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꼼수 발표' 안 된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조사하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오는 4~5일로 잡힌 공청회를 돌연 연기한다고 2일 밝혔다. 사조위는 이 공청회에서 사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이틀 전 갑자기 미룬다고 공지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유족 등의 반발이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보면 공청회 자체가 진실을 가리기 위한 ‘꼼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조위는 공청회를 공고하며 노골적으로 불투명한 태도를 보였다. 국토부 기자단에게는 “언론 질의를 제한하겠다”고 했고,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유튜브로 공개하겠다며 현장 취재마저 제한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토록 당당하게 소통을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은 공청회라는 틀 때문이다. ‘사조위 공청회 운영지침’에는 ‘언론 등이 질의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사조위가 공청회를 통해 조사 결과를 밝힌 건 지난 2002년 발생한 에어차이나 항공기 김해공항 추락 사고 한 번뿐이었다.
이 공청회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진행하는 ‘조사 청문회’를 차용했다.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에선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전, 전문가나 증인들을 불러 심문을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선서도 한다. 반면 사조위 공청회는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이뤄지고,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는 형식이다. 사조위 안팎에선 “전문가 목소리를 빌려 자신들이 내놓은 답을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엔진 제작사 등 항공기나 부품 제작 관련 핵심 관계자들은 불참한다고 한다.
사조위의 행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사조위 조사의 핵심은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만들고 개조하는 데 관여한 ‘콘크리트 둔덕’ 관련 내용이다. 국토부 소속인 사조위는 자신들의 상관, 동료의 비위를 밝혀내야 한다.
특히 이 조사 결과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중처법 적용 여부는 민·형사상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적용 시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5배까지 인정된다. 179명이 사망한 참사의 손해 배상액은 수천억 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경영책임자 등 핵심 간부의 처벌 역시 중처법 적용을 전제로 한다.
사조위는 지난 7월에도 조사 내용 일부를 언론 브리핑하려다 유족 제지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당시 사조위가 발표하려던 내용은 “오른쪽 엔진 손상이 심했음에도, 조종사가 오른쪽 대신 왼쪽 엔진을 껐다”였다. 발표 취소 후 ‘사조위가 엔진 등 결함 가능성을 차단하고 조종사 과실로 단정한다’는 숱한 뒷말이 제기됐다. 공청회에서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조위는 공청회를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희생자와 유족, 국민 앞에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사의 모든 과정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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