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이용객 역대 최다인데… 면세점은 줄줄이 적자
위기에 빠진 면세 산업
작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인원은 3531만10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은 2019년의 7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외 관광객은 시내 화장품 가게, 할인점을 찾고, 한국인들은 해외에서 쇼핑을 하거나 체험을 하는 데 지갑을 열어 공항 이용객이 늘어도 공항 면세점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주요 면세점들은 작년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울상인 모습이다. 위약금을 물고 공항 면세 사업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11일 오후 국회에서는 위기에 빠진 면세 산업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까지 열렸다.

◇공항 이용자와 따로 가는 면세점
작년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과 공항 면세점 매출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9년 2조7958억원에 달했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작년 2조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 출국자 수는 정상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면세점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산업연구원 김숙경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인 보따리상이 감소했지만 면세점 매출 부진이 보따리상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쇼핑 관광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고 체험형 관광에 대한 선호가 증가해 면세점보다 저가·실속형 쇼핑 장소를 찾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들도 공항 등 국내 면세점보다 현지에서 쇼핑이나 체험에 돈을 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면세점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며 면세점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겹쳐 국내 면세점 대신 일본에서 쇼핑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매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긴급 수혈 필요하다는 면세업계
악재가 이어지며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는 주요 면세점 기업들은 작년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작년에 4년 만에 영업손실(-697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35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면세점도 28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면세점 기업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기업들은 지금의 임차료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지난 2023년 임차료 산출 방식을 바꿨다. 고정 임차료를 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공항 이용객과 면세점 매출이 정비례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방식이지만, 쇼핑 트렌드가 확 바뀌면서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와 신세계는 작년 매출의 39%에 달하는 5051억원을 임차료로 내야만 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100원어치를 팔면 39원을 임차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1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공항 면세점 임차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홍규선 동서울대 관광학부 교수는 해외 공항의 사례를 소개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입찰을 통해 입점한 대기업 사업자에 대해 임차료 15%를 감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지금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며 “면세 산업이 무너지면 궁극적으로 공항과 여객, 사회가 모두 손실을 보게 되며, 인천공항 서비스와 항공사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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