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앞당겨진 '성장률 0%', 포퓰리즘의 결과

한국 경제가 현재의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성장률인 잠재 성장률이 2040년엔 0%로 추락하고, 2040년대 후반부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했다. KDI는 3년 전엔 성장률이 0%가 되는 시점을 2050년으로 예상했는데 10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 5% 안팎이었지만 20년 만에 2%로 반 토막이 난 데 이어, 계속 떨어져 15년 뒤엔 0%가 된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과도한 기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 고비용·저효율의 경제 구조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저출생·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구조 변화는 불가항력 요인이지만, 규제 개혁과 신산업 육성, 기업 활동 장려 등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5배인 미국의 잠재성장률(2.1%)이 한국보다 더 높은 것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디지털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KDI는 성장률 0% 추락을 막기 위해선 혁신 기업이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규제 개선을 통해 경쟁을 더 촉진하며, 임금 체계 개편과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해 생산성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낯익은 처방들이다. 하지만 기득권 이익집단의 저항과 표만 보고 기득권에 영합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발목 잡혀 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대폭 낮추면서 “이게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구조 조정도 하지 않고, 새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산업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장률 0% 사회’가 어떻게 될지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보면 안다. 우리보다 근대화가 100년 빨랐던 일본은 그동안 벌어 놓은 자산으로 버티지만,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어떻게 되겠나. 더 이상 포퓰리즘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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