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유시민의 'ABC'와 송영길의 '친문 저격'… '진짜 아군' 골라내는 전쟁의 서막

太兄 2026. 3. 30. 17:18

유시민의 'ABC'와 송영길의 '친문 저격'… '진짜 아군' 골라내는 전쟁의 서막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입력 2026.03.30. 03:00업데이트 2026.03.30. 09:18
 
 

8월 전당 대회 앞두고 이합집산·세력 규합
대중 정서 동떨어진 그들만의 권력 전쟁

더불어민주당의 시계는 6월 지방선거를 넘어 8월 전당대회를 향해 급박하게 회전하고 있다. 썸트렌드(SomeTrend)가 지난 16~26일 분석한 유시민 작가와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와 감성 연관어 분석 결과는 현재 민주당이 직면한 심각한 내홍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시민의 빅데이터 연관어에는 ‘지식인’ ‘논리’ ‘노무현 재단’과 같은 전통적 가치와 함께 ‘송영길’ ‘분석’ ‘사회’ 등이 등장한다. 반면 송영길의 연관어에는 ‘인천’ ‘계양을’ ‘시장’ ‘봉투’와 같은 과거의 족쇄와 미래의 교두보가 혼재되어 나타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두 인물 모두에게서 ‘비판하다’ ‘논란’ ‘갈등’ ‘배신하다’와 같은 부정적 감성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행보를 걷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썸트렌드(SomeTrend)의 빅데이터 연관어와 감성 연관어 분석 결과(3월 ...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터져 나온 장인수 기자(전 MBC)의 발언으로 정치권은 특히 정부·여당은 ...

 

주객이 전도되는 AI와 인간

[비즈톡]AI 생산성 높이는 PM역할 맡는 사람

입력 2026.03.30. 15:41업데이트 2026.03.30. 15:56
/AP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입사한 지 3주 된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글쓴이의 경험담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팀원 중 누구도 직접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여러 AI 에이전트(비서)를 병렬로 돌리며 엔지니어가 관리자처럼 일한다”고 썼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방식은 AI를 활용해 코딩을 더 빠르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은 PM(프로젝트 매니저)이고, AI 에이전트가 엔지니어이며, 임무는 모든 에이전트가 막히지 않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글은 레딧에서 많은 엔지니어의 공감을 사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글쓴이는 적어도 개발 직군에선 이젠 AI를 관리하는 PM 역할만이 사람의 몫이 됐고, 기존처럼 AI의 도움을 받는 사람과 AI를 관리만 하는 사람 사이 생산성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AI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좋은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고, 적재적소에 AI를 배치하는 것만이 사람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인간이 AI를 활용한 방식에서 더 진화한 것입니다. 인간은 그간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해 더 빨리,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왔습니다. 직원들은 AI를 인턴이나 후배 직원처럼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AI와 인간의 역할이 아예 나뉘고, AI로 인해 더 이상 인간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작년 3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3~6개월 안에 AI가 전체 코드 중 90%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이 된 겁니다.

최근 AI 업계에선 AI가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클로드는 지난 52일간 주요 기능 50개를 출시했는데, 이는 AI를 활용해야 가능한 속도입니다. 아모데이 CEO는 “클로드가 자체 차기 버전을 설계하는 셈인데, 완전히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AI는 그간 인간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AI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정반대로 인간이 AI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기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결국 ‘관리자’가 아닌 신입·주니어 인력은 직장에서 할 일이 없어지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공지능(AI) 도입 확산과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가 맞물리면서 연구개발(R&D), 법률·회계 등 전문직과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지난...
 
식품 시장의 ‘유기농’ 인증처럼, 이제 콘텐츠 시장에도 AI(인공지능)가 만들지 않고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식이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에서는) 7만5000명의 직원과 750만개의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게 될 것이고, 과학적 난제, 신약 개발 등 SF(공상과학) 소...

