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트럼프, 밤엔 美국방 "한국 나서주길 바란다" 압박
호르무즈 작전 동참 촉구... "피격된 선박과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폭발 사고를 ‘이란의 발포’로 단정한 가운데, 미 국방부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 확인은 피한 채 한국의 ‘해방 프로젝트(프로젝트 프리덤)’ 동참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5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란에 의해 피격된 것으로 보도된 한국 선박과 관련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느냐, 현재 그 선박이 미군과 접촉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선박과 우리는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부사령부(CENTCOM)와 해상 조정 세력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폭발 원인이 이란의 직접 타격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 구체적인 정보 당국의 분석 결과나 군사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직접적인 원인 규명 대신 “그러한 표적화는 이란이 하고 있는 행동의 무차별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에둘러 이란의 위협을 비난하는 데 그쳤다.
대신 헤그세스 장관은 곧바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 요구로 직결됐다. 그는 “우리는 한국이 나서주기를 바란다. 일본, 호주, 유럽에도 같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건 당신들의 선박이니 방어에 참여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며, 그들에게 넘겨줄 수 있는 (작전) 여건을 조성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참여하기를 매우 강하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전 주주들 "파업 손실 땐 노조원 전원에 법적조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달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5일 임직원들에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장을 지낸 신 의장은 작년 3월 선임 이후 사내외 상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와 주주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는 판단하에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외 증권가는 파업 리스크로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고, 주주 단체도 파업 시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파업 땐 국가 경제 타격
신 의장은 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근의 회사 상황으로 주주와 고객은 물론 많은 국민들께서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의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고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나눠 달라고 요구하며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에 달한다. 노조 측은 파업 시 생산 차질 규모를 20조~30조원으로 자체 추산했다.

문제는 삼성전자 파업이 단기적인 생산 차질을 넘어 시장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고객이 원하는 때 적시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업으로 인해 제때 물량이 공급되지 못하면 삼성전자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의장은 “개발 및 생산 차질, 납기 미준수 등이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으로 인해 법인세와 지방세 등 세수가 줄어들고, 주주 가치와 협력사 매출, 지역 고용에도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수출 둔화, 원화 약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의장은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백억달러의 수출과 수십조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신 의장은 교섭 중단을 선언한 노조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지금의 갈등이 앞으로 더욱 건설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저도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문제를 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증권가·주주도 촉각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는 실제로 증권가의 실적 전망 하향과 주주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4일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2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74조원에서 72조5000억원으로 약 2%, 영업이익률은 71.9%에서 67.4%로 4.5%포인트 낮췄다. 노사 갈등에 따른 잠재적 수익성 약화 가능성이 2분기부터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0%, 11% 하향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영업이익의 10% 수준이 충당금으로 쌓이면서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는 노조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파업으로 회사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파업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사측이 영업이익 기반 일률 성과급 계약을 맺으면 배당권을 침해한 사측에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생산 중단 예고와 비상식적인 성과급 독점 요구는 국가 경제의 근간과 자본주의 시장 경제 원칙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업의 성과가 선순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분 방법을 공론화해달라”고 했다.



친한계 이어지는 한동훈 지원... 장동혁 "필요한 조치 하겠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한 한동훈 전 대표를 지원하는 일부 친(親)한동훈계 의원들을 향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히고, 이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부산 북갑 후보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확정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공천을 받아 우리 당 의원이 됐다면 그 역할과 책임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 당 당무감사실에 관련 조사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당의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만 공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당의 분열이 한 전 대표 제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의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는 당이 원칙을 가지고 제명했던 인사”라며 “제명했던 인사에 대한 연대는 다른 당과의 연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전날 한 전 대표의 선관위 예비후보 등록 현장을 방문하는 등 친한계 의원들의 한 전 대표 지원이 이어지자 장 대표가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됐다. 한 의원뿐 아니라 배현진, 박정훈, 진종오 의원 등이 한 전 대표 선거를 공개적으로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대표 문제를 놓고 당이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에 대한) 징계의 부당함이 우리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걱정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징계가 아니고 화합이다. 내부 공격이 아니라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수도권은 물론 부산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당을 초월한 보수 통합의 방식으로 이번 선거를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 시 공격 타깃 AI데이터센터… 방공호 수준으로 짓는다
태왕디앤디, 수퍼콘크리트로 사천 AI데이터센터 시공
일반 콘크리트보다 최대 6배 강한 방호 능력

