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남아 돌아 멀쩡한 건물 뜯은 경기교육청

경기도교육청이 낡은 학교를 다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을 하면서 최근 시설 개선 공사를 했거나 추후 통폐합이 예상되는 학교를 그 대상으로 선정하거나 해서 3012억원을 낭비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앞으로도 적게는 777억원, 많게는 1374억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될 전망이라고 한다. 당초 교육부는 시설물 안전등급이 낮거나, 과거 학교 건축에 많이 쓰였지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진 ‘석면’이 남아 있는 건물 등을 우선으로 사업을 진행하라고 했다. 하지만 거액의 예산을 받은 교육청은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경기교육청이 다시 짓기로 결정한 87개 동의 건물 중 80개 동은 A(우수)부터 E(불량)까지 있는 안전등급 중 B(양호)를 받은 건물이었다. 교육청 조례로도 개축 대상이 아니었지만, “예산을 소진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2021년 사업 시작 당시 전교생이 69명에 불과해 앞으로 폐교 가능성이 높은 학교도 개축했다. 작년 이 학교 재학생은 30명으로 줄었다. 돈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정말 낡고, 석면이 있는 학교 28곳은 사업 대상에서 빠졌다. 도심에 있어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학생 수가 많아 임시 수용 공간 확보가 어려운 학교들이었다고 한다. 이런 학교를 고치는 데는 시간이 걸려 예산을 빨리 소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는 문재인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하겠다며 추진한 ‘그린 뉴딜’의 교육 분야 역점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위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에서 18조5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이런 식의 예산 탕진이 경기도에서만 벌어졌을지 의문이다.
그러잖아도 교육청들은 매년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자동으로 배정되는 이 예산이 올해는 72조3000억원에 이른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넘치니 교육청이나 산하 교육지원청 건물을 신축·증축하거나 직원을 늘리는 데 쓰고 있다. 돈 쓸 곳을 찾는 게 ‘일’이라고 한다. 이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일도 국회에 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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