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검찰 해체의 피해자는 국민… 범죄자 제대로 처벌할 수 있나"

太兄 2025. 11. 2. 17:33

"검찰 해체의 피해자는 국민… 범죄자 제대로 처벌할 수 있나"

검찰 해체 앞둔 전·현직 검사와 검찰수사관 20명의 목소리

입력 2025.11.02. 03:00
 

1948년 출범한 대한민국 검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9월 26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77년간 범죄 수사와 기소 기능을 맡았던 검찰은 1년 후인 2026년 9월 사라지고 기소는 법무부 산하 신설 기관인 공소청이, 수사는 경찰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전담한다.

현재 검찰의 검사 수는 2300여 명, 수사관과 행정관(행정지원업무) 등 검찰 직원 수는 8400여 명이다. 향후 이들의 인사 및 근무처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이 10월 1일 출범해 중수청과 공소청의 설계 작업을 시작했을 뿐이다. 추진단은 검찰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설치를 위해 개정 및 제정해야 할 180여 개의 법률과 900여 개의 하위 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1만 명이 넘는 규모의 거대 조직 검찰이 사라지는데도 검찰의 집단 반발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수완박(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이 이뤄질 당시엔 전국검사장회의와 전국수사관회의가 열려 검수완박에 반발했지만 이번엔 이마저 없다. 정부·여당이 검찰과 함께 해체하려 했던 금융위원회가 위원회의 극심한 반발로 해체가 보류된 것과 대조적이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 초래한 일”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떠돌고 있다고 한다.

《월간조선》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후 전·현직 검사와 검찰수사관 20명에게 ‘검찰 해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일부 현직 검사는 실명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지만, 취재원 대부분은 익명을 요청했다. 특히 현직 수사관들은 앞으로 펼쳐질 인사(人事)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만큼 실명을 밝히길 꺼려했다. 이들은 “그래도 ‘정치검찰’의 오명을 쓰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취재에 응했다.

“자포자기 심정”

지난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검찰 해체가 확정됐다. 사진=조선DB

수사관들은 “조직 내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하고, 단체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검찰에는 노조와 직장협의회가 없다. 공무원 일부 직군은 노조를 설립할 수 있지만 검찰공무원은 불가능하다.

충청 지역 지방검찰청 형사1부에서 근무 중인 13년 차 A수사관은 “조직 중 10%에 해당하는 악(惡)으로 비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커 90%의 성실한 직원들까지 암덩어리처럼 비치는 데 무력감을 느끼면서 반발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검찰청 업무의 90%는 정치와 관련이 없고, 일선 청(廳)에 오는 피해자, 피의자는 일반 국민이다. 검찰이 다루는 사건은 보이스피싱, 사기 등을 포함한 민생범죄가 다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이었고 정치인이 됐기 때문에 검찰이 호도되고 있다. 정치검사는 어딘가로 가서 더 잘살고 있지만 수사관들은 모두 범죄자 취급을 받고 여기저기로 흩어지게 됐다. 검찰을 해체한들 정치검사가 안 생기나? 정치인들이 편먹고 다른 편 때려잡는 게 정의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검사들의 경우 퇴직 후 정치 활동을 못 하게 하면 된다.”

서울의 한 지청에서 사무국 과장으로 근무 중인 B수사관은 “정치검찰 논란이 생기는 부분은 1%가 안 된다”며 검찰 해체를 비판했다.

“2023년도 검찰연감에 따르면 검사의 직접 수사비율은 0.43%이고, 나머지 99.57%는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다. 0.43%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검찰청을 없애고 중수청을 설치하는 것이 맞나.”

그는 검찰 내부 분위기에 대해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검수완박 때는 그나마 저항을 했지만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수사관들은 구조조정과 강제 인사 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검사들은 미제(未濟) 사건이 계속 쌓이고 업무 부담이 커 행동하기 힘들다. 또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그야말로 ‘정치검사’로 찍힐 수 있어 나서기 힘들다.”

