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최재형 前감사원장 "헌재, 野 탄핵 난동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太兄 2025. 3. 2. 20:12

최재형 前감사원장 "헌재, 野 탄핵 난동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주간조선]

이황희 기자
입력 2025.03.02. 05:30업데이트 2025.03.02. 10:10
photo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보수 진영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인물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꼽힌다. 그는 약 30년간 판사생활을 한 후 문재인 정부 시절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윤 검찰총장과 최 감사원장 두 사람은 각각 주요 사정기관의 수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실책과 부패를 밝히는 걸 주저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후 2022년 3월 정치 1번지 서울시 종로구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지만 작년 총선서는 낙선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변론이 있던 날, 최 전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에 반대하는 고등학교 동문으로부터 받은 문자에 자신이 한 답변’이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최 전 원장은 이를 통해 “대통령의 구국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군 병력을 국회에 진입시키고, 국회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것만으로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입법과 사법, 행정을 두루 거친 그의 글은 파장이 컸다. 주간조선은 지난 2월 27일 최 전 원장을 만나 글을 쓴 이유와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를 만나기 바로 전 헌재에서는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 임명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가 됐다.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결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탄핵심판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관한 우려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불안정 상태를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한 헌재의 처리에 대해서는 수긍할 면이 있다. 하지만 탄핵 심판이라는 헌재의 결정은 단심이고 불복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그 결정에 담긴 내용의 중대성 등으로 봤을 때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권위라는 것은 ‘단심으로 불복할 수 없다’라는 법 체계상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탄핵 심판 절차와 진행 상황을 보면 일부 정치 세력의 지지는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탄핵 심판의 쟁점을 정리할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계엄 선포 행위 △포고령 발표한 행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중앙선관위 조사 등을 쟁점으로 심리하겠다고 했는데, 쟁점을 그렇게 정리하는 건 굉장히 민감한 것이다. 여기에 내란죄는 빠져 있다. 내란죄 심리는 안 하고 이것만 가지고 인용하겠다라고 읽힐 수 있다. 재판을 많이 해본 사람은 금방 안다. 이건 빨리 진행하겠다는 재판소의 의중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이 인용될 거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헌법과 법률에 일단 문제가 되는 게 비상계엄이다. 1987년도 헌법에서는 비상계엄 요건에 관해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 계엄이 과연 헌법과 법률의 정해진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물론 그에 준하는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폭넓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계엄 외에) 여러 가지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회에 대해서는 비상계엄이라 하더라도 국회의 권한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는 할 수가 없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그날 밤 국회에 병력이 투입됐다는 뉴스를 보고 ‘아, 이거는 안 된다. 이러면 소위 말한 위헌 위법의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명백한 국가 법률 위반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가 없다.”

최 전 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헌재에서 인용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야당의 그간 행태에 대해 기존 정치인들보다 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헌재 측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이번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인용을 원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쪽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다만 비상계엄 이후로 대통령이 얘기했던 민주당의 탄핵 남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탄핵 남발이라는 것도 좀 고상한 표현이다. 거의 탄핵 난동이다. 헌재가 이런 내용들을 다 얘기해줘야 한다.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은 기각 결정을 했지만, 탄핵 소추가 돼서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서부터 감사원장, 서울지검 검사장, 수사 검사들이 줄줄이 있다. 또 국가의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예산들도(야당이 삭감했다). 이런 것들이 과연 국정에 어떠한 부담을 주고 국정을 어떻게 혼란시켰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냥 ‘비상계엄하면 안 된다’는 단순 논리로 판결문이 구성된다면 국민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마은혁 재판관 임명 권한쟁의 청구가 인용됐다. 최상목 대행이 임명하는 것이 맞나.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임명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먼저 판단을 해줬어야 한다. 이게 만약 적법하지 않다고 하면 최 권한대행은 임명 자격이 없다. 최 권한대행이 재판관의 임명을 요구받았을 때 임명을 일단 보류하고 자신의 자격 여부에 대해 먼저 판단해 달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 만일 권한대행으로서 권한이 있다면 임명하는 게 맞다고 본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는 9인으로 구성되게 헌법에 명시돼 있다.”

- 헌재에서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감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내렸다. 전직 감사원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법률 규정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양 기관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회계감사는 무조건 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직무감찰 부분이 문제일 것이다.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투표지 분류기에 대한 감사 청구가 들어와서 일부를 수거해 전수조사를 했다. 기기를 분해해서 조사한 결과 무선랜카드 등 외부에서 해킹할 수 있는 장치의 탁찰 흔적은 없었다. 당시 (실무자들은)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는데 나는 회계감사 차원에서 감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외 외부 통신 장치 등의 유무 여부도 확인했지만 그런 흔적 역시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심하는 분들이 아직 많다.”

- 부정선거론이 퍼져 국가적 갈등 요인이 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대통령께서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했는데, 최후변론에서는 거의 언급을 안 하고 톤을 바꿨다. 대통령께서도 부정선거에 관해서는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런데도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안타까운 점은 이와 관련된 내용이 대법원 판결에 다 나와 있는데 국민들에게 이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선관위가 안 한다는 것이다.”

- 사법부 불신이 심각해졌는데, 신뢰 회복 방법 무엇이라 보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인사를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편중되게 했다는 점이다. 법원의 중요한 재판을 맡는 포스트 또는 대법관이나 헌재의 재판관들은 다양한 구성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편향돼서는 안 된다. 이걸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인사의 편향성을 제거하고 공평한 인사를 해야 한다. 판사 개개인도 법정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사실 이재명 대표의 재판이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재판을 좀 서둘러서 결정을 내려주시는 게 좋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재판 지연으로 인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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