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수입하던 불소계 유체, 국산화 성공
이상구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연구진
반응속도 높이고 부산물 줄여

국내 연구진이 화학 산업의 필수 소재인 불소계 유체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이 물질은 반도체나 정밀 기기 제조에서 필수적이지만, 특정 해외 기업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이상구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기존의 불소계 유체를 만드는 방법에 특수한 불소계 전도성 첨가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소불화에테르(HFE)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불소계 유체는 전자제품, 반도체, 정밀 기기 등의 냉각제와 세정제로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하지만 기존의 ‘전 불소계 유체’는 탄소 배출량이 많아 환경 문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친환경 유체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친환경적이면서도 성능이 좋아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HFE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국내에서는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불소를 원료에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해 HFE를 생산하는 방법을 완성했다. 일반적으로 HFE를 만들기 위해서는 탄화수소 원료의 수소를 불소로 바꾸는 불소화 반응을 통해 ‘중간체’라는 물질로 만든 뒤, 추가적인 화학 반응을 거쳐 HFE를 생산한다. 기존 방식에서는 중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응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성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전도성 불소계 첨가제를 추가해 반응 속도를 높이고 부산물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전기화학 반응이 원활한 니켈 전극판이 장착된 반응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반응기를 활용한 결과, 불소화 반응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확인했으며, 시운전과 정밀 점검을 거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기화학 불소화 장치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또 기존 기술에서는 원료의 약 50%만 최종 제품으로 변환됐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전환율이 62~66%까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기업 퓨어만에 기술 이전됐으며, 현재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상구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글로벌 기업에 의존도가 높은 불소 화학 핵심 소재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 자립을 앞당기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소재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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