“범죄 수사 사실상 경찰 전담… 견제 장치 없어”

검사·수사관들은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검찰이 해체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신설되면 일반 국민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경찰이 전적으로 맡게 돼 잘못된 수사를 해도 견제할 장치가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그동안 검찰이 쌓아온 경제·부패·선거·마약 사건 등의 수사 노하우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기 전 부장검사(법무법인 통 대표변호사)는 “검찰 해체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범죄 대응의 공백”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검찰은 수십 년간 힘 있는 자들을 상대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수사 역량을 축적했다. 주가 조작, 횡령·배임, 심지어 대선 자금 수사를 단기간에 해낼 수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대 범죄는 피해 규모 면에서도 일반 형사 사건과 비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경찰의 실력 있는 인재들이 중대범죄수사청 근무를 자원할 수 있도록 처우에 있어서 배려할 필요가 있다”며 “오랜 기간 실력을 쌓아온 검찰 인력들이 수사에서 갑자기 손을 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까지 검찰 인력 배치는 확정된 바 없고 검찰 구성원 각자의 신청을 받을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선 검사는 공소청 검사로, 수사관은 중수청 수사관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정기 인사는 내년 2월이다. 수도권 지청 평검사인 C검사는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 중 선택권을 주면 상당수는 공소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경찰이 보는 시선대로만 수사 진행”

공소를 선택하면 법무부 공소청의 검사지만 수사를 선택하면 행안부 산하 중수청의 수사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수청은 경찰이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과 중수청, 즉 행안부에서만 수사가 이뤄지게 되고 수사에 대한 통제 또는 견제 장치가 사실상 없게 된다.

C검사는 “우려되는 것은 ‘정말로 피해자가 구제받고 피의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가’라는 점”이라고 했다.

“검찰 해체 전에는 현재 경찰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 관리자의 확인을 받아 사건이 검찰로 넘어오고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관과 검사가 함께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 수사 요구 및 직접 보완, 그리고 차장과 검사장들의 결재를 받는 등 다양한 시선에서 확인 후 사건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했다. 앞으로는 경찰이 보는 시선대로만 수사가 진행될 확률이 높다.”

수사 일선의 검찰수사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범죄 피해를 입은 일반 국민이 수사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피해 또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영남 지역 지청 형사1부에서 근무 중인 11년 차 D수사관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이 국민에게 직접 미칠 부정적 영향으로 ▲수사기관 난립에 따른 혼란 ▲잘못된 수사 바로잡을 기관 부재 ▲사건 수사 지연 및 장기화 ▲피해자 권리 보호 소홀 등을 꼽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경찰, 6대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 3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일반 범죄를 수사하는 국가수사본부로 세분화된다. D수사관은 “수사기관의 난립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구체적으로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어려움에 빠질 우려가 있고, 수사기관 간 사건 떠넘기기 및 사건 수사 장기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범죄자 기소가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 경찰과 검찰이 1, 2차 수사를 하고 크로스체크를 한 후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했는데, 경찰만 수사를 한다면 기록이나 증거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검사는 기소를 안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피해자 권리 보호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검찰은 특검 파견과 인지 사건 수사 등의 이유로 인력이 부족하고 수사가 지연돼 피해자들의 민원이 많다. 더 이상 피해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은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노하우가 어떻게 될지 의문”

2022년 4월 ‘검수완박’과 관련해 전국 검사장들이 서울 대검찰청에 모여 전국검사장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조선DB

그동안 축적된 검찰 수사 역량이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부 지역의 한 지청에서 마약 수사 업무를 맡고 있는 7년 차 E수사관은 “마약 담당 수사관들이 현장을 급습하고 압수수색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쌓아온 수사 노하우가 어떻게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마약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수사 역량이 있는 수사관들이 기소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대학 팀별 과제에서 조사하는 사람, 발표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것과 같다. 효율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힘든 구조다.”

E수사관은 “경찰만 수사를 할 수 있고 검사는 기소만 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누가 수사의 비리와 부패를 걸러낼 수 있나. 솔직히 지역 밀착 경찰도 많은 상황에서 국민의 경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수도권 지청에서 근무 중인 8년 차 F수사관은 국민 보호를 위해 전국수사관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검수완박 사태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수사관회의가 열렸고 수사관들이 전국에서 모여 올바른 검찰을 위한 목소리,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수사관들은 수사관의 전문화된 수사 역량이 사장돼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해 검찰 구성원들이 논의를 해야 한다.”

