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26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원전 사업에 대한 최종 계약체결

太兄 2025. 6. 12. 17:45

 

 
경주시에 본사가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약 26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원전 사업에 대한 최종 계약체결을 마쳤다는 희소식에 먼저 반가운 마음을 전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날 현지에서 발주회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소(EDUⅡ)와 26조원 규모의 원전 2기 공급을 위한 계약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2029년부터 2030년까지 착공해 2036년부터 2037년까지 완공하게 됐다. 
 
이번 계약체결은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EDUⅡ와 약 9개월간의 기술과 상업협상을 거쳐 성사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대한민국 원전 수출 역사상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 성공사례이자, 과거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수 있다는 국가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의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 사상 최고액인 26조원 대 계약을 체결 완료한 그간의 과정은 멀고도 험난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한수원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을 수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도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기로 작정하고 행동에 뛰어들었다. 2022년 3월 입찰에 나선 뒤 3년 3개월 만이며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부터 따진다면 11개월 만에 계약이 완료돼 무려 16년 만에 두 번째 해외 원전 수출에 성공한 셈이다.

그동안 애로사항도 많았다. 계약 주체인 양측은 지난해 7월 우선협상자 선정 후 9개월 동안 200여 차례가 넘는 만남 끝에 지난 3월 말 협상을 마무리하고 5월 7일 계약을 맺기로 했으나, 체결 전날인 6일 갑작스럽게 관할구역의 브르노지방법원이 “계약을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내리면서 계약은 연기됐다.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한수원과 경쟁을 벌였던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선정과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가처분 소송을 낸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체코 정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절차는 정당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프랑스 EDP는 이에 앞서 현지 반독점 당국인 경쟁보호청(UOHS)에도 “한수원의 수주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국은 5월 24일 “심사 권한이 없다”며 이를 기각하는 등 여러 과정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가 지난 4일 체코 측은 그동안 양측의 계약을 막았던 체코법원의 가처분결정이 무효가 되자마자 곧바로 서류에 서명하고, 페트로 피알라 총리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최종 계약체결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지난달 초 체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계약 연기 소식을 접한 우리 측은 크게 당혹스러웠지만 흔들리지 않은 채 마음을 다잡고 각종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가처분이 취소되는 즉시 본 계약을 맺을 준비와 함께 체코 정부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이미 모든 서류에 전자서명을 완료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기다렸기에 체코 측과 거의 동시간에 모든 체결절차를 마치게 된 것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계약 후 준공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60년 이상 가동하는 원전 프로젝트다. 체코와 우리나라 사이에 100년 이상 이어질 협력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원전인 APR-1000 모델인 두코바니 5, 6호기는 최초 허가 기간이 60년이고 안전성 평가에서 문제가 없으면 100년 이상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례를 보면 미국은 올 3월 두 번째 가동연장을 허가한 오코니 1, 2, 3호기 등 197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한 다수 원전의 가동 연한을 20년씩 두 차례 연장하며 2050년대까지 운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전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수출을 성사시킨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5일 “이번 계약완료로 최초 허가기간인 60년이 지나면 22세기가 눈앞이고, 20년씩 두 차례만 연장하면 100년을 운전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체코 양국 간에 100년을 이어가는 협력 모델을 만든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종호 전 한수원 본부장도 “가동 연한이 60년이라는 의미는 원자로와 계측 제어 부품 등 핵심기기가 최소 60년은 이상 없이 쓸 수 있도록 설계됐고, 검증까지 마쳤다는 뜻”이라면서 “안전성을 재검증하면 충분히 10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부연설명 했다.
 
세계원자력산업협회(WNA)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39기나 된다. 건설 중인 원전 70기에다 계획이 확정된 원전도 110기에 이른다. 또 추진 중인 원전도 무려 580기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코원전 최종계약 체결은 한국형 원전의 수출 전망을 크게 밝게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주인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 같은 반가운 소식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