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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폭격' B-2 조종사 맞아준건 "잔디깎아" 아내 잔소리

太兄 2025. 6. 25. 18:24

'이란 폭격' B-2 조종사 맞아준건 "잔디깎아" 아내 잔소리

37시간 논스톱 비행 앞두고, 24시간 이상 연속으로 B-2 조종석 시뮬레이터 훈련
조종사 아내들 "TV로 남편 위치 확인하고, 귀가하면 잔디 깎아 달라 부탁"

입력 2025.06.25. 09:32업데이트 2025.06.25. 17:30
22일(현지 시각) 이란 핵 시설 공습을 마친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로 귀환하고 있다.(미 공군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폭격한 B-2 ‘스피릿(Spirit)’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를 이륙한 것은 6월21일 0시1분(미 동부시간). 모두 9대가 떴지만, 2대는 괌 방향으로 날아간 교란용이었고, 실제 타격에 동원된 것은 7대였다. 폭격은 이란 시간으로 22일 오전2시10분에 이뤄졌고, 이 ‘미드나잇 해머(Midnight Hammer)’ 작전에 동원된 폭격기들은 37시간만에 화트먼 기지로 복귀했다. 지금까지 제조된 B-2 폭격기가 고작 21대인데, 폭격의 정확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이 중 3분의1이 동원됐다.

B-2는 한 번에 6000해리(약 1만1112km)을 날 수 있지만, 폭탄 적재량에 따라 실제 임무에선 여러 번 공중 급유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번에 약 1만1300㎞를 논스톱으로 날면서, 5대가 모두 6~7회 공중 급유를 한 것으로 보도됐다.

논스톱 기동으로는 최장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B-2 작전 비행은 9ㆍ11테러 직후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공습 때(44시간)였지만, 당시엔 화이트먼 기지를 출발한 B-2가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에 기착해 급유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 공군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 공격 작전인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위해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37시간의 이란 폭격 임무 수행 전에, 조종사들은 최소 24시간 연속으로 B-2 조종석을 완벽하게 재현한 시뮬레이터에서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조종사들이 깊은 산 속에 묻힌 포르도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과 매우 흡사하게 만든 타깃을 대상으로 모의 비행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3만 파운드짜리 폭탄 2개가 빠져나가면 기체가 떠”

B-2는 1997년 처음 실전 배치됐고, 이후 세르비아(코소보 전쟁)ㆍ리비아ㆍ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폭격에 동원됐다. 조종사들도 훈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이런 장시간 비행에 이골이 났다. 그렇지만, 이번은 과거는 몇 가지 면에서 달랐다고 한다.

우선 이란 폭격은 대당 2개씩 장착되는 3만 파운드(약 13.6톤)짜리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실전(實戰)에 투하된 최초의 사례였다. 9년간 B-2 폭격기를 조종했던 스티븐 배샴 미 공군 예비역 중장은 “2명의 조종사는 무장창(武裝艙ㆍbomb bay)이 열리면 ‘쿵’하는 감각을 느끼고, 3만 파운드짜리 폭탄 2개가 빠져나가면서 기체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장창이 열리면, 일시적으로 스텔스기의 형상이 잠시 변해 적 레이더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이란 폭격 작전인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에 투입된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20일 밤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미 공군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B-2 폭격기들은 과거 코소보ㆍ이라크 전쟁에서는 주로 2000파운드 급 정밀유도 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조종사들은 B-2 폭격기 밑 지상에서 대공포 불꽃이나 미사일 발사 흔적을 포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미 국방부는 이란이 B-2나 이를 호위하는 F-35 전투기들을 향해 한 발도 발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은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인들이 우리가 미주리에서 이란까지 한 번도 착륙하지 않고 전혀 탐지되지 않은 채 벙커 버스터 폭탄을 투하해, 그들이 축적한 모든 핵능력을 파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폭격하는 날, 집에서 출근

대당 22억 달러(약 3조 원)인 B-2 폭격기는 모두 21대가 제작됐다. 파손 및 정비 중인 것을 제외하고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19대가 모두 화이트먼 기지에 있다. 이는 첨단 장비 지원과 보안 유지 때문으로, 폭격기 격납고는 스파이 위성의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설계됐다.

