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원칙대로면 보 해체 못해… 환경부, 다른 평가방식 대입해 뒤집었다

太兄 2023. 5. 17. 20:54

원칙대로면 보 해체 못해… 환경부, 다른 평가방식 대입해 뒤집었다

2019-03-07 23:24:38


원칙대로면 보 해체 못해… 환경부, 다른 평가방식 대입해 뒤집었다

입력 2019.03.07 03:12

보 해체 결정까지 무슨 일이


박은호 논설위원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가 최근 금강·영산강 다섯 보(洑) 가운데 세종·공주·죽산보는 해체, 백제·승촌보는 수문(水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렸다. 그 뒤로 환경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한다. 정치권 반발과 농민·주민 시위 등이 잇따르자 "정권 바뀌면 또 감사원, 검찰에 불려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4대강 사업은 지난 10년간 감사원 감사만 네 번에다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보 해체 결정도 비슷한 운명을 밟는 건 아니냐는 걱정이다.

실제 공직자 중 "보 해체 결정 과정에 문제 소지가 있다. (자신의 후일 안전을 위해) 자료를 확보해 두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4대강 평가위가 보 해체라는 목적지를 미리 정해놓고 '토끼몰이' 하듯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보 해체 결정 과정의 사정들을 취재했다.

◇4대강 사업 수질 결론, 7개월 만에 '개선→악화'로 180도 달라졌다

지난 4일 찾아간 영산강 승촌보. 해발 7.5m 높이 콘크리트 보를 경계로 상·하류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승촌보 수문은 강물 수위를 6m로 유지하느라 닫혀 있었다. 상류 쪽은 강물이 그득 차 수심이 깊은 반면 하류로 1㎞가량은 물이 졸졸 흐르며 모래톱이 드러났다. 모래톱 생긴 걸 반기는 사람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 토박이라는 강모(60)씨는 "과거엔 악취 풍기고 펄투성이였다. 물이 가득 찬 상류가 진짜 강"이라고 했다. 김영욱 나주시농어촌회의소 사무국장은 "넉넉해진 물로 농사 지으니 메말랐던 정서까지 되살아났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부와 환경단체 생각은 다르다. 보 해체, 수문 상시 개방 등을 통해 반드시 '4대강 재자연화'를 하겠다고 벼른다. 한 관계자는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4대강 건설을 몰아붙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재자연화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다. 지금 정부 분위기는 보 해체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4대강 평가위는 여기에 화답했다. 보 해체의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을 경제적으로 분석(B/C)해 보니, 보를 유지하면 수질이 악화하기 때문에 "세종·공주·죽산보를 해체하는 것이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다. 1000억원 들여 지은 보를 다시 수백억원씩 들여서라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4대강 평가위가 ‘금강·영산강 보 3개 해체’ 결정 발표를 한 지난달 22일, 수문 개방으로 보에 담긴 물이 빠져나가면서 강바닥이 드러난 죽산보 상류. /조홍복 기자
그러나 이와 달리 감사원이 작년 7월 공개한 1000쪽 넘는 용역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으로 금강·영산강 수질이 개선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감사원은 금강 63곳, 영산강 36곳의 보 건설 전후 수질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금강은 5대 수질 지표가 모두 개선됐고, 영산강 역시 개선된 지표가 더 많았다〈그래픽〉. 이런 감사원 분석이 7개월 만에 '보 건설 후 수질 악화'로 뒤집힌 것이다. 특히 죽산보의 경우 환경부가 애초 정한 평가 원칙을 적용하면 당연히 '보 유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4대강 평가위는 이 원칙 대신 다른 평가 방식을 적용해 '보 해체' 결론을 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우선적으로 적용키로 했던 평가방식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작에 가까운 평가 방식 동원해 보 해체 결론"

