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누가 대한민국 역사를 훼손하는가

太兄 2023. 5. 20. 20:56

누가 대한민국 역사를 훼손하는가

2019-04-13 23:11:24


[강천석 칼럼] 누가 대한민국 역사를 훼손하는가

입력 2019.04.13 03:12

이승만 빼고 대한민국 역사 쓰는 그들, 김일성 빼고 북한 역사 쓸까
대통령 취임사 '통합' '공존' '동반자' 사라지고 '증오' '복수' '적개심' 판쳐


강천석 논설고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중계하는 TV를 지켜보며 가슴이 무거웠다. 정상들이 본안(本案)을 놓고 직접 담판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란 원래 위험이 큰 외교 수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기 대량 구입에만 '생큐(thank you)'라고 답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再開) 문제에는 끝내 OK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을 파악해 달라'며 대통령 손에 쥐여준 미국 메시지가 뭔지 모르지만 지금으론 1박 3일 강행군 외교의 소득은 북한에 대해 다시 한번 '성의(誠意)'를 표시한 것 정도 같다.

대통령 외교가 힘을 받으려면 단합된 국민이 뒤를 받쳐줘야 한다. 대통령 지지도는 40% 안팎이다. 취임 이후 최저(最低)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등을 돌린 결과다. 동북아 3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내외(內外) 도전에 부딪쳐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경제성장률이 세계 제2 규모인 중국의 반 토막도 안 된다. 취업률은 일본과 비교가 안 된다. 일본의 고졸(高卒), 대졸(大卒) 취업률은 100%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週) 52시간 근무제 강요 등으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 없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근로자에게 연(年)평균 9000만원을 주면서 독일 폴크스바겐(8303만원), 일본 도요타(8390만원)와 경쟁하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 노조와 사전 합의 없이는 근로자 전환 배치와 파업 시 대체 근로자 투입이 불가능한 나라도 한국뿐이다. 노조가 폭력을 휘두른다고 신고해도 경찰이 출동조차 않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국세청·공정거래위·경찰·검찰·관세청·노동부 등 정부 기관이 심심하면 사냥하듯 기업을 뒤지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더 위태로운 징조는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란 누구인가'라는 국가와 국민 정체성(正體性)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주춧돌이 흔들리니 나라 전체가 요동친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발언을 통해 "인구 5000만 명이 넘으면서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30-50클럽' 7개국 가운데 2차 대전 후 신생 독립국은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일부에서 대한민국 역사를 역사 그대로 보지 않고 100년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것은 자부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귀를 의심할 이야기다.

대통령 발언 사흘 전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는 정부 청사가 있는 세종로 네거리 빌딩들에 독립운동가 10명의 대형 초상화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상하이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李承晩)만 쏙 뺐다.

매년 국민에게 5000억원 가까운 시청료를 반(半)강제로 걷어 가는 공영방송 KBS는 "이승만과 김일성은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괴뢰"라면서 "(이 전(前) 대통령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내용을 전파로 내보냈다.

아무리 공(功)과 과(過)는 같이 간다지만, 이건 처칠 빼고 영국 역사, 드골 빼고 프랑스 역사, 아데나워 빼고 독일 역사를 쓰는 식이다. 이렇게 각박한 인간들도 김일성 빼고 북한 역사를 쓰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아랫사람만 이런 게 아니다.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일본군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만든 해군의 역사가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라고 했다. 6·25 전쟁 때 가장 많이 목숨을 바친 육군 그리고 공군을 대한민국 울타리 밖으로 내친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당시 북한 장관을 지내고 '조국해방전쟁 훈장'을 받은 김원봉에게 대한민국 훈장을 수여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가 등장하는 영화를 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싶다'는 댓글을 올린 것이 계기다.

대통령 속뜻은 귀신처럼 헤아리는 MBC는 200억원 예산으로 김원봉 드라마를 만들어 다음 달 4일부터 방영을 시작하고 KBS도 올 광복절 그를 주역으로 하는 대하드라마를 내보낸다고 한다. 머지않아 국립묘지에 김원봉의 가묘(假墓)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 '공존' '동반자(同伴者)'를 말했다. 딱 2년이 흐른 지금 그 말들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증오' '복수' '적개심(敵愾心)'이란 단어가 온 나라를 휩쓸어 가고 있다. 증오는 새끼를 빨리 치고, 복수는 자기를 먼저 무너뜨리고, 적개심은 내 안에 독(毒)을 푼다. 이러고도 밀려오는 해일(海溢) 앞에서 나라가 무사할 수 있겠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2/20190412032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