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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작 60%의 고농축 우라늄 최대 저장시설은 공격 안했다. 왜?

太兄 2025. 6. 14. 20:35

이스라엘, 정작 60%의 고농축 우라늄 최대 저장시설은 공격 안했다. 왜?

핵탄두 9~10개 제조 가능한 양…미 과학자들 "방사능 유출 우려했을 수도"
이란은 "미국과 협상 중인데 공격 없다"고 치명적 오판
이스라엘은 미ㆍ이란 1차 협상 시한 다음날 바로 공격
네타냐후 "지금 공격 않으면, 우리가 100% 죽는다"

입력 2025.06.14. 17:06업데이트 2025.06.14. 18:28
 

이스라엘은 13일 새벽과 오후 두 차례에 걸친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통해, 이란 전역에 산재한 15곳 이상의 목표물 100여 개를 타격했다. 14일 새벽에도 테헤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로 인해,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인 나탄즈의 핵연료 생산시설을 비롯한 주요 핵시설이 파괴됐고, 이란 군의 최고 지휘관들과 핵ㆍ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주요 과학자들이 제거됐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이 ‘파괴 확인’ 목록에는 정작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원료가 보관돼 있는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지하 핵연료 최대 저장시설은 빠졌다.

이란 기술자들이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20㎞ 떨어진 이스파한의 한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이란이 생산한 60%의 고농축 우라늄이 보관된 최대 저장시설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공군은 13,14일 두 차례 폭격에서 이 우라늄 저장시설은 파괴하지 않았다. 2005년 자료 사진/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13일 2차 공습에서 이스파한을 공격했으나, 이때도 고농축 우라늄가스(UF6)를 고체 금속 형태의 우라늄으로 환원해 핵무기 재료로 쓰는 실험실만 파괴했다. 이 시설은 실제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최종 단계의 시설이다. 이스라엘은 왜 핵무기 원료로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 저장시설은 타격에서 제외한 것일까.

한편, 이란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핵협상을 벌이는 동안에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하지 않으리라고 오판(誤判)했다. 그래서 미국과의 협상을 질질 끌면서, 곧 2차 협상이 재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이란에 핵 협상을 제안하면서 ‘마감 시한’을 못 박은 2개월(60일)이 끝나는 6월12일 다음날 전격적으로 이란 핵시설을 200여 대의 전투기와 드론으로 타격했다.

◇60% 고농축 우라늄 최대 저장시설, 의도적으로 피했나

이란의 고대 수도 이스파한 인근에 위치한 저장시설에는 현재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이 보관돼 있다. 추가로 90%까지 농축하면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이스파한의 60% 고농축 우라늄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며칠 또는 몇 주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이스파한에 저장된 우라늄으로 9~1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도 이곳은 타격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까지 이곳의 고농축 우라늄 저장시설을 확인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스파한과 부셰르의 농축우라늄 저장시설은 파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연료 저장시설을 피한 것은 수수께끼이지만, 안보 전문가와 과학자들은 이스라엘의 의도적인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가장 염려한 것은 방사능 유출 사고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현재 상태의 농축 우라늄 저장시설을 폭격한다고 해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핵연료가 대기 중에 퍼지면, 방사능 오염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스파한 시설 전체가 하나의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 2007년 북한의 지원으로 건설되던 시리아의 알-키버 원자로를 폭격할 때에도 핵 연료가 주입되기 전 단계에서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대신에 우라늄 농축 정도를 현재의 60%에서 90%로 끌어올린 대규모 원심분리기 시설이 위치한 나탄즈 시설을 파괴했다. 나탄즈 시설이 불능 상태에 빠지면, 이란이 90% 핵탄두급 우라늄 고농축을 할 수 없다.

13일 이스라엘 폭격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이란의 국영 24시간 뉴스 채널인 IRINN 뉴스 화면. 이란이 현재 60%까지 농축한 우라늄을 핵탄두 제조급인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대규모 원심분리기 시설이 위치한 곳이다./AFP 연합뉴스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란 측이 나탄즈의 지상 우라늄 농축시설이 파괴됐다고 전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이스라엘로서는 방사능 오염 사태를 우려하면서, 굳이 이스파한의 핵원료 저장시설을 파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이 다음 공격에서 이스파한을 노릴 가능성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13일 공격이 끝난 뒤 “더 큰 것, 더 잔인한 것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파괴된 나탄즈 시설의 대안(代案)으로, 60% 농축한 우라늄을 이란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포르도 산악기지의 소형 농축시설로 옮길 수 있다. 이 시설은 지하 800m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의 도움 없이,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수준으로는 파괴할 수 없다. 실제로 13일 1차 공격에서 이스라엘군은 이 포르도의 농축시설을 공격했으나, 파괴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이란에서 나왔다. 미국은 포르도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3만 파운드급의 벙커버스터 MOAB(모든 폭탄의 어머니)‘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 1000기 미사일 동시 발사해 반격하려 했지만

이란은 15일부터 오만에서 미국과의 핵협상 2차 라운드를 앞두고 있어서, 이스라엘이 기습 공격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에도, 이를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선전전(宣傳戰)으로 오판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13일 새벽 첫 공습을 시작했을 때에, “이란의 고위 군 지휘관들은 안가(安家)로 대피하지 않고 자택에 머물다가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아예 이란혁명수비대의 항공ㆍ우주 담당 사령관과 참모진은 지침을 어기고 테헤란의 한 군기지에서 회의를 하다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몰살당했다.

이스라엘은 사전에 미사일ㆍ드론 부품을 이란 내로 밀반입해서 전투기 폭격과 더불어 다면적인 공격을 벌였고, 이란 정보기관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애초 무려 1000기의 탄도 미사일으로 반격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압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미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 내부에 드론 기지를 수 곳에 설치하고 이란의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발사대 대부분을 파괴한 탓에, 결국 이란은 초기에 100기 정도의 미사일만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발사할 수 있었다.

모사드 특공대원들은 또 이란의 방공(防空) 기지 주변에 정밀 유도 미사일을 갖고 잡입해 파괴해,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란의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 공습에 “도대체 우리 방공망은 어디 있는가. 이스라엘이 마음대로 원하는 목표를 타격하고, 최고 지휘관들을 죽이는데 우리는 왜 아무것도 못 막는가”라고 분노 섞인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네타냐후 “완벽하지 못해도, 지금 공격 안 하면 100% 죽는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이란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이 유대 국가에 대한 ‘즉각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으로 발전했으며, 상황이 너무 시급해 미국의 지원 없이도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對)국민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100% 죽는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있은 뒤 “내가 이란에 60일을 줬는데, 오늘이 61일째다. 거의 합의에 도달했지만, 그들은 놓쳤다. 이번엔 진짜 협상이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은 이란에 당분간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되, 궁극적으로는 원심분리기와 같은 농축시설을 완전히 제거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란은 미국이 ‘평화적인’ 우라늄 농축을 막을 권리가 없다고 거부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보좌관 차키 하네그비는 채널12 방송에서, 이스라엘의 목표는 단지 이란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이 스스로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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