F수사관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전국수사관회의를 제안하는 글을 올려 100여 개의 찬성 및 응원 댓글을 받았지만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최소한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 부여돼야”

지난 9월 9일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해체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선DB

현재 상황에서 문제 있는 일방적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있다면 검찰이 보유한 보완수사요구권이다. 지난 2022년 검수완박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고 보완수사요구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보완수사요구권은 결국 수사 지연과 국민 불편만 가져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찰 수사 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가 경찰에 재차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수사 과정 때문에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그러나 법학자 및 법조인들은 대부분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여(親與) 성향으로 알려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 보완수사요구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후 검찰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따라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하느냐가 향후 법률 정비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 지청 형사1부에 근무 중인 17년 차 G수사관은 보완수사요구권의 필요성에 대해 “경찰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수사할 경우 견제하거나 바로잡을 기회가 사실상 없어진다는 것이 일반 국민에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민생과 관련한 형사 사건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다양한 시선을 토대로 신중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이 부여돼야 한다. 이것마저 없다면 공소청은 경찰이 가져온 수사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아무런 추가 자료 없이 판단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는 “차라리 민주당 강경파의 주장대로 보완수사요구권도 부여하지 말고, 수사·공소 분리가 얼마나 무리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인지 정부·여당이 직접 느끼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정치인들은 검찰개혁을 하려면 검사들이 민생 사건을 집중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거악(巨惡) 척결이나 정치적인 사건은 검찰이 아닌 기관을 통해 견제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취재 중 만난 한 검사는 영화 〈1987〉을 예로 들었다.

“경찰이 (박종철 사망) 사건을 묻었지만 검사(하정우)가 다시 파헤치면서 역사가 바뀌었잖아요. 검수완박에 검찰 해체에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까지 없애는 건 억울한 국민의 마지막 의지할 곳을 없애는 것과 같습니다.”

“정치인 비리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검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조선DB

한편 권력형 비리와 정치인·재벌 등을 직접 수사하는 검찰 내 부서, 이른바 특수부의 존재와 활동이 검찰을 정치검찰로 낙인찍고 있다는 점은 취재원들 대부분이 인정했다.

수도권 지청 형사4부(특수부)에 근무 중인 15년 차 H수사관은 “특수부에 편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수부의 실상에 대해 털어놓았다.

“특수부는 인지 수사(認知 搜査·고소고발 없이 수사기관이 범죄를 직접 인지해 수사)를 한다. 이런 기획 수사는 수사 시작 자체가 기소를 위한 것이다. 기소를 위해 증거를 모으면서 편향성이 생기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 죄를 더 부각시키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사실이다.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내용의 진술이나 수사 방향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오면 없애버리기도 한다. 조서를 ‘꾸민다’는 말을 특수부에 와서 실감했다. 일단 수사를 시작하면 불기소는 생각할 수 없고 마지막은 반드시 구속이다. 구속이 곧 검사의 실적이다.”

그는 “지금도 검찰 내에서 특수부는 잘나가는 검사가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수사관에겐 기피 부서다. 수시로 야근과 압수수색을 해야 하고 방향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검사의 지시에 따르다 보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검찰이 이런 기획 수사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특수부가 하는 직접 수사와 인지 수사만 없애도 검찰개혁은 충분하다.”

반면 정치적인 사건과 대형 비리 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도권 지청 수사과에서 근무 중인 10년 차 수사관의 얘기다.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검찰이다. 중수청 수사관들이 자신의 직이 위협받을 수 있는 정치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일부 검사들은 이제 수사 안 하고 기소만 하게 돼 편하게 됐다는 자조적인 말도 한다. 그동안 검사와 수사관이 원팀으로 수사를 해왔는데, 검찰이 쌓아온 수사의 노하우는 사라지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입직 2년 차인 한 수사관은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들어오자마자 어디로 갈지 모르는 신세가 됐고, 검찰 일반직을 준비 중인 공시생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고 했다. 한 수사관은 “수사관들 대다수가 중수청으로 가게 될 텐데 법무부에서 행안부 소속이 되는 사실도 혼란이 느껴지고 어떤 지역, 어떤 건물에서 근무할지 전혀 알 수 없어 주거 문제도 걱정이 된다”고 했다.

