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유엔의 北대표... 탈북자에 "쓰레기", 中과는 인사도 안해

太兄 2025. 5. 21. 17:57

유엔의 北대표... 탈북자에 "쓰레기", 中과는 인사도 안해

북한인권결의안 통과후 20년 만에 첫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

입력 2025.05.21. 05:43업데이트 2025.05.21. 15:3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은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탈북자들을 향해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유엔

“북한 대표단은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동기로 우리 국가의 존엄성과 위신을 훼손하고 주권을 침탈하기 위해 소집된 이 회의를 강력히 규탄하고 거부한다.”

20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총회의장에서는 북한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유엔 총회는 북한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상황을 공개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조치를 담은 북한인권결의안을 매년 채택한다. 유엔 회원국들은 작년 11월 통과된 결의안에 “결의안만 만들 게 아니라 각국 고위급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내용을 처음으로 넣었다. 이에 따라 2005년 유엔총회에서 첫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뒤 20년 만에 이날 총회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유엔 회원국이자 이번 논의 당사자인 북한도 참석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회의가 시작된 지 35분이 지나서야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서 다섯 번째가 북한 지정석. /윤주헌 특파원

◇中과도 말 섞지 않은 北 대표부

이날 총회장에서 지켜보니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오전 10시 총회가 시작될 때 북한 대표부 정철 참사관은 총회장 가운뎃줄 앞에서 다섯 번째 자리인 지정석에 앉아 있었다. 오른쪽 옆 줄 앞자리에 중국 대표부가 자리했지만, 이들과 인사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인근에 앉는 나라끼리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곤 하지만 북한은 가장 가까이 앉은 체코와도 모른 척했다. 정 참사관은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관련총회 고위급회의에서 증언하는 탈북자 김은주, 강규리씨와 한보이스 션 정 대표.(왼쪽부터)./유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에 이어, 탈북자 김은주(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 위원)씨가 북한 실상에 대해 연설을 했다. 이 직후인 오전 10시 35분 북한 김성 대사가 회의장에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탈북자 강규리, 민간 인권 단체 ‘한보이스(HanVoice)’의 션 정 대표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비판을 할 때 김 대사는 정 참사관과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곧 발언할 자료를 정리했다.

주유엔 북한 대표부 정철 참사관이 김성 대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총회장을 나가고 있다. /윤주헌 특파원

◇탈북자들 향해 ‘쓰레기’ 원색 비난 후 떠나

이후 준비된 발언문을 가지고 마이크를 잡은 김 대사는 ‘말 폭탄’을 퍼부었다. 그는 “유엔 본부에서 이런 회의가 소집된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부모와 가족조차 돌보지 않는 지상의 쓰레기(scum of the earth) 같은 자들을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발언한 탈북자들을 대놓고 비난한 것이다. 이어 “이런 인권 단체들은 인권 노예 집단이며 오늘 회의는 이들이 비참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작된 허위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유엔 인권 재판대에 앉아야 할 진정한 범인은 ‘최악의 인종 차별 국가’ ‘인신매매의 왕국’ ‘자살의 천국’ ‘성 노예 범죄 국가’인 미국과 서방”이라고 했다. 김 대사가 4분간의 발언을 마치는 순간, 지정석에 앉아 있던 정 참사관도 벌떡 일어나더니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견을 하나도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한 채 떠난 것이다. 옆에 있던 한 외국 기자는 “북한이 국제적 왕따를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외교 관계자도 보였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표부 대사가 20일 북한 인권 관련 발언을 했다. /주유엔 한국 대표부

◇국제 왕따 北, 러·중만 옹호

한국은 북한 정권을 겨냥해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북한의 인권 침해는 너무 오랫동안 핵 위협에 가려져 왔지만 인권 침해야말로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면서 “북한은 많은 면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현실판”이라고 했다. 총회장에서 발언한 국가 중 북한을 옹호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러시아는 “일부 국가의 인권 상황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의안을 채택하는 관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제한된 자원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등 인권 보호에 대한 북한의 노력은 심각한 외부 도전에도 실천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도 북한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주어진 3분을 채우지 않았다. 중국은 “일부 국가들에게 인권 문제는 북한을 공격하고 비방하며 압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한 것에 대한 비판에 “중국은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입국한 개인들에 대해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적 고려를 결합한 원칙적 입장에 따라 일관되게 처리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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