에 30%p 뒤져
TK 빼고 전멸 2018 속편 예고
尹어게인 지도부가 문제지만
"나만 살겠다" 행태도 눈살
保守 위해 국힘 버려야 하나
지지층 한두 달새 결단 고민

입력 2026.04.01. 23:55업데이트 2026.04.02. 10:42
김창균 논설주간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 6명과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이 1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공정 경선 협약식에서 공정한 경쟁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하·윤재옥·이재만·주호영·최은석·추경호·홍석준. /뉴시스

지난주 하루 간격으로 발표된 NBS 조사와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점을 찍었다. 각각 69%와 65%였다. 민주당 대(對) 국민의힘 지지율은 46%대 18%, 46%대 19%로 거의 똑같이 나왔다. 두 기관 조사는 상대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는 편이다. 양쪽 결과가 비슷하니 현재 민심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권역별 정당 지지율은 두 달 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성적표가 얼마나 처참할지 예고한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민주당이 40%대 후반, 국민의힘이 10%대 후반이다. 후보 개인기로 따라잡기 힘든 간격이다. 부산·경남조차 민주당이 10%p 안팎 차이로 앞선다. 이번 선거 유일한 접전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NBS에선 25% 대 27%, 갤럽에선 27% 대 27%였다. 보수 정당이 늘 두 배 넘게 이기던 곳인데 승패를 알 수 없는 혼전이다. 이런 추세라면 보수 정당이 17개 시·도지사 중 대구, 경북 두 곳만 건진 2018년 지방선거보다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선거판 모양새 자체가 그때와 빼닮았다. 보수 정당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그것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다른 모래주머니까지 주렁주렁 달렸다. 8년 전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을 모셨던 총리 출신 대표가 탄핵의 강(江)을 건너지 못하고 허우적대더니 이번 국민의힘 대표는 대놓고 ‘윤(尹) 어게인’을 외치며 나락에 빠져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당 대표들이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다 당을 내전에 빠뜨리는 대목까지 평행선이다.

8년 전보다 더 볼썽사나운 대목도 있다. 당이야 결딴나든 말든 “내 몸 하나만 추스리면 된다”는 의원들 행태가 대표적이다. 승산 없는 지역엔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 한다. 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충청권도 후보 구하기가 어렵다. 당장 승부가 어려워도 당의 미래를 위해 깃발을 들겠다는 감투 정신은 실종 상태다. 반면 TK 지역은 대구 9명, 경북 6명 등 경선 신청자들이 디글디글했다. 쓰나미를 피해 높은 지대로 몰려드는 이재민 행렬을 보는 듯하다.

고향에서 체급을 키운 뒤 중앙 무대로 진출해 큰 꿈을 꾸는 게 정당 생태계다. 그래야 정상이다. 국민의힘은 정반대다. 수도권에서 얻은 유명세로 고향 공천을 따낸다. 본선을 쉽게 치르려는 퇴행이다. 서울, 인천, 경기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영남 공천에 기웃대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최근 두 차례 대구시장도 서울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다 낙향했다. 이번 대구 시장 경선 과정에서도 집안싸움으로 드잡이를 하고 있다. 망해가는 당 돌아가는 꼴이 참 민망하다. 20년 전 선배들은 그렇게 처신하지 않았다.

보수 정당은 1997년 대선에서 첫 패배를 맛봤다. IMF 환란이라는 초유의 사태 탓이라 여겼다. 5년 후 정권 재탈환을 자신했는데 2002년 대선에서 또 졌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충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수백억대 대선 자금 수사가 시작됐다. 당사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가, 차떼기로 지역에 배달된 현금 다발 얘기가 뉴스를 뒤덮었다.

이대로 2004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다들 느꼈다. 하나둘 불출마 선언이 터져 나왔다. 영남 중진들이 앞장섰다. 정창화 의원(경북 군위·의성, 5선)은 “별로 남긴 일도 없이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고 했고, 박헌기 의원(경북 영천, 3선)은 “대선 패배로 나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고 했다. 김동욱 의원(경남 통영·고성, 4선)은 “너무 오래 당에 부담만 줬다”고 했다.

자신들을 밟고 가라는 메시지였다. 최종적으로 28명이 정치 생명을 내려놓았는데 영남이 14명이었다. 영남 지역구 비율이 4분의 1인데 불출마는 절반이었다. 국민들의 싸늘했던 시선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국힘에 등을 돌린 민심은 어떻게 돌려 놓을 수 있을까.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가 “국민이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보수가 산다”고 했다. 표를 얻으려는 정략적 발언이다. 하지만 지지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있는 상태인가. 이참에 허물고 새 집을 짓게 해야 하나, 아니면 부축해 일으켜 세워야 하나. 앞으로 한두 달 새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국민의힘 사람들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