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이진숙의 174일..."민주당·민노총·MBC 對 나의 싸움이었다"

太兄 2025. 3. 2. 20:14

이진숙의 174일..."민주당·민노총·MBC 對 나의 싸움이었다"

[월간조선]
174일 만에 업무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입력 2025.03.02. 09:03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의 탄핵 소추를 기각한 1월23일에 이 위원장은 곧장 방통위로 출근했다.

-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174일이 걸렸네요. 헌재가 당연히 기각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언제 기각하느냐’의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진숙 개인에 대한 판결이지만, 앞서 사퇴한 이동관(李東官), 김홍일(金洪一) 전(前) 위원장에 대한 판결이기도 하겠지요.

“몇몇은 제가 이틀 만에 탄핵을 당했지만 ‘대의(大義)를 위해서 이제라도 사퇴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제 뜻은 처음부터 확고했습니다. 제가 물러난다면 국회는 자신들이 임명해야 하는 3명의 방통위원을 계속 임명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은 자신 몫의 한 명을 임명하면서 줄다리기를 할 겁니다. 민주당이 위법(違法)이라고 주장하는 ‘방통위 2인 체제의 정당성’은 반드시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헌재의 결정이 났으니 이 문제는 더는 논란이 되지 않겠지요.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회의는 2명 이상의 위원들이 개최할 수 있고, 위원장 단독으로 소집할 수 있습니다. 헌재에서 ‘왜 의사 정족수를 정하지 않고 의결 정족수만 정해놨느냐’고 묻던데 제가 모든 과정을 겪어보니 나름 이유가 있다고 보였습니다. 법안, 개정안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데 국회에서 이처럼 어깃장을 놓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때에도 위원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의결 정족수만 정해놓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법을 모르고 탄핵을 추진했을까요?

“민주당에서 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저의 행동이 위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를 탄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방통위의 일시적 마비였겠죠.”

-헌재 결과가 6개월 이내에 날 텐데 고작 그 시간을 공석(空席)을 만들고자 했을까요?

“아니죠, 고작 6개월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MBC를 지킬 수 있다면 단 하루가 중요합니다. MBC를 위해 벌어줘야 할 시간, 6개월은 정말 긴 시간이죠. 저는 MBC의 차기 사장에 누가 선임될지 모릅니다. 제 업무는 MBC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입니다. 방문진 이사는 임기가 지난해 8월에 만료되는데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방문진 이사진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습니다. 퇴직을 앞둔 사람을 대신할 만한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느닷없이 퇴직자가 ‘나는 일을 더 하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요?”

‘4 대 4’ 듣는 순간 ‘세상의 이런 일이’라고 생각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헌재 재판은 준비서면 제출 두 번, 변론 세 번, 최종 결정 순(順)이었다. 준비서면에는 이 위원장의 변호인만 참석했고, 변론 세 번은 그가 모두 헌재에 나갔다. 공교롭게도 그의 2차 변론 기일은 12월3일(이날 밤에 12ㆍ3 계엄이 있었다), 3차 변론기일은 1월15일(윤석열 대통령 체포일)이었다.

“두 번째 변론 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전이었고, 마지막 변론 기일은 그 후여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언론에서 헌재 재판관들의 배경, 성향, 과거 행적 등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에 작심 발언했습니다.”​

-3차 변론을 위해 헌재에 갔을 때 분위기가 다르던가요?

“제 사건은 처음부터 민주당, 민노총, MBC 대(對) 이진숙의 싸움이었습니다. 민노총은 머릿수가 있고, MBC는 여론은 만들고, 민주당은 입법부 아닙니까. 보통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워낙 진영이 나뉘어 있다 보니 헌재가 객관적으로 심판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헌재가 결정 내리는 1월23일에 어떤 마음으로 갔나요?

“법리로만 따지면 6 대 2 정도로 기각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찬성 대 반대가 4 대 4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습니까.

“우스갯소리로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라고 하잖아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MBC는 민주당 브로드캐스팅 코퍼레이션인가’

-민주당은 탄핵이 기각된 당일부터 재탄핵 얘기를 했습니다.

“‘또다시 MBC에 손을 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건가요? 분명히 밝히지만, MBC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임기가 끝난 방문진 이사를 새로 선임했을 뿐입니다. 제가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일 때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저에 대한 청문회를 계속했습니다. 제가 ‘MBC는 민주당 브로브캐스팅코퍼레이션(Broadcasting Corporation)이냐, 민노총 브로드캐스딩 코퍼레이션이냐’고 했는데 재탄핵 얘기를 듣자마자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났습니다.”

- 지난달에 이상휘(李尙徽) 과방위원을 만났더니 ‘MBC는 민주당의 선전, 선동기구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MBC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에 대해서 박근혜씨,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합니다. 국군의 날 행사 방송은 안 하고, 북한의 열병식에서는 각종 신무기가 소개됐다며 방송합니다. 그게 공영 방송입니까? 자신들은 공정 방송이라고 주장하는데 누가 봐도 공정하지가 않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 나간 기자가 마구 흥분하면서 방송을 합니다. 이게 맞는 겁니까?”

이진숙 위원장의 얘기가 이어졌다.