검찰 수뇌부에 실망한 검사들

정부조직법 개정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검사들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검찰 폐지가 위헌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검찰 폐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는 글도 적지 않다. 전국검사장회의 개최, 권한쟁의심판 등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인 정유미 검사장은 “검찰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대검도, 일선 검사장들도 지나치게 조용하다. 청별로 구성원 입장을 수렴해 대검에 전달하려는 시도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대검이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 쟁송을 적극 추진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 검찰은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기관의 명칭으로, 이를 법률로 폐지·변경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윤선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대검에서 보여준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의 모습과 그 외 업무 처리 방식을 보면 향후 1년간 직무대행께서 어떻게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절차를 만들어가실지 믿음이 들지 않고, 대검을 어떻게 신뢰하고 따라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 이경아 검사는 과도한 대민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검찰의 현실을 개탄했다. “지난 몇 년간 검찰은 인력과 예산이 줄어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과도한 업무를 감내해 왔고, 여기에 특검 파견으로 인한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현장은 사실상 임계점에 달했지만 누구 하나 ‘배 째라’는 식으로 태업하지 않고 책임감을 다해 버텨왔다. 정치적 사건 수사는 검찰 업무의 극히 일부임에도 국민의 눈에는 그 부분만 부각돼 보인다.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으니 대중의 분노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변화를 알면서도 강행하는 역사적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전직 검찰총장 등 “헌법소원 나설 것”

검찰 해체 후 수사 기능은 경찰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수사범죄청(중수청)이 맡게 된다. 사진=조선DB

대전지검 서산지청 차호동 부장검사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후 사의를 표명하며 ‘책임질 위치에 있는 분들’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차 부장검사의 얘기다.

“수사와 기소는 애초 분리할 수 없는 것이고 정치 구호로는 먹힐지언정 이론적으로, 개념적으로, 학술적으로 말도 안 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도 모두 알 것이다. 정치 수사 그런 것 구경 한 번 못 해본 대다수의 검사는 밀려드는 사건을 최선을 다해 수사해 왔다. 그런데 이제 범죄 수사가 사법 기능이 아닌 행정 기능으로 전락하게 됐다. 정상적인 범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의) 책임질 위치에 있는 분들이 아무도 책임진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다.”

전직 검찰 직원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도 목소리를 냈다. 검찰동우회는 회장인 한상대 전 검찰총장 및 뜻을 같이하는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일동을 중심으로 입장문을 내고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위헌 법률이므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반민주적, 반역사적 법률 개정에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우회는 “헌법은 제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선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헌법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 분립 원칙과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훼손이며, 따라서 이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적 기본가치를 훼손하는 입법권의 남용이자 정략적 폭거”라고 강조했다.

검찰동우회 회원인 70대 한 전직 검사는 “놀라울 뿐 다들 할 말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일했을 뿐인데 일부 정치검사들 때문에 조직이 해체되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60~80대 전직 검사·수사관들 역시 같은 입장이었고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폐지와 관련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검찰총장은 헌법상 필수 기관이기 때문에 상설 기관으로서 검찰청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면서 “따라서 이를 임의로 폐지할 수 없다는 게 헌법학계 통설”이라고 했다.

“특검은 왜 하나”

부장검사 출신인 김웅 전 국회의원(21대)은 “민주당 주도의 검찰 해체는 개혁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거악이 아닌 민생을 다루는 대다수 검사의 이야기를 풀어낸 《검사내전》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바 있다.

“검찰은 원래 권력자를 잡아내는 조직이 아니다. 특수 수사를 검찰이 하지 않고 검찰은 수사 지휘와 공소 유지라는 본래의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은 특수 수사에서 손 떼기만 하면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면서 검사들 데려다 특검은 왜 하나.”

특검은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 검수완박 이전의 검찰 기능과 같다. 현 정권이 전 정권을 겨냥해 만든 3대 특검(내란특검·채해병특검·김건희특검)은 역대 최대 규모의 인원과 예산이 투입됐으며, 이미 두 차례 기한이 연장됐다. 특검의 검사들도 자괴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김건희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이 수사 이후 검찰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소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반발의 의미다. 이들은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명분하에 검찰청이 해체되는데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까지 결합된 특검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럽다”는 입장문을 보냈다. 검찰을 해체하고 특검을 정치 도구로 삼은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