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만큼 건조… 전국 절반 이상이 말라간다
전국 106곳 건조특보 발효

30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원지방기상청에 설치된 AWS(자동 기상 관측 장비). 상대 습도가 18%로 표시됐다. 상대 습도란 현재 온도에서 공기가 실제 품고 있는 수증기 양을 뜻한다. 보통 사하라 사막의 상대 습도가 10~20% 정도다. 이날 강릉은 야외에서 숨을 쉴 때 목·코가 따끔할 정도로 건조했다. 이달 강릉은 일 최저 습도가 20% 이하인 날이 30일 중 22일(73%)에 달했다.
한랭 건조한 북서풍이 연일 우리나라로 내려오면서 한반도의 메마름이 심화되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육상 특보 구역 183곳 중 106곳(58%)에 건조 특보가 발효됐다. 건조 주의보(이틀 이상 실효 습도 35% 이하)가 72곳, 건조 경보(이틀 이상 실효 습도 25% 이하)가 34곳이다. 건조 특보의 기준이 되는 실효 습도란 화재 예방을 위해 4일간의 상대 습도를 기반으로 목재 등의 마름 정도를 산출한 지표다.

심각한 메마름은 과다하게 유입된 ‘건조 공기’가 주요 원인이다. 절기상 대한(1월 20일)부터 시작된 강력한 한파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 데다, 이례적으로 한랭 건조한 공기가 열흘 연속 불어와 습도를 앗아가고 있다. 여기에 찬바람이 백두대간을 넘어 더 고온 건조해지는 ‘푄 현상’으로 동해안 지역 건조도는 더 심해졌다.
적은 강수량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강수량이란 눈과 비를 합한 강수의 총량을 뜻한다. 겨울엔 눈이 충분히 내리고 쌓여야만 봄까지 서서히 녹으면서 땅과 대기에 수분을 공급한다. 눈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충돌할 때 형성된다. 그런데 올겨울은 찬 북풍 세력이 지나치게 강력해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올라올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그 결과 눈구름대는 주로 서해상에 만들어졌고, 백두대간을 넘기 전 대부분 소진되면서 동해안은 눈 구경을 못했다.
실제로 동해안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강원 강릉과 속초는 올 1월 강수량(1~29일)이 각각 3.7㎜, 3.2㎜이다. 건조도가 덜했던 2024년 1월 강릉은 46.8㎜, 속초는 11.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악의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의성은 올 1월 강수량이 1.7㎜에 그쳤고, 산청은 현재까지 0㎜다. 의성·산청의 2024년 1월 강수량은 17.6㎜, 28.4㎜였다.

1월부터 극심한 메마름을 겪으면서, 2월부터 봄(3~5월)까지 가뭄과 대형 산불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1월 산불은 2024년 18건에서 올해(1~30일) 44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 하루에 1.5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놓고 “자칫 지난해 봄 영남에 발생했던 최악의 산불, 가을 강릉에 일어났던 최악의 물 부족 사태가 올해도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겨울 높은 건조도와 적은 강수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해갈의 관건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찬바람 방향이 바뀌며 강원 영동 등 동해안에 얼마나 눈이 내릴지 여부다. 원래 1월에는 북서풍 계열 바람이 강하고, 2월부터 차차 시베리아 고기압이 이동하면서 동풍 계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에 설을 전후로 동해안에 많은 눈이 집중된다. 이때 눈이 내려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올해 봄 동해안 지역 가뭄은 피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기상청은 2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할 확률을 약 80%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 끝자락인 2월까지 건조도를 강화시킬 요인이 많다”며 “아직 가뭄을 예측할 단계는 아니지만, 습도 하락으로 인해 산불 위험은 확실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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