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동결 유도 안 통했다...재정난 대학들 69%가 등록금 인상

太兄 2025. 2. 21. 16:23

동결 유도 안 통했다...재정난 대학들 69%가 등록금 인상

올해 사립대는 79.5%가 올려

입력 2025.02.21. 14:49업데이트 2025.02.21. 16:21
지난달 11일 서울 소재의 한 대학가 게시판에 원룸 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전국 4년제 일반 대학 3곳 중 2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17년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더는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국 대학 190곳 중 131곳(68.9%)이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사립대 151곳 중 120곳(79.5%), 국공립대 39곳 중 11곳(28.2%)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사립대 가운데 지역별로는 수도권 64곳 중 58곳(90.6%)이, 비수도권 87곳 중 62곳(71.3%)이 각각 등록금을 올렸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190곳 중 53곳(27.9%)뿐이었으며, 나머지 6곳은 미정이었다.

등록금 인상률은 대부분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4~4.99% 수준에서 등록금을 올린 대학이 57곳으로 가장 많았다. 5~5.49% 수준에서 등록금을 올린 대학도 54곳이나 됐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들은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법정 인상 상한은 1.2%에 불과했지만,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 법정 인상 상한은 5.49%가 됐다.

정부는 2009년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하고, 2012년부터는 등록금 인상 대학을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해왔다. 이번에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내외 경기 동향, 학생·학부모 부담, 엄중한 시국 상황을 숙고해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서한을 각 대학에 보내 등록금 동결을 압박했다.

그런데 올해는 대학들 사이에 ‘불이익을 받더라도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대학들이 시설 노후와 교수 채용 어려움 등 재정난으로 인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등록금을 4.85% 인상한 서강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동결로 대학 시설 수준이 초·중·고 수준보다 못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국 교대 중 처음으로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부산교대도 “현저히 낮은 등록금에 교육의 질을 올리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자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