과거에 미 공군은 미국 본토를 기준으로 장거리 폭격할 경우, 1991년 걸프 전쟁에선 사우디 사막 기지에서, 베트남 전쟁 때는 괌에서,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남태평양·영국·이탈리아에서 폭격기를 띄웠다.

그러나 B-2 조종사들은 화이트먼 기지 인근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장거리 폭격 임무를 위해서 집을 나서는 독특한 군생활을 한다.

B-2가 3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때였다. 화트먼 기지에서는 의료진과 생리학자들이 피로 예방법, 수면 일정 조정, 식단 변경을 통한 생체 리듬 조절 등 B-2 조종사들의 장시간 비행 준비를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중력 강화를 위해, 약물을 처방해 약간의 각성(覺醒)을 돕기도 한다.

조종사들은 임무 투입까지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을 경우에는, 미리 수면 스케줄을 임무 시간에 맞춰 조정한다.

◇샌드위치, 핫도그와 칠리를 데운 ‘바머 독(bomber dog)’으로 식사

B-2 조종석은 마치 미니밴의 앞좌석처럼, 긴 경사형 앞유리와 두 개의 높은 등받이 의자가 있다. 매우 비좁다. 뒤에는 변기와 길이 1.8m짜리 간이 침대(cot)도 있다. 두 명의 조종사가 교대로 최소 3시간씩 수면을 취할 수 있다.

2006년 10월27일 화이트먼 공군기지를 방문한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이 B-2 폭격기 조종석에 앉아, 조종사인 루크 제인 대위로부터 B-2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백악관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실제로는 많이 자지 못한다고 한다. 2001년 10월 44시간 최장 비행 기록을 세웠던 당시 조종사 브라이언 닐은 “당시 젊었고 흥분됐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계속 서쪽으로 가는 동안 해가 떠 있어서 5시간도 못 잤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음식은 샌드위치. 또 조종석 뒤에 있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으로 핫도그와 칠리를 데운 ‘바머 독’을 즐기기도 한다. 긴 비행 동안에 간편하게 식사하기 위한 일종의 ‘전투 식량’이다. 미니 냉장고도 있다.

B-2 조종사들은 임무 수행 중에 기압ㆍ습도 조절이 완벽하지 않은 밀폐된 환경에서 인지력과 반응속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꾸준히 물을 마신다.

조종사들은 F-16, F‑22 같은 전투기를 몰던 때와 비교하면 “스포츠카를 몰다가 갑자기 대형 화물트럭을 모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한 조종사는 “몇 번 장시간 비행해보면 20시간 이하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폭격 마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잔디 깎으라더라”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를 폭격했던 B-2 조종사들은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에 “베오그라드에 폭탄을 투하한 다음 날 캔자스시티 로열스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일상이 신기하다”고 표현했다.

한 조종사는 30시간 넘게 비행하고 귀가하니 아내가 “아이들은 내가 데려올테니, 잔디를 깎아 놓으라”며 입을 맞췄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는 “내 집 욕실에서 옷을 입고 폭격하러 나간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 B-2 폭격기 조종사의 아내는 WSJ에 “남편이 폭격 임무를 마친 다음날 돌아와 함께 아들이 축구 경기에서 첫 골을 넣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동시에 이상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B-2 조종사 아내들은 과거에 남편이 걸프전에서 B-52 폭격기를 조종할 때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같은 먼 곳에 배치됐던 것보다 지금처럼 집에서 출격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한다. 늘 함께 지내고, 임무에 나선 남편이 위험 지역을 벗어나면 기지의 장교로부터 바로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한 조종사 아내는 “CNN을 시청하다가 남편이 그 순간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 불안해진다”며 “그럴 때면 ‘그가 너를 그의 깃털 아래에 감추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서 피하리로다(시편 91:4)’와 같은 시편을 암송한다”고 말했다.

22일(현지 시각) 이란 핵기지 공습을 마치고 귀환한 미 공군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주기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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