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감싸주는 덕담>
강원도 영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결혼을 하여 시댁으로 온 새 며느리가 첫 밥을 짓다가 밥을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시집을 오기 전에 친정 어머니는 딸에게 여러 차례 당부했습니다. 첫밥이 중요하다 첫 밥이 살림살이에 대한 첫 인상이 되니 어떻게 하든지 첫 밥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이 당부에 신경을 지나치게 쓴 것이 도리어 잘못되어 밥을 태우고 만 것입니다. 크게 당황하였으나 진지를 드실 시간이 다 되어 밥을 다시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며느리는 탄 내음이 물씬 나는 밥을 가족들의 밥상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불호령이 떨어질 순간만을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고 있었지만 꾀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밥상을 물리는데 보니 시부모님의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어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너무나 송구스러워 그 자리에 엎드려 사죄를 드렸습니다.
첫 진지부터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마음껏 꾸짖어 주십시오. 그러자 시아버지는 며느리보다 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의외의 답변을 했습니다. 아가, 네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러느냐? 마침 너에게 사과를 하려는 참이었다. 예? 내가 지난 장날에 솥을 사러 갔었는데 두께가 두꺼운 솥의 값이 비싸길래 얇은 솥을 골랐단다. 그랬더니 솥 장수가 돈 몇 푼 아끼지 말고 두꺼운 솥을 사가시오 솥이 얇으면 밥이 잘 탈거요 라고 하는 거야.
그래도 그 말을 듣지 않고 얇은 솥을 샀더니 오늘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아가, 솥을 잘못 사온 내가 탄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마는 귀하게 자란 네가 이 집에 시집을 와서 첫날부터 탄 밥을 먹게 되었으니 진실로 면목이 없구나. 그 때 곁에서 듣고 있던 시어머니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여보 당치도 않아요. 그것은 당신 잘못도 며느리 잘못도 아닙니다. 내가 시집을 왔을 때는 시어머니께서 첫 밥을 해 주셨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이 첫 밥만큼은 내가 했어야 하는데 며느리에게 다 맡겨놓은 채 안심하고 늦잠을 자는 통에 밥이 타버렸습니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어요. 이번에는 곁에 있는 아들이 말을 받았습니다. 아닙니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누룽지를 좋아한다는 것을 어머니도 아시지 않습니까? 오늘 아침에 이 사람에게 누룽지를 먹고 싶다고 하였더니, 이 사람이 누룽지를 많이 만들려고 하다가
밥을 과하게 태웠나 봅니다. 바쁜 아침부터 그것도 첫 밥을 하는데 쓸데없는 부탁을 한 저의 허물이 큽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남편 이 세 분이 자신의 실수를 감싸주는 말을 들으며 며느리는
말할 수 없는 화목함을 느꼈고, 자신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 날부터 며느리는 시부모님을 친부모님처럼 남편을 친 오라버니처럼 정성껏 받들어
강원도 영월 땅에서 화목하기로 소문난 가정을 일구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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