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카톡 설전....의정 사태 핵심 단체들이 서로 싸움만
'임현택 회장 1억 요구설' 놓고…
박단·의협 임원진 충돌
“1억 현금 요구했나?” “지저분한 정치 말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휘하 임원진이 최근 ‘한밤 카톡 설전’을 벌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이날 ‘한밤 설전’을 임 회장 체제의 의협 임원들과 임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의협 회장직을 두고 벌이는 ‘파워 게임’의 단적인 예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의정 갈등 사태가 8개월이 지나면서 중환자와 현장 의료진의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이를 풀어야 할 의료계 양대 핵심 단체인 의협과 대전협 집행부가 서로 손가락질하며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 단체이고, 박 위원장은 대전협을 대표해 의협 집행부에 당연직 정책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단 위원장은 지난 24일 의협 임원진 방에 그날 보도된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올렸다. 임 회장이 최근 의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 본인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쓴 것으로 밝혀진 서울시의사회 A 이사에게 고소 취하 명목으로 “5만원권으로 현금 1억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박 위원장은 이어 단톡방에 “임 회장님, 현금 요구가 사실이냐”고 물었다. 박 위원장이 이 단톡방에서 말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한 자문위원(변호사)은 “기사 속 ‘현금 요구’ 주장을 한 인물은 임 회장에 대한 허위 (공금 횡령) 글을 썼던 가해자”라며 “가해자의 변명을 가져와서 피해자에게 답하라는 것은 2차 가해”라고 했다. 다른 의협 임원들도 “박 위원장은 (대전협이 받은) 전공의 성금 4억원에 대한 감사 자료나 의협에 제출하라” “의정 갈등이 올해를 넘기게 됐는데 전공의 대표로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도 밝히지 않는 박 위원장이 피해자인 임 회장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건 내로남불”이란 취지로 반박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당사자인 임 회장에게 물었다”며 재차 해명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날 선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한 의협 임원은 “(반대파에서) 임 회장을 탄핵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서 내년 1~2월 정부와 협상을 한 뒤, 3월에 전공의 복귀를 시도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정말 그렇게 하려는 것이냐”며 “대안도 없으면서 임 회장을 탄핵시키면 이번 (의정 갈등) 사태가 해결되느냐”고 했다. 최근 의협 대의원 103명은 임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설치를 논의하는 임시 대의원 총회를 다음 달 열기로 의결한 바 있다.
사직 전공의 출신인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도 박 위원장을 향해 “전공의와 의대생의 미래를 볼모로 잡고 내부 정쟁에 골몰하는 이런 지저분한 짓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은 “당사자는 끝까지 말이 없군요”라고 썼다.
의협과 서울시의사회 집행부도 충돌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단톡방에서 “서울시의사회 A 이사의 (임 회장 비방) 글은 저와 서울시의사회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자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말 무관하다면 왜 지금까지 A씨를 막중한 이사직에서 해촉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사건을 탄핵 위기에 몰린 임 회장 측과 그를 인정하지 않는 반대파가 벌이는 ‘의협 회장직 쟁탈전’의 하나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의협과 올 초 집단 사직으로 ‘의료 파행’을 촉발한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전협은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할 의료계 양대 ‘키 플레이어’(핵심 결정자)다. 그런데 두 단체는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물론 정부 의료 인력 추계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 인사들은 “환자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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