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美 B-2 폭격기 개발팀 '천재 공학자'는 왜 中 스파이가 됐나

太兄 2025. 6. 26. 20:43

美 B-2 폭격기 개발팀 '천재 공학자'는 왜 中 스파이가 됐나

15세에 박사 받아 '천재' 소리 듣던 인도 출신 항공공학자
적외선 탐지 피하는 엔진 배기구 설계 및 스텔스 소재 개발
"중국의 스텔스 폭격기 H-20 개발에 결정적인 기술 제공"
간첩 혐의로 32년형 받고 최고 보안 등급 교도소에 수감돼

입력 2025.06.26. 14:55업데이트 2025.06.26. 15:51
 

올해 1월 초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전체적으로 스텔스 기능을 갖춘 다이아몬드 형태의 대형 항공기가 나는 사진이 돌았다. 촬영 시기와 장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 항공기의 각 모서리는 서로 일치하는 각도를 이뤄 레이더 반사 면적을 낮추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였다. 중국이 개발 중인 장거리 스텔스 전략폭격기 H-20가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올해 1월초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던 정체 불명의 항공기(위)와, 지난 5월에 신장 자치구 말란의 스텔스ㆍ무인기 개발 기지 상공에서 촬영된 항공기. 중국이 그동안 미국에 뒤쳐졌던 H-20 스텔스 전략 폭격기 개발에서 진전을 이룬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X

지난 5월에는 이보다 더 날개로만 이뤄진 듯한 항공기가 찍혔다. 장소는 중국의 스텔스ㆍ무인항공기 개발 기지가 있는 신장 자치구의 말란 부근이었다. 두 항공기 사진 모두 대체로 기체 전체가 하나의 큰 삼각형 날개 형태를 띠어, ‘플라잉 윙(Flying Wing)’이라 불리는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 B-2를 연상시켰다.

전통적인 원형 형태의 동체와 꼬리 날개 등이 없이, 전체가 거대한 삼각형 날개 형태의 '플라잉 윙(Flying Wing)'인 B-2

중국이 H-20 스텔스 장거리 폭격기 개발에서 큰 진전을 본 것일까. 아니면 ‘장거리’ 기술은 확보하지 못해, 일단 ‘중거리’ 스텔스 폭격기를 제작하는 것일까. H-20는 지금까지 개념도 외에는 공개된 것이 없다. 미 국방부는 작년 말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항속거리 1만 마일(1만6000㎞)의 H-20의 실전 배치는 빨라도 앞으로 10년 뒤인 1930년대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이 6월22일 한밤중에 이란의 방공(防空) 시스템을 개의치 않고 핵시설을 폭격할 수 있었던 것은 B-2 스텔스(stealth) 폭격기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 B-2의 핵심인 스텔스 배기 시스템을 디자인한 항공공학자는 현재 ‘로키 산맥의 알카트라즈(Alcatraz)’라 불리는 미국 콜로라도 주의 ADX 플로렌스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인도 출신의 ‘천재 공학자’로 불렸던 노쉬르 고와디아(Noshir Gowadiaㆍ81). 그는 B-2 폭격기를 개발 제조한 노스럽 그루먼 사의 항공공학자로, 엔진의 배기구 디자인과 적의 열(熱)추적 자외선 탐지 능력을 차단ㆍ교란시키는 기술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쉬르 고와디아

하지만 이후 중국에 핵심 스텔스 기술을 넘긴 혐의로 체포돼, 현재는 간첩 혐의로 32년형을 받고 보안등급이 최고인 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가 체포된 시기는 중국이 H-20 스텔스 폭격기 개발을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고와디아는 중국 외에도 독일ㆍ이스라엘ㆍ스위스 등 최소 8개국에 핵심 스텔스 기술을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2037년 만기 복역 후 출소할 때까지 생존한다면, 93세가 된다.

고와디아는 15세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알려진 천재였다. 이후 1963년 미국으로 건너가 항공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1968년부터 방산업체 노스롭(Northropㆍ나중에 노스롭 그루먼 사가 됨)에서 일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욤키푸르 전쟁(1973년 10월ㆍ4차 중동전쟁)을 겪으면서, 자국산 전투기 F-4 팬텀과 경량전투기 A-4 스카이호크 등 수천 대를 잃었다. 적에게 탐지되지 않는 신형 항공기 개발이 절실했다.