“기자들은 어떤 사건을 접해도 의도적으로 거리를 떨어뜨려 놓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으로, 냉철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기자가 플레이어가 되어 막 흥분하면서 방송을 하고, 그것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이 공정 방송입니까? 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방송 보도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공영방송이 버젓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사건은 헌재에서 재판 중이고 심지어 내란 혐의가 빠져 있습니다. ‘12ㆍ3 계엄’이지 ‘12ㆍ3 내란’이 아닙니다.”

-직무 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방송에 대해 경고를 했을 겁니까.

“그건 방통위원장의 영역이 아닙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가 들어오면 심의할 뿐입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공수처에서 체포하러 오더라도 끝까지 대통령 경호 업무를 담당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정확한 워딩입니다. 그런데 ‘강경파 김성훈’이라고 버젓이 내보냅니다.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왜 강경파로 둔갑합니까?”

-그런 프레임에 많이 당해보셔서 잘 아시지요?

“저더러 극우라고 칭합니다. 자기들과 뜻이 다르다고 극우랍니다. 선전, 선동에 강한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세게,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얘기해라’입니다. 동대구역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극우, 일타강사 전한길씨도 극우, 저도 극우, 민주당은 뭐든 ‘극우 프레임’을 씌웁니다. 요즘 집회가 한창 열리기에 그 부분을 짚어보자면, 정확하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집회, 반대 집회가 맞습니다. 그런데 좌파들은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집회’라고 하고, 탄핵 찬성 집회는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만든 집회’라고 합니다. 얼핏 들어도 보수단체와 시민단체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는 ‘주최 측 추산’ 몇 명이라고 하고,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는 ‘경찰 추산’ 몇 명입니다. 교묘하게 말을 바꿔서 시청자들을, 또 국민을 조정합니다.”

지상파 재허가 심사 최우선 과제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12개 방송사, 146개 방송국이 걸린 중대한 사안인데요.

“조만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달에는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예정입니다.”

-평생 미디어 안에, 또는 관련 업무를 하다가 좀 떨어져서 미디어를 바라보니 어쩌시던가요.

“우리 국민이 몰라도 될 것들을 너무 많이 알도록 하더군요. 왜 일반인이 헌재 재판관 이름을 다 알아야 합니까. ‘문형배 재판관은 이재명(李在明) 대표 부인에게 마나님 잘 계시죠라고 하더라’, ‘정정미 재판관은 과거 대한민국 주적(主敵)을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 등 이런 것들을 왜 일일이 알아야 하죠?.”

-재판관도 사람인데 성향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 누구를 떠나 재판만큼은 공정할 것이라는 기초적인 믿음이 사라진 걸까요?

“못 믿겠다는 거죠. 언론이 얼마나 신뢰성을 담보합니까. ‘방송에서 봤다’고 하면 믿음이 갔던 세상인데 이제는 일반인들이 이것을 믿지 않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레거시 미디어(전통 미디어)들은 상당히 반성을 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행태는 ‘나는 당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비극이죠. 하지만 제 생각은 확고합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판단은 법정에서 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섣부르게 예단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있어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이 권한을 준 대한민국의 CEO입니다. CEO가 가진 최고의 권한은 인사권과 예산권 아닙니까. 그동안의 민주당 행태들은 이 둘을 모두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저 하나를 탄핵했다면 이런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이상민(李祥敏)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朴性載) 법무부 장관, 이창수(李昌洙) 중앙지검장,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 최재해(崔載海) 감사원장에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까지 탄핵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전면 무력화시키는 행동이었습니다. 무려 스물 아홉번의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의 특활비를 0원으로 만들고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민주당의 행태는 ‘나는 당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 다수당인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월급이나 받고 있어라’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사상 초유의 청문회 3일은 이렇게 열렸다

이진숙 위원장이 말한 바로는 사상 초유의 그에 대한 과방위의 ‘3일 청문회’는 이렇게 결정됐다고 한다. 과방위는 여당의원 7명, 야당 의원 13명으로 이뤄져 있다. 애초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는 이틀로 예정돼 있었다. 청문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민주당)이 입을 열었다.

“노종면 위원님께서 제안하신 것에 따라 안건을 하나 올리겠습니다. 인사청문회를 내일까지 실시하기 위해 인사청문회 실시계획 변경의 안을 추가 상정합니다. 인사 청문회를 2일간에서 3일간으로 변경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최 의원 말이 끝나자 신성범 의원(국민의힘)이 말을 받았다.

“청문회를 할 만큼 했는데 왜 연장해야 합니까. 이의가 대단히 많습니다.”

최민희 의원은 말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의가 있으므로 표결에 부치겠습니다. 표결합니다.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변경의 건에 찬성하는 위원님들께서 거수해주세요. 네, 열한 분,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쾅쾅쾅.”

이진숙 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민주당의 행태에 말로 다수를 앞세운 횡포, 독재 아닙니까? 그냥 머릿수가 많다는 것을 앞세워서 모든 것을 밀어붙입니다.”

-만일 조기 대선이 치러져서 야당이 집권할 경우에 임기가 남아있지만 상당한 압박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요.

“제 머릿속에 조기 대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