정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평가위가 애초 적용키로 했던 수질 평가 방식은 '보 건설 이후의 수질을 보 개방 이후 수질과 비교'(①안)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수백억원을 들여 전국 16개 보 가운데 13개 보를 순차적으로 개방하며 수질 변화 모니터링을 실시해왔다. 수문을 열었더니 수질이 좋아졌다는 결과를 얻은 후, 따라서 보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수문을 열었더니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 승촌보는 COD가 8.5ppm→10.7ppm으로, 죽산보는 COD가 9.1ppm→9.3ppm으로 악화됐다. 또 환경부가 작년 12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죽산보는 엽록소, BOD, 총인, 남조류 등도 오염도가 적게는 1.75배, 많게는 7배나 나빠졌다.

이렇게 되자 위원회는 ①안을 버리고 대신 '보 건설 전후 수질 비교'(②안) 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하면, 보 건설 전에는 물이 깨끗했는데 보 건설 후 더러워졌으니 보를 해체하는 게 맞는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①안과 ②안을 놓고 격론이 오갔지만 조사평가위가 결국 ②안을 채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죽산보 바로 500m의 원래 수질 측정 지점(죽산)은 보를 만든 후부터 수질을 측정해왔다. 보 건설 이전 수질 자료는 없다. 위원회는 대신 보에서 4㎞ 떨어진 측정 지점(영산포)이 보의 수질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영산포 지점은 보 건설 전엔 수질이 좋았는데 보 건설 후 나빠진 걸로 돼 있다. 보를 해체해 수질을 보 건설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면 1000억원 넘는 편익이 생긴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본래의 측정 위치인 '죽산' 지점의 COD는 보 건설 이후인 2012~2016년 개선되다가 정부가 수문을 개방한 2017년과 2018년 다시 악화했다. 보 수문을 닫아 물을 가득 담고 있을 때 수질이 개선됐던 것이다.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보를 해체해야 수질이 개선된다는 4대강 평가위의 결론은 보 건설 후 수질이 좋아졌다는 실상을 반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평가 방식이 '조작' 수준"이라고 했다.

"붕어 잡으면 화학거품 묻어났던 영산강, 보 생기며 깨끗해졌는데…"
황포돛배 10년 운영한 정재삼씨 "시궁창 냄새 사라지고 농사 도움"

"영산강에 보가 들어선 뒤로 매년 강바닥이 더 깊게 보이더군요. 물이 점점 더 좋아진 거지요."

4일 승촌보에서 만난 정재삼(50)씨는 "MB가 가장 잘한 게 영산강 준설하고 보 세운 것"이라며 "한강, 낙동강은 몰라도 영산강만큼은 대성공"이라고 했다. 그는 나주시가 운영하는 영산강황포돛배 선장(계약직 공무원)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월요일을 빼고 매일 하루 8시간씩 영산강에서 지내 "체감적으로 영산강 수질 변화를 가장 잘 안다"고 했다. "비 온 뒤 물이 깨끗해지면 돛배 꽁무니에 이는 포말이 금세 사라진다. 돛배 바닥에 낀 이끼 색깔만 봐도 수질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다"는 식이다.


죽산보 하류 선착장에 선 정재삼 황포돛배 선장. /김영근 기자

전국에서 모이는 황포돛배 관광객이 매년 수만 명 된다고 한다. 정 선장은 "'보 때문에 강이 더러워지지 않았냐'고 묻는 관광객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정반대'라고 말해준다"면서 "시궁창 냄새는 물론 농업용수 걱정이 사라지고 수질이 크게 좋아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환경부 수질 데이 터를 보면 죽산보 수질은 보 설치 이후 해마다 개선 추세다.

정 선장은 "1980년대 이후 영산강은 극도로 오염됐다. 강에서 붕어를 잡으면 하얀 화학 세제 거품이 손에 묻어날 정도"라며 "강바닥 뻘을 긁어내고 보에 물을 담으니 강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주시 주민들에 이어 죽산보 인근 농어민들도 다음 주부터 보 해체 반대 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6/20190306035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