중동 전쟁 위협 등으로 건물 외벽은 물론 내부 기둥까지 수퍼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가 전쟁과 테러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면서 방공호 수준의 안전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태왕디엔디’는 경남 사천 스카이시티 AI 데이터센터를 수퍼 콘크리트(K-UHPC)로 시공한다고 5일 밝혔다. 태왕디엔디는 대구 지역 건설회사인 태왕이앤씨 자회사다. 드론과 테러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물 전체 외벽은 물론, 내부 기둥도 수퍼 콘크리트로 시공해 전쟁과 테러 등 외부 공격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가 도입하는 수퍼 콘크리트 기술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으로부터 기술이전받은 것으로, 일반 콘크리트보다 최대 6배 강한 방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전쟁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등이 주요 공격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오후 4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AWS(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두 곳이 직접적인 드론 공격을 받았고, 비슷한 시간대에 바레인 데이터센터도 피해를 입었다. 그동안 지역 갈등이 발생할 때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가 해킹 공격에 노출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물리적 군사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AWS 데이터센터 폭격 직후 서비스 지연과 오류를 겪기 시작한 현지 은행·배달업체·통신사 등의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건물 안전성 확보와 함께 소프트웨어는 국내 유일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4세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기술을 보유한 ‘에스티로직(STLogic)’과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경남 지역 제조 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역 제조 기업들이 고성능 GPU 기반 AI 인프라를 활용해 독자적인 피지컬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노기원 태왕이앤씨 회장은 “세계 최초 방호 기능을 갖춘 사천 스카이시티 AI 데이터센터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표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태왕디엔디는 지난해 4월 경남 사천시 등과 함께 사천IC 복합 유통 상업 단지 내 4만 9682㎡ 부지에 120MW 규모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60대 이상이 '빚투' 1위, 고령사회 또 다른 뇌관 우려

올 들어 4월까지 60대 이상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신용 거래 융자 잔고의 증가율이 33%를 넘기며 전 연령대에서 1위에 올랐다. 금액도 약 2조600억원으로 늘어, 50대(2조400억원)와 40대(1조5900억원)보다 많았다. 최근 1년으로 늘려도 60대 이상 잔고는 두 배 이상 급증해 전 세대 중 가장 많이 늘었다. 은퇴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할 시니어들이 빚까지 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끊긴 시니어들이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뒤늦게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60대 이상은 공격적 투자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증권사 대출은 연 8~10% 수준의 높은 이자 비용이 수반돼 웬만한 주가 상승으론 이자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주가 하락 때는 주식을 강제로 매도당하는 ‘반대 매매’가 발생한다. 빚만 남는 것이다.
위험의 징후는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가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 투자자 계좌 약 460만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신용 융자를 이용한 60대 투자자의 3월 1일부터 9일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9.8%를 기록했다. 전 세대 중 가장 손실이 컸고, 빚을 내지 않은 일반 투자자의 손실률(-8.2%)과 비교하면 손실 폭이 2.4배나 됐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자 빚투가 가장 취약한 수익성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인 현실에서 고령층의 과도한 빚투는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국가 복지 시스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고령 투자자의 고위험 투자 때 창구 직원의 적절한 권유가 이뤄지도록 현장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증권업계는 높은 이자 수익을 노리기보다 고령층에게 안정적인 자산 배분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시니어 투자자들도 얼마든지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단 여유 자금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니어가 빚을 내 모험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칼럼] 이재명의 안보 자만
駐독일 미군 철수는
트럼프의 앙칼진 보복
한국에도 여파 염려된다
자주국방·전작권 외치며
核은 말하지 않는 대통령
발언의 무게를 계량하길

