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잠수정·항모 기술… 해양 K방산 전시회, 30국 몰렸다
역대 최대 규모 '마덱스' 개막

28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막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5’ 행사장. HD현대중공업 부스에서 군복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해군 참모총장과 그 일행이 한참 이 회사 직원에게 무인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는 미래형 항공모함인 ‘무인 전력 모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잠시 뒤 군복 차림의 필리핀, 방글라데시, 페루 해군 고위 관계자들이 전시장 사방에서 줄줄이 들어왔다. 직원들은 각국 군인들을 각각 다른 쪽으로 데려가 수출형 구축함, 잠수정 등을 능숙하게 소개했다.
바로 맞은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 부스에도 군복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처음 공개한 전투용 무인 수상정에 대해 해외 군 관계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올해 14회를 맞은 마덱스는 14국 출신 200여 기업·기관이 참가해 부스 700여 개를 꾸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2023년(12국 150여 사, 565개 부스) 대비 참가 기업은 50여 개, 부스는 140여 개 늘어났다.

특히 30여 국에서 온 100명 넘는 군 관계자들이 “한국 방산 기술에 관심이 크다”며 행사장 곳곳을 누비면서 세계 각국의 ‘군복 전시장’ 같은 느낌마저 줬다. 이날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 전시회에 참석이 예정된 해외 해군 장성급만 20여 명. 이들 어깨 계급장 별(스타) 개수만 50개가 넘는다. 루이스 호세 플라르 피가리 페루 해군 참모총장은 “세계 최고인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을 이전받아 빨리 페루 해군의 현대화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례적인 열기에 방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행사가 그간 우리가 알던 행사가 맞나?”란 반응이 잇따랐다. 올해 행사는 나흘간 30국 출신 군 관계자를 비롯해 바이어 약 1만50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당선 직후부터 “한국의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존 필랜 미 해군부 장관이 지난 4월 직접 한국 조선소를 찾는 등 위상이 오른 여파란 얘기가 많았다.

◇방산도 무인(無人) 대세, 신기술 선보여
2년에 한 번 열리는 마덱스의 올해 주제는 ‘스마트 해군으로 나아가는 항해’였다. 핵심 키워드는 무인(無人)이다. 고령화 등으로 병력이 줄어드는 현실 앞에 선 세계 각국은 방산 분야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무인 기술을 통해 이 공백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국내 양강 기업인 한화, HD현대도 이번 행사에 이전보다 공을 들였다. 한화그룹의 방산 3사(한화에어로·한화오션·한화시스템)는 처음으로 통합 부스(총 468㎡ 규모)를 꾸리고 전투용 무인 잠수정 등을 전시했다. LIG넥스원은 무인 수상정 ‘해검-X’를 이 행사에서 처음 공개했다. 해검-X는 스텔스 기능은 강화하고 다기능레이더(MFR)를 탑재해 탐색 성능을 향상한 미래 무인 수상정 모델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이날 직접 전시장에서 각국 군 관계자들에게 회사 비전을 소개했다.
마덱스에 참가한 글로벌 방산 기업 스웨덴의 사브(SAAB)는 무인 기술을 적용한 잠수함용 어뢰 등을, 프랑스의 탈레스도 무인 함정 기술을 앞세웠다. 미국 방산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투자를 받은 유니콘 기업 ‘실드 AI’도 국내 파트너사를 통해 정찰용 무인 항공기를 전시했다.
◇“한국 기술 배우고 싶다”
최근 K방산이 적극 공략하고 있는 중동, 중남미, 동남아 국가에서 온 군 관계자들은 한국의 방산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는 그간 해군력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홍해 사태’로 해상 교통로가 위협받으면서 전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노후 해군력을 교체하는 데 관심이 많다.

고속상륙정을 앞세운 중견 조선사 HJ중공업은 아예 부스에 한국어, 영어와 함께 아랍어를 병기해놨다. HJ중공업 관계자는 “행사 전부터 다양한 독자 기술에 중동 쪽 문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곳곳에서 미국, 유럽 등의 방산 기업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공급이 빠른 K방산의 가성비와 미래 기술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UAE 관계자는 한 부스에서 “한국의 수출형 구축함에도 탄도요격 미사일이 탑재되는가” “수출 잠수함은 엔진 체계가 무엇인가” 등을 물었다. 이트나인 말레이시아 해군참모총장도 “한국과 먼저 협력하고 있는 페루처럼 우리도 자국 조선소에 기술을 이전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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