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한미 이상 기류, 집권당 감정적 대응은 안 돼

太兄 2025. 7. 11. 20:22

한미 이상 기류, 집권당 감정적 대응은 안 돼

조선일보
입력 2025.07.11. 00:10업데이트 2025.07.11. 07:00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0일 공개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를 요구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하고 무도한 요구”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는 것인데 지금은 1년에 11억달러 수준이다. 진 의장은 “사실관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왜곡까지 하고 있어서 실로 유감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주둔 미군을 4만5000명이라고 했는데, 실은 2만8000명”이라고 말했다. 진 의장이 이런 입장을 밝힌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미 간에는 여러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이뤄졌다. 그러나 백악관은 당선 축하 논평에서 대선을 언급하며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매우 이례적 언급을 했다. 지난달 G7 정상회의로 기대했던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중동 문제로 귀국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그러고선 아직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동맹 강화와 정상회담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 반응은 “공감을 표했다”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미국 측은 아무 발표도 없었고 위 실장이 미국의 반응이라며 전한 한마디뿐이다. 다소 이견이 있어도 양국 당국자들이 함께 “철통같은 동맹” “빛 샐 틈 없는 공조” 같은 발표를 했던 과거 한미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최근 미 루비오 국무장관은 한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다른 일정이 있었다지만 관세 협상을 주도하는 미 베선트 재무장관이 곧 일본을 방문하는 것과 비교되고 있다. 트럼프와 루비오 국무장관의 SNS에 ‘한국’은 거의 실종 상태라고 한다.

지금 트럼프의 태도와 언행에 불쾌감을 느끼는 국민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집권당이 직접 나서 미국 대통령에 대해 공개 비난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다는 의미의 ‘무도하다’는 표현은 야당 대표에게도 잘 하지 않는데 동맹국 정상에게 이런 표현을 쓴 것은 감정적 대응이다. 이런 내용은 트럼프에게 모두 전달될 것이다.

한미 관계는 관세부터 주한 미군 문제까지 어느 한 곳에서 파열음이 날 경우 국가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브라질에 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미 관계를 면밀히 다시 살펴 국익을 최대화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옳다. 어쨌든 3주 시한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트럼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종합 해법을 제시하고 타결해야 한다. 불가능하지 않다. 감정은 버리고 인내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