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쓰나미 같은 트럼프 요구, 한미 정상회담 시급하다

太兄 2025. 6. 26. 20:36

 쓰나미 같은 트럼프 요구, 한미 정상회담 시급하다

조선일보
입력 2025.06.26. 00:1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각 회원국의 국방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자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순수 국방 예산을 GDP 3.5% 수준으로 늘리고, 사이버전·정보 등 간접 안보 비용에 GDP 1.5%를 투자해 총 국방 지출을 GDP의 5%로 만들자는 것이다.

32개 나토 회원국 중 8국은 아직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합의한 GDP의 2% 수준 국방비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나토가 5% 정도는 내야 한다.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집요하게 국방 지출 확대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최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GDP 5%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올해 국방 예산은 약 61조원으로 GDP의 2.3% 정도다. 3.5%가 되려면 약 89조원으로 늘려야 하고, 5%가 되려면 현 국방 예산의 2배 이상인 약 127조원이 든다. 이렇게 되면 전체 국가 예산의 거의 5분의 1이 국방비가 되는데 우리 경제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미 간에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다루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의 다른 문제도 있다. 여기에 미국의 전략 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도 추가될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 미군 역할이나 구성을 변경하고, 주일 미군과의 유기적 협조 체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모두 한미 간에 긴밀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한 문제이다. 이런 내용을 모두 포함하면 한미 간의 국방 지출 증가 논의는 훨씬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취임 첫 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은 성사되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한국에 부과한 국가별 관세 15%의 유예 기한(7월 8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한편, 안보와 경제 양면을 압박해 오는 트럼프의 쓰나미 같은 요구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미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경제 규모에 비해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더구나 복지 지출 등으로 국가 재정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것은 절충해야만 한다. 미국이 가장 바라는 부분과 우리 국익이 겹치는 지점을 담은 설득력 있는 ‘국방·경제 패키지’를 만들어 트럼프에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