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못다 이룬 女대통령 꿈… 힐러리 "해리스에 올인"
힐러리 클린턴, 전당대회 첫 날 연설
8년 전 사상 첫 女대통령 도전, 트럼프에 패배
이번 대선서 "해리스 당선 위해 올인" 선언
같은 듯 다른 두 여성의 정치 역정
힐러리 클린턴(77) 전 국무장관은 19일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여성이 깰 수 없는 유리 천장은 절대 없다”며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를 이끌 경험과 캐릭터, 진실성을 모두 갖고 있다. ‘대통령 해리스’는 항상 우리를 위해 싸울 전사(戰士)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본인만 생각할 줄 알고 우리 동맹과 법치를 위협하는 인물”이라며 “대선까지 남은 78일 동안 산만해지거나 안주하지 말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진실된 옹호자가 되어달라. 여론조사가 어떻든 신경쓰지 말고 싸우자”고 했다.
힐러리는 해리스보다 8년 앞선 2016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먼저 도전한 선배 여성 정치인이다. 이날 사회자는 “우리 모두는 힐러리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오후 9시쯤 힐러리가 무대 위에 등장하자 1분 넘게 함성이 이어져 힐러리가 “정말 고맙다”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라고 반복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힐러리는 약 15분 연설에서 1968년 최초의 흑인 여성 의원이 돼 대선 경선에 도전한 셜리 치점(1924~2005), 198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1935~2011), 그리고 2016년 미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본인을 호명하며 “우리가 깰 수 없는 유리 천장은 없다”고 했다. 힐러리가 “나와 해리스의 모친이 지금 이 장면을 봤다면 ‘계속 가라(keep going)’고 응원을 북돋웠을 것”이라며 “해리스와 월즈를 백악관으로 꼭 보내자”고 했다.
힐러리는 2016년 대선에서 총 6585만 표를 득표해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약 6298만 표)보다 300만 표 가까이 더 많이 받았지만, 1위가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제’ 선거 제도 탓에 고배를 마셨다. 이날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지 못했지만 카멀라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유리 천장’ 발언은 2016년 대선 패배 후 승복 연설에 들어있던 말이기도 하다. 힐러리는 이후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했고, 민주당 진영의 존경 받는 원로로 남았다. 한때 미 정가에서 ‘욕망의 화신’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반려견과 함께 하이킹을 하고 TV를 보며 폭식을 한 사실을 고백하는 등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무언가 잃은 것, 무언가 얻은 것’이란 제목의 신간을 냈고, 9월부터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는 북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 같은듯 또 다른 정치 역정… “해리스에 올인 할 것”
해리스는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직후 클린턴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힐러리가 망설이지 않고 올인한다고 말했다”며 “두 여성은 지난 몇 년 동안 힐러리의 자택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러닝메이트 같은 중요한 결정을 논의하고, 고위직 여성이 과소평가 되는 방식에 대해 소통하며 유대감을 형성해 왔다”고 했다. 2016년 힐러리가 트럼프에 패배했을 당시 고통스러운 ‘패배 연설문’을 작성했던 작가 메건 루니가 최근 해리스 캠프에 합류했다. 루니는 NYT에 “우리는 여전히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뜨리지 못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깨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힐러리와 해리스의 정치 역정은 같은 듯 또 다르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힐러리는 2000년 뉴욕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이자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 더 유명했다. 반면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며 50세가 될 때까지 싱글이었다. 두 사람이 정반대 입장에 섰던 적도 있었다. 2008년 대선 경선 힐러리가 출마했지만, 당시 해리스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고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현장을 분주하게 누볐다. 힐러리는 2016년 “그녀와 함께(I’m with Her)”란 슬로건을 앞세워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역사적 의의를 강조했지만, 해리스는 흑인·여성 정체성보다 본인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선거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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