 

박상용 검사 "이화영 측이 '종범 의율' 먼저 제안"...6가지 근거 들어 반박

대북 송금 사건...박 검사, 민주당 진실 공방 계속
서민석 변호사"추가 녹취 공개할 것"

입력 2026.03.30. 09:58업데이트 2026.03.30. 13:36
박상용(왼쪽 둘째) 검사와 이화영(왼쪽 셋째)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작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뉴스1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측과 수사 검사의 진실 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는 지난 29일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화영)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다”고 한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주임 검사인 박상용 검사와 서 변호사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서 변호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청주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30일 페이스북에서 “전체 통화를 공개하지 않은 짜깁기”라며 6가지 반박 근거를 댔다. 박 검사는 첫 번째 근거로 “이재명 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진술 등이 있었고 대북 송금의 주된 목적이 ‘경기지사 방북’이었다”며 “이 지사는 혐의가 농후한 주요 수사 대상이지, 표적 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박 검사는 두 번째로 “서민석 변호사가 2023년 6월부터 먼저 검찰에 ‘이화영이 이재명의 가담 부분을 사실대로 말할 경우 이화영을 종범으로 의율해 달라’라는 것을 포함해 여러 선처 요구를 했다”고 했다. 박 검사는 “그런데 당시 이화영 부지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가담 여부에 대해 모호하게 진술하는 상황이었고, 그에 비해 이화영씨가 대북 송금을 주도·관여한 물증이 너무나도 많아 ‘이화영 종범 의율’은 법리상 전혀 맞지 않는 요구였다”고 했다.

그는 세 번째 근거로 “이번에 공개된 녹취는 이화영 종범 의율에 증거나 법리상 어렵다며 거절한 것을 설명한 것인데, 민주당이 짜깁기한 것”이라고 했고, 네 번째 근거로 “‘수사 거래’라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서 변호사의 선처 요청은 검토된 적도 있으나 모두 무리하고 법리에 맞지 않아 수사팀에서 거부되었다”고 했다. ‘이재명 주범’ ‘이화영 종범’ 관련 통화는 서 변호사의 ‘이화영 종범’ 요청이 먼저였고,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박 검사는 다섯 번째로 “이화영씨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한 과정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했지만, 그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면서 증거 부동의를 했다”며 “그에 따라 이화영의 검찰 진술은 본인의 대북 송금 등 확정 판결의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검찰 진술에 대해 부인하고 증거 채택을 거부하면, 그 검찰 진술 조서는 재판 증거로 쓰이지 않는다. 이화영씨는 작년 6월 이 사건으로 징역 7년 8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 검사는 여섯 번째로 “서 변호사는 수십 통의 전화 변론을 했다”며 “그런데 단 한 통의 전화도 통째로 공개하지 못하고 오로지 검사의 대화만 자신의 허위 억지 주장대로 짜 맞추고 있다”고 했다. 또 “서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화영씨의 자백 사실을 변호인으로서 스스로 진술했고, 이화영씨 확정 판결, 이재명 지사 기소에 이르기까지 어떤 얘기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사실은 그 자백이 허위였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반면, 서 변호사는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박 검사와 추가 통화한 것이 있다”며 31일 김씨 유튜브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주·종범을 제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지만, 설령 제가 제안했더라도 중요한 것은 검사가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여러 달콤한 제안을 하면서 진술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와 관련해 “박 검사가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
 
17일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 파티 의혹’ 위증 사건 재판에서 재판장은 “재판 기록이 유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3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검찰의 소설’이라면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작...

 

 OECD 한국 성장률 0.4%p 낮춰, 위기 취약국 2위 지목

조선일보
입력 2026.03.30. 00:20업데이트 2026.03.30. 07:39
27일(현지 시각) 예멘 사나에서 열린 이란 지지 집회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이란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유지했다. 정작 중동 사태를 촉발한 미국은 AI 효과 등을 반영해 상향 조정했고, 일본은 민간 소비 회복세를 긍정 평가해 기존 전망치를 지켰다. 하지만 한국은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중 영국(-0.5%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앞서 이달 중순 씨티와 바클리가 한국 성장률을 각각 긴급 하향 조정한데 이은 OECD 발표는 우리가 ‘중동발 위기 취약국’으로 지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동발 위기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을 저울질하면서도 지상전까지 대비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점거에 이어 지난 주말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을 선언하며 홍해의 물류까지 위기에 빠졌다. 우리의 원유 수급로가 사면초가에 봉착한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지금은 과거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모두 합친 수준”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상황은 엄중하다.

