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선관위 간부가 정치권 소통용 '세컨드폰', 공정성 어떻게 믿겠나

太兄 2025. 3. 4. 18:04

선관위 간부가 정치권 소통용 '세컨드폰', 공정성 어떻게 믿겠나

조선일보
입력 2025.03.04. 00:22업데이트 2025.03.04. 17:25
 
지난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뉴스1

중앙선관위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재임 시절 선관위 명의의 ‘세컨드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연락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퇴임 후에도 1년 8개월 더 이 폰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 폰을 확보했을 때는 ‘공장 초기화’ 등을 통해 데이터를 삭제해 포렌식을 통해서도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폰으로 언제 누구와 통화했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선관위 고위 간부가 정치인 연락용으로 별도의 폰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이 폰을 포렌식으로도 데이터를 복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면 더더욱 떳떳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사무총장이 특정 정치인과 몰래 소통하며 불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나.

그렇지 않아도 선관위는 놀라운 채용 비리, 취약한 보안, 부실한 선거 관리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의 채용 비리 실태를 보면, 10년간 진행한 경력직 채용 291차례에서 규정 위반이 878건이나 있었다. 위반을 하지 않은 채용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채용 비리 제보나 신고가 들어오면 “우리는 가족 회사” “친인척 채용 전통이 있다”는 이유로 묵살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정도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조직 중 이런 조직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 해킹 공격을 받아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대선 때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등 부실하게 관리하기도 했다.

이제 감시 사각지대에서 정치적 중립마저 의심받는 선관위를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대대적인 선관위 개혁이 필요하고 선관위를 국민 감시의 영역에 놓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선은 선관위 특별감사관 도입이나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선관위 부패 실태를 명확히 드러내고 추가 논의를 통해 선관위를 국민이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