고와디아는 이후 20년 동안 스텔스 기술의 핵심인 저(低)탐지 설계 분야에서 일하면서, 노스롭과 미 공군의 ‘택시트 블루(Tacit Blue)’라는 극비(極秘) 스텔스 실험기 제조에 참여했다. 이 실험기의 스텔스 기술은 B-2에, 레이더 기술은 이 회사의 조기경보통제기인 E-8에 적용됐다. 고와디아는 항공기와 미사일의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熱)을 적 레이더와 미사일이 탐지ㆍ추적하는 것을 막는 디자인과 소재 개발을 주도했다.

1970년대에 저탐지 스텔스 기술을 입증하는 실험기로 제작된 노스롭 사의 택시트 블루.

그의 공헌으로, B-2 폭격기는 엔진 4개를 폭격기의 날개 안쪽에 내장하고 배기구는 위쪽을 향하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되면, 고와디아가 설계한 B-2의 폭넓은 배기구는 가스 온도를 급속히 낮추고, 가스가 천천히 넓게 퍼지면서 주변 공기와 빠르게 혼합되게 해 적의 적외선 탐지기에 노출되지 않는다. 또 배기구 주변을 열을 흡수하는 특수 재료로 설계해 적외선 방출량을 줄이고, 레이더 신호가 반사되지 않고 흩어진다.

고와디아는 그러나 희귀 혈액 질환을 앓고 있었고, 노스롭을 떠나 1999년 ‘N.S. 고와디아’라는 자신의 기술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비슷한 시기, 그는 하와이 마우이에 당시 164만 달러짜리 별장을 담보 대출로 구입했다. 돈이 급해진 고와디아는 2003~2005년 중국 관리들과 비밀리에 접촉하며 중국을 6차례 방문하며 스텔스 설계 정보를 넘겼다. 나중에 수사 결과, 그는 중국 항공시험 시설을 방문해 설계 결함을 지적하고, 미사일 배기 시스템과 열 신호(적외선 방출)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11만 달러를 받았고, 이는 주택 담보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됐다.

11만 달러는 당시로선 적잖은 돈이었고, 곧 미 세무당국에 포착돼 미 연방수사국(FBI)가 수사했다. 2005년 10월 FBI는 하와이 집에서 컴퓨터ㆍ설계도ㆍ이메일ㆍUSB 드라이브 등 약 227㎏의 기밀 자료를 확보했다. 그가 유출한 자료 중에는 공대공(空對空)미사일 회피 기술, 크루즈 미사일 설계 및 B-2의 배기 시스템 설계도 포함됐다. 고와디아가 2002년 스텔스 외 군사 기술 관련 기밀도 ‘팩스’로 독일ㆍ이스라엘ㆍ스위스 등 8개국에 전송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그해 체포됐고 장기간 재판을 거쳐 2010년 간첩ㆍ무기수출통제법 위반 등 연방정부 기밀 유출 관련 혐의 17건 중 14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고와디아가 미국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쳤는지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없다. 그의 변호인은 고와디아가 “공개된 정보”만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와디아가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했던 시기와 겹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H-20 장거리 스텔스 전략 폭격기 개발을 시작했다. 미 정보당국은 고와디아가 유출한 B-2 스텔스 추진ㆍ배기 시스템 설계 자료가 중국의 적외선 탐지 회피 기술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이 미국의 B-2, B-21(차세대) 스텔스 전략 폭격기를 모방해 개발 중인 H-20 스텔스 폭격기의 개념도

B-2의 핵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점에서, 미군 방산업계와 국방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유출 경로와 피해 규모에 대해 긴급한 내부 조사가 이뤄졌고, 노스롭 그루먼뿐 아니라 미 방산업체에 대한 보안 시스템이 대폭 강화됐다.

미 정보당국은 고와디아가 유출한 스텔스 추진ㆍ배기 시스템 설계가 중국의 H-20 개발에 직접적으로 응용됐고, 장거리 스텔스 크루즈 미사일인 CJ-100 개발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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