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

太兄 2025. 6. 26. 20:38

'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

조선일보
입력 2025.06.26. 00:08업데이트 2025.06.26. 00:22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관련 해명을 하며 “두 차례 출판 기념회를 통해 2억5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고 밝히자,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의정 성과를 알리고, 정치 신인은 자기 이름과 소신을 밝힐 기회라고 하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가 된 것이 사실이다. 현행법상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으니 출판기념회 수익은 모금 한도나 내역 공개 의무가 없고, 과세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참석자 대부분이 책값보다 많은 금액을 내놓는다. 의원 소속 상임위의 이해 관계자들은 수백만 원을 내고 책 1권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입법 로비 창구’ ‘뇌물 모금회’란 말까지 나온다.

어떤 의원은 검찰 압수 수색을 받았을 때 집에서 현금 3억원이 나오자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청문회에서 출판기념회 수익으로 전세금 갚고 생활비도 썼다고 했다.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하고 출판기념회 돈을 받은 의원도 있었다.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통과시켜줄 리가 없었다. 의원들은 연간 1억5000만원 한도인 후원금으론 의정 활동이 어려워 출판기념회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세비 1억5600만원에 후원금을 합치면 1년에 3억원 넘는 돈을 쓸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후원금 1억5000만원이 추가된다. 선거에 드는 돈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대주고, 정당 운영도 나라에서 책임진다. 그런데도 돈이 더 필요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돈 버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맞는다.

여야는 평소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의원 특권과 돈을 지키는 데는 뭉친다. 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수입·지출 공개를 거부하면서 자신이 공개하면 다른 의원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자체를 불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한다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법안 개정은 민주당이 추진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해놓은 법안도 있다. 민주당이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면 국민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