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원잠 선도함은 韓에서 2·3·4번함은 美 건조 추진을

太兄 2025. 11. 1. 17:29

원잠 선도함은 韓에서 2·3·4번함은 美 건조 추진을

조선일보
입력 2025.11.01. 00:10업데이트 2025.11.01. 00:32
AP 연합뉴스 건조 중인 美 원잠 미국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일리노이’함이 2015년 미국 코네티컷주 그로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이 아니라 원잠 연료를 요청한 것은 ‘건조는 한국에서 할 테니 연료인 농축 우라늄만 달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했다. 원잠을 한국에서 만드는 것과 미국 건조는 문제가 크게 달라진다.

필리조선소는 아직도 1970년대 자재를 사용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크기도 너무 작고 잠수함 건조 시설은 아예 없다. 원자로 탑재와 방사선 차폐 등 핵 관련 시설도 없다. 전부 새로 지어야 한다. 숙련 인력도 없다시피 하다. 미국의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조선 인프라는 붕괴 수준이어서 미 해군이 필요한 함정들도 제때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고장난 원잠 수리를 여태 끝내지 못했을 정도다. 필리조선소에서 원잠 건조가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법적 절차 문제도 크다. 미국은 원잠 기술을 영국에만 줬다. 호주에 제공한다는 원잠 기술은 사실상 미국 제조 원잠을 호주가 구입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는 핵 기술·물질 외국 이전을 철저히 통제한다. 미 의회가 원자력법을 우회하는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가능하다. 그런데 호주 원잠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만 3년 가까이 걸렸다.

트럼프는 이런 구체적 사안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한국 원잠을 미국서 건조해 미 조선업을 다시 키우겠다는 선언적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원잠 건조를 공언한 상황에서 우리가 필리조선소의 재건, 미국 법 통과, 원잠 건조, 완성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설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잠은 엔진인 소형원자로가 핵심인데 한국은 원전 5대 강국이고, 원자로 소형화 설계 기술은 2000년대 초 제3국을 통해 익혔다고 한다. 30년 동안 비공개로 축적한 원잠 기술도 있다. 비용과 시간 모두 한국 건조가 절대 유리하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원잠 도입 규모에 대해 “4척 이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만드는 선도함은 한국에서 건조하면서 그 시간 동안 필리조선소를 재건하고, 미국 법 절차도 완비하는 방법이 있다. 그 후 2·3·4번째 원잠은 미국에서 건조해 트럼프 희망대로 미국 조선업을 도울 수 있다. 한국산 소형원자로의 안전성을 먼저 확인하면 미국도 나쁠 게 없다. 한미가 구체적 합의로 디테일의 악마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