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풍계리, 연락사무소, 남북 육로...北 고비때마다 '폭파쇼'
북한은 경의·동해선 폭파 이전에도 미·북 관계와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보여주기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상징적 시설물을 폭파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6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다. 북한 김여정은 2020년 6월 국내 일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확실하게 남조선과 결별할 때다. 멀지 않아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며칠 후 실제로 폭파를 진행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설립된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3~4초 만에 시커먼 연기와 함께 잿더미로 내려앉았다. 몇 시간 뒤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폭파 장면을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건물 바로 옆 15층 규모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 일부가 함께 파괴될 정도로 폭발력이 컸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한 달 전인 5월에는 ‘신뢰 조치’의 일환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한국, 미국, 중국 등 5국 언론인을 현장에 초청했는데, 북측은 500m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보는 것만 허용하고 폭파 이후 갱도 내부 접근은 차단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폭파했다는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2022년 다시 복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때 이후 현재까지 문제의 3번 갱도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북한의 ‘폭파쇼’ 원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2008년 6월 ‘핵시설 불능화’를 한다며 영변 5MW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이었던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가 현장에서 참관했고 CNN 등 미국 방송사는 냉각탑 폭파 장면을 중계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북한 요구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으나, 북한은 5년 뒤인 2013년 우라늄 농축 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5MW 흑연감속로(원자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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