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 산불 -

太兄 2025. 3. 31. 19:50

- 산불 -

 

3 26, 전국 40여곳에 산불이 일어났다. 동시다발이라는 말처럼 전국 도처 산야에 동시에 불꽃이 일어났다. 산꼭대기부터 불이 일어난 곳도 있었다. 실화(失火)라면 불은 아래쪽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산꼭대기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전망대 근처에 신나를 뿌린 흔적도 있었다. 방화(放火)를 확신케 하는 증거물이었다.

 

실화(失火)는 사람에 의해 실수로 일어난 불이다. 예를 들어 논밭에서 잡풀을 태우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생긴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일어난다. 간혹 성묘할 때 향을 올리다가 불티가 튀면서, 간혹 향불에 마른 풀이 타면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실화는 대부분 산아래, 혹은 중산간 마을 쪽에서 일어난다. 절대로 산꼭대기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방화(放火)는 말 그대로 불을 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정한 장소가 없다. 산꼭대기든 바위산이든 저수지 둑길이든 불지른 곳은 타오를 수밖에 없다.

 

봄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잔디밭에 붙은 불을 다 껐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절대 안심 못하는 것이 봄에 일어난 불이다. 봄불은 아지랑이와 봄볕에 숨어있다가 타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확 타오른다. 걷잡을 수가 없다.

 

봄 산야는 마른 풀 마른 낙엽 등이 쌓여 있어 그대로 불쏘시개가 되어 있다. 특히 우거진 숲은 상상하기도 두렵다. 불티 하나면 산 하나는 무섭게 태워버릴 수 있는 것이다.

 

살아날 방법도 없다. 불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이 산에서 강풍을 타고 불꽃이 오르면 그 불티가 저쪽 산으로 옮겨가는데는 2~3초면 된다. 고라니나 노루가 아무리 재빠르다 해도 도망칠 수는 없다. 불이 붙은 산과 산 사이에는 열기로 모든 것이 타고 녹는다. 논밭에 차나 농기계를 놔두면 불꽃이 닿지 않아도 열기에 의해 타버린다.

 

피해는 집과 인명피해로 집중된다. 도처에 죽음이 널려있다. 수백년 가꾼 울창한 숲이 새까맣게 검은 숲으로 변해 지옥이 되는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남은 것은 공포와 트라우마, 그리고 우울증이 차겁게 남아서 괴롭힌다. 불만 보아도 식은땀이 흐르는 일이 죽을 때까지 간다. 몸부림을 쳐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이번 2025 3월 산불은 무려 40여곳에서 일어난 산불이다. 실화와 방화가 겹쳐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중국인 몇이 붙잡혔다는, 유튜브에서 전하는 소식이 있었다. 성묘차 다녀간 어느 부녀의 소행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그러나 이들이 방화범이라 할지라도 많아봐야 3년 징역이나 3000만원 벌금에 그칠 것이다.

 

이재명이 산불현장에 다녀간 모양이다. 이재민 한 분이 그 가식어린 행사용 방문에 화가 나서 소리쳤다. 사진 다 찍었냐!!!

 

이재명 지지자들이 모인 카페에 올라온 글은 두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윤석열 지지하는 경상도는 도와주기 싫단다. 심지어 민주당은 마은혁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해주면, 산불재난 피해복구에 협조하겠다는 거래를 흥정해 오고 있다. 지금 이 재난상황을 놓고 어찌 정치적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지금 이런 것들과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의대생 증원 문제로 논란이 극심하던 지난해 추석날 의사가 없어서 병원을 찾다가 죽었다는 소식에 억장이 무너질 때, 더 죽어봐야 의사 귀한 줄 알 것이라는 어느 의대생의 글을 보면서 한탄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자들과 함께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태극기를 바라보고, 가슴을 적시며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 신유빈의 탁구를 보며 환호하고, 양궁선수들을 보며 자랑으로 가슴 벅차야 한다. 소리높여 축구를 응원해야 한다. 다시 억장이 무너진다.

 

지난해 LA 산불이 일어났을 때 미국 전역에 살던 우리 교민들은 LA 주민들을 돕기 위해 몰려갔다. 저마다 김밥을 싸고 텐트를 보내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보냈다. 한 치 사심없는 도움이었고, 미국인들은 고마워했다.

 

그 미국인들이 3월 대한민국의 산불을 보면서, 돕기위해 한국행 비행기표를 사고 있다고 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비행기표가 동이 나고 있다하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모쪼록 이번 산불에 돌아가신 28 분의 명복을 빈다. 부디부디 영면하소서. 아아, 어느 분 한 사람 아깝지 않는 목숨이 없구나.

 

2025. 3. 31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