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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진원은 우한 시장 너구리…중국이 채집한 유전체 해외서 분석

太兄 2024. 9. 20. 19:53

코로나 진원은 우한 시장 너구리…중국이 채집한 유전체 해외서 분석

예전에도 우한시장 지목, 숙주는 밝히지 못해
중국이 현지서 채집한 유전자 시료들 분석
사향고양이, 대나무쥐도 숙주동물 가능

이영완 기자(조선비즈)
입력 2024.09.20. 08:19업데이트 2024.09.20. 08:43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 팔린 너구리가 코로나19의 진원지로 다시 확인됐다./중 난징 농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팔린 너구리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앞서 우한 시장의 야생동물 판매대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밝혀졌지만, 어떤 동물이 바이러스의 숙주였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에 국제 공동 연구진이 중국 당국이 제공한 유전자 시료를 분석해 시장에서 팔린 여러 야생동물이 숙주동물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플로렌스 데바레(Florence Débarre) 박사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셀’에 “2019년 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일으킨 바이러스(SARA-CoV-2)를 인간에 퍼뜨린 야생동물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지목된 너구리와 사향고양이, 대나무쥐 등 야생동물은 모두 당시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판매됐다. 박쥐에서 나온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동물들을 거쳐 사람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앤더슨(Kristian Andersen) 박사는 “이번 논문은 2019년 11월 중순에서 하순에 감염된 동물이 시장에 유입돼 팬데믹을 촉발했다는 시나리오를 가리키는 또 다른 증거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시의 화난 수산시장. 당시 야생동물이 대량 판매돼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Imaginechina Limited/Alamy

◇중국 당국이 현장서 수집한 시료 분석

연구진은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한 시료에서 나온 유전체를 모두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2020년 1월 1일부터 현장에서 800개 이상의 시료를 채취했다. 당시 시장이 문을 닫고 야생동물들은 이미 없어진 상태여서 중국 당국은 노점의 바닥과 벽부터 배수구와 하수구, 우리와 카트 표면까지 일일이 면봉으로 문질러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진은 여기서 인간과 동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모두 검출해 분석했다. 동시에 중국 초기 코로나 환자에서 나온 바이러스의 유전체도 같이 분석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애리조나대의 마이클 워로비(Michael Worobey) 교수는 “중국 CDC 팀이 수집한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새롭고 엄격한 방식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국제 연구진은 너구리와 사향고양이, 대나무쥐 등 시장에서 판매된 야생동물 일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어떤 경우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야생동물의 유전물질이 같은 면봉에서 나왔다. 동물의 종(種)은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로 확인했다.

물론 이번 연구가 야생동물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직접 밝히지는 못했다. 데바레 박사는 “중국 CDC 팀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야생동물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중국 우한 화난 수산시장 곳곳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너구리와 사향고양이, 대나무쥐의 유전물질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검출됐다. 이 동물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숙주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Cell

◇우한 시장에 남은 DNA 유령

대신 연구진은 시장에 남은 동물들의 DNA, RNA 같은 유전물질의 흔적을 찾았다. 데바레 박사는 “우리는 동물 유전물질의 유령을 발견했으며, 일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노점에서 같이 나왔다”며 “시장에 감염된 야생동물이 있었다는 시나리오에서 예상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호주 시드니대의 에드워드 홈즈( Edward Holmes) 교수도 “중요한 것은 동물들의 흔적이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같은 곳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야생동물을 산 채 판매하던 시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진이 지목한 너구리는 코로나19를 유발한 바이러스(SARS-CoV-2)에 취약한 종이자 2003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SARS-CoV)도 옮겼다.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은 코로나19 전에도 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유발했다. 이 바이러스들은 모두 표면에 왕관(코로나) 모양의 돌기(스파이크)가 나 있어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린다.

앞서 사스를 인간에 처음 옮긴 것으로 지목된 사향고양이의 유전물질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있는 가판대에서 발견됐다. 대나무쥐와 말레이 고슴도치 등 다른 종들도 유전물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는 시료에서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노바대학의 잭 헨셀(Zach Hensel)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이러한 간단한 개인 보호 장비만 있었다면 팬데믹 전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이 접촉하는 일 자체가 팬데믹 위험을 높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애리조나대의 워로비 교수는 “이번에 확인한 동물들은 2002년 최초의 사스를 유발한 것과 같은 종류”라며 “바이러스가 가득한 야생동물을 잡아다가 인구 밀도가 높아 바이러스가 쉽게 퍼질 수 있는 대도시 한복판에 사는 인간과 만나게 하는 불장난을 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4.08.010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