이미 정부는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시중에서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국민적 불안감도 커져 있다.

당분간 물가 상승 등 고비용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가 LNG 시설 복구에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얼마 전 셰브론·셸 등 글로벌 석유업계는 전쟁 후에도 항공유·디젤 등 아시아 전역의 수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라 경고했다. 여기에 해상 보험료와 전쟁 위험 할증료 등 에너지를 들여오는 기본 비용 자체가 구조적으로 비싸지고 있다. OECD가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포인트나 올린 것도 이런 압박을 반영한 결과다.

OECD는 “정부 정책이 적시에 이뤄져야 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가계와 기업에 집중해야 하며, 에너지 절약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위기 대응 방안을 권고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추진 중인 25조원 규모의 추경을 이런 방향에서 집행하길 바란다. ‘중동발 위기 취약국’이란 상황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총력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작기소 국조'에 대장동 일당 증인, 사법 농락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26.03.30. 00:10

민주당이 ‘조작 기소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위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해, 남욱, 정영학 등 ‘대장동 일당’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각종 재판에서 애초에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대장동 조작 기소가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남욱씨는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재판에서 “검사가 ‘배를 가르겠다’고 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사의 협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정영학씨도 재판에서 수사 초기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상당수 부인하며 “검찰 프레임에 맞춰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윤석열 정권 때 자신들이 했던 말들을 이재명 정권 들어 전부 뒤집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 진실의 문이 열렸다”며 대장동 사건을 검찰이 조작한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정조사 증인으로 이들을 불러 번복한 증언을 기정사실로 만들 것이다. 불법 증거로 기소했으니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장동 사건은 3억5000만원을 투자한 업자들이 ‘성남시 수뇌부’의 특혜를 받아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고, 개발 이익 7800여 억원을 챙긴 범죄다. 1심 법원은 “성남 시민과 공공의 몫으로 돌아가야 했던 개발 이익을 소수 민간 업자에게 몰아준 ‘부패 범죄’”라며 일당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대장동 일당은 횡령·배임·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해서는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된다면 범죄 수익은 챙길 수 있지만 징역은 징역대로 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청문회에 대장동 피고인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을 사면해 줄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해 어떤 증언을 할지 쉽게 짐작이 된다.

이 사건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검찰의 항소 포기 과정이다. 항소 포기로 일당들이 막대한 범죄 수익금을 손에 쥐게 됐지만 누가, 왜 범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지시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다. 그러더니 항소 포기가 아니라 조작 기소 국정조사를 열고, 피고인들을 불러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는 증언을 듣겠다고 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 의사당을 민주당 정권과 대장동 일당의 ‘거래’ 장소로 만들 셈인가.

 

정파적 '역사바로세우기' 아닌지 돌아봐야

조선일보
입력 2026.03.30. 00:00업데이트 2026.03.30. 07:42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9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위령탑에 분향 후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에서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 민사상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해 살아있는 한 끝까지 형사 책임을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3 추념식을 앞두고 이날 제주 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자에게 참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소셜미디어에 “고문과 사건 조작, 사법 살인 같은 국가 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 폭력 범죄 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최악의 국가 폭력 사건인 제주 4·3 참배를 간다. 이유 없이 죽창에 찔리고 카빈총에 맞고 생매장당해 죽은 원혼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유족 오찬에서 국가 폭력 시효 배제에 대해 “나치 전범을 처벌하는 일”에 비유했다.

권위주의 시대 명백한 고문과 조작, 사법 살인으로 훈포장을 받았다면 이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는 고문 기술자에 대한 훈포장 박탈처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특히 해방 직후 혼란기 사건까지 소급할 경우 과거사 문제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민주화 이후 과거사 문제는 ‘진실과 화해’ 원칙에 따라 진상 규명을 토대로 억울하게 당한 희생자를 위로하고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방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4·3 사건이 대표적이고, 여순 사건 역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보도연맹 사건 등 6·25 전쟁 중에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 권위주의 시대 피해 사건 등도 진상 규명과 국가 보상이 20여 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국가 폭력 범죄자에 대한 형사·민사 시효 배제는 ‘진실과 화해’ 원칙을 넘어 범죄자를 가려내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4·3 사건과 여순 사건 모두 남로당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대사의 비극이다. 일어난 지 80년이 돼가는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가려질 리도 없다.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 유공자 취소처럼 일방적 발언을 근거로 서훈이 취소되고 단죄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분란과 분열을 피할 수 없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성공한다