미국은 엊그제 주(駐)독일 미군 5000명을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주독 미군병력 3만5000명의 7분의 1 수준으로, 전력운용 면에서는 큰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발표 시점이 나토(NATO)의 대(對)이란전 참여 거부, 메르츠 독일 총리의 미국·이란 전쟁 비판 이후 취해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앙칼진 보복 의지로 해석된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섬뜩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전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한국을 비롯한 우방 동맹국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재명 정부는 사실상 거부했다. 게다가 비록 명목은 인도적인 것이라지만 이란에 50만달러를 지원했다. 시점이 아주 공교롭다. 그래서 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지레 걱정했다. 주독 미군 일부 철수가 앙갚음이라면 트럼프의 성깔로 보아 우리에게도 그 여파가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런데 대미(對美) 관계에서 미·이란전 이전부터 변화를 느끼게 하는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先制的) 발언들은 이미 있었다. 안보면에서 좌파의 본색을 노출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 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금물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조속하게 추진할 것”,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지고도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은 굴종적 사고”,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면서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 등등이었다. 그의 발언은 좋게 보아 언젠가 있을 수 있는 미군 철수의 한·미 동맹 변화에 심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 나쁘게 말하면 ‘이제 우리도 이만큼 컸으니 너희 도움 없이도 국방할 수 있다’는 간접화법으로 읽힌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을 불신하기보다 북한의 핵무장과 무력도발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우리의 ‘국방 능력 세계 5위’에 안도하기보다 미군이 빠짐으로써 북한의 전쟁 유혹을 부추기는 사태를 우려한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필요한 것이고 한·미동맹이 유효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우리의 국방력이 허술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미군을 붙들어두기 위해 미군에 지휘권을 주는 것이고, 합동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자꾸 ‘우리도 힘 있으니 너희 나가도 돼’라는 말을 선제적으로 해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정부의 문제는 단순히 안보 자신감,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지 않다.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명제에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도 언급이 없다. 그저 미국으로부터의 국방 독립뿐이다. 그것도 전문 기관의 충분한 연구와 자료를 수반으로 한 과학적 안보 능력 제시는 없고 대부분 국민적 자존감에 호소하는 감정적 안보론뿐이다. 지금 북한과 러시아의 국방협력과 무기공조는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빠지고 있는 세계 안보 전력 판도에서 미국의 대체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쩌면 트럼프 재임 기간 중 나토는 커다란 내홍을 겪으면서 유럽 집단 방어에 변화가 올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북한의 동맹 체제인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안보의 자급자족에만 자만하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혼선(예컨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발언)만 노출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누구의, 어느 기관과 단체의 조력을 받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고 안보 최고 책임자다. 하지만 그는 안보 전문가는 아니다. 불행인지, 불운인지 군(軍) 경력도 없다. 그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정치인일 때는 누구나처럼 국방 외교·안보를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를 책임진 대통령 자리에 앉았으면 단순한 정치인에 머물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보좌를 받고 조언을 듣고 발언의 무게를 계량할 책무가 있다. 국민들이 그의 안보 발언에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인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국익에도, 그리고 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는 잘못되면 고통은 받지만 수정해 나갈 수 있다. 사법의 문제도 위헌적이지만 그것들은 정권과 사람이 바뀌면 교정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는 한번 잘못된 길에 들면 되돌릴 수 없다.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혹자는 국민이 ‘그 사람’을 뽑았으면 안보도 ‘그 사람’에게 맡긴 것이라고 하지만 나라의 명운이 달린 문제는 한 사람의 정치노선에만 의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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