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北의 러 파병, 뒤따를 급변사태도 대비해야

太兄 2024. 10. 21. 19:59

北의 러 파병, 뒤따를 급변사태도 대비해야

전략무기 기술 이전 노리고 러시아에 '올인'한 북한… 결국 관건은 ICBM 재진입 기술
우크라전 조기 종전이 최선이고 차선은 이 전쟁을 더 오래끌어 북 무기·병력 최대한 소진하는 것
이제는 북 급변사태 주목할 시점

입력 2024.10.21. 00:10업데이트 2024.10.21. 09:39
우크라군이 올린 북한군 추정 병력 보급 현장 -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센터(SPRAVDI)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수십 명이 지난 18일 러시아군 관계자로부터 군복 등 보급품을 받아가는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영상에는 북한 말투로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라고 하는 음성도 담겼다.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옛 트위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행태가 ‘도발’을 넘어 ‘도박’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휴전선과 북·중 국경의 담장을 높이고 경의선과 동해선을 차단하더니, 급기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군을 파병했다. 전략 무기 기술 이전이라는 ‘대박’을 노리고 러시아에 ‘올인’한 것이다.

국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군 특수부대가 이달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 갔으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라는 호재를 만나, 한국은 물론 중국과도 담을 쌓고 있다. 정권의 안위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핵무기라고 믿는 김정은은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의 완결을 위한 기술을 얻기 위해 러시아에 파병까지 감행했다.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파병 자체보다,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느냐에 있다. 푸틴이 김정은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르나, 군사 위성 지원 및 방공 시스템 구축, 군 현대화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지원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현재는 북한군 파병 초기 단계이므로, 푸틴이 ‘협상의 달인’이라면 ICBM 재진입 기술을 당장 북한에 넘겨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북·러 군사 협력이 지속되고 심화한다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현대화하고 핵·미사일과 같은 전략 무기 능력이 완성 단계에 도달할 거라는 점이다. 특히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했으므로, ICBM 재진입 기술을 통해 미국 본토의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대한 보상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다면,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 지원은 물론 파병의 규모와 속도를 높여야 한다.

북한은 한국이 과거 베트남전 파병을 통해 주한 미군 철수를 막고 경제적 이득을 얻었던 사례를 따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40%에 달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GDP는 2023년 기준 1.5%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충분한 지원을 바탕으로 북한군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무기 및 병력 지원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연결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끝내는 게 최선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이 연대해 역할을 분담한 후 우크라이나를 단기간 집중적으로 지원해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조건에서 러시아와 휴전 또는 종전에 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방어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이후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으로 ICBM 재진입 기술을 증명해 보일 때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오래 끌어 김정은이 푸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기와 병력을 ‘충분히’ 소진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 및 우방국들과 협의할 문제다.

최근 북한은 주민을 죄수처럼 가두고 외부와 격리하는 거대한 ‘교도소’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렇게 빗장을 걸어 잠근다고 해서 ‘김씨 왕조’의 안전이 보장되진 않는다. 국가 통제와 장마당 경제가 부딪치는 체제 모순이 심화할수록 대중적 불만과 좌절은 비등한다. 그런데 북한은 북한 전체를 교도소로 만든 것도 모자라, 교도소를 감시하는 병력의 일부를 빼내 해외에 용병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들이 벌어오는 돈이 교도소에 갇힌 ‘억울한’ 죄수들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돈보다 군사 기술 지원을 기대한다면, 용병들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전 휴전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몸값이 내려가면 북한 내부의 압력 지수는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멀어진 북·중 관계가 신속히 회복되지 않으면 철옹성과 같은 장벽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무모한 도박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급변 사태’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지붕이 뻥 뚫린 교도소 담장 위로 자유의 씨앗을 날려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