규제로 무산된 사업 살려
투자 활성화, 고용 창출해야
비협조 부처는 장관 문책을

악질적 규제의 배후에는
기득권자·국회의원 있어
무인택시는 왜 못 하나?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가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이 무인 택시는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으로 올해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승객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인데 정작 기술을 가진 국내에서는 여러 규제와 업계 반발로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5000을 웃도는 주식시장 활성화는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져야 완성된다. 그런데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빚까지 내서 주식 투자에 몰두하다 보니 실물 소비와 실물 투자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는 뭐니뭐니 해도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부담 완화,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 지원, 외부 리스크에 노출된 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추경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인데 역시 실물 투자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 지역화폐로 소비를 지원해도 지원받은 만큼 자기 돈을 아껴서 주식 투자를 한다면 그 효과가 전보다 더 적지 않을까 걱정된다.

결국 고용 창출은 민간 투자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규제 때문에 무산된 사업들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확실하지 않을까? 실물 투자로 일자리 창출과 소비·투자 증가의 선순환을 만드는 일은 유동성의 흐름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많은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1998년 이후 총리가 주도했던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총리와 동급의 민간 부위원장 3명을 두는 규제합리화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것이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고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법제처가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한 규제 3500여 개를 3년에 걸쳐 정비하겠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은 1년 안에 해내라고 지시했다. 법 개정 없이 가능한 규제부터 신속히 개혁하려는 자세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법제처가 부처들을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부처가 비협조적인 경우 대통령에게 직보하고, 대통령이 결론을 내려야 하며, 비협조적인 부처는 장관 등 고위 공무원을 문책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규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규제의 뿌리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나 공무원이 규제의 원흉이고 권한 유지를 위해 규제 혁파에 미온적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는 정부가 임의로 바꿀 수 없고 입법으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임명직은 선출직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에게 순치되어 잘못된 규제 입법조차 막아낼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해졌다. 가장 악질적인 규제의 배후에는 경쟁을 꺼리는 기득권자들과 표를 의식해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기득권자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새로운 업태, 새로운 업체로 이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직 생겨나지 않았다. 정치권이 언제나 기득권을 편드는 이유이고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규제 개혁이 안 되는 이유다.

2022년 스타트업 관련 몇 개 기관이 세계 100대 유니콘 기업 중 55개는 한국에선 아예 불가능하거나 심하게 제한을 받는다는 공동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승차 공유(우버, 디디추싱), 공유 숙박(에어비앤비), 원격 의료(텔라닥), 유전체 분석(23앤드미), 핀테크(스트라이프) 등이었는데 그동안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되는 무인 택시를 한국에선 못 하는데 규제 개혁 운운하는 것은 좀 우습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서 이미 성공한 투자가 한국에서도 가능하도록 ‘이미 했어야 하는 규제 개혁’부터 당장 해야 한다.

규제가 오래되면 공기처럼 당연시되어 규제 개혁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수입 규제다. 최근 문제가 된 밀가루와 설탕의 가격 담합 배후에는 이런 수입 규제가 있다. 과감한 수입 개방으로 경쟁에 노출시키면 담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고, 부작용이 심한 가격 규제는 필요도 없게 된다. 조류 독감으로 달걀 공급이 부족하면 비행기로 수입하기까지 하는 나라가 왜 평소에 수입 개방을 통해 탄력적 공급이 가능하게 하지 않는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쟁을 통한 공급 확대이고,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보다는 수입이 더 빠른 공급 확대 방법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모든 분야에 걸쳐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경쟁력을 잠식하는 고지가(高地價)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이용과 관련된 규제, 대표적으로 농지·임야 전용에 대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인 농민이 원하고, 이 규제를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 집단도 없는 농지 전용 규제조차 혁파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 정치권은 고지가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손톱 밑의 가시 뽑기나 전봇대 옮기기는 규제 개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