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불법 탄핵" "내란 세력" 반탄·찬탄 집회에 아수라장된 서울대

太兄 2025. 2. 17. 17:53

"불법 탄핵" "내란 세력" 반탄·찬탄 집회에 아수라장된 서울대

극심한 소음에 학생 불편

입력 2025.02.17. 14:07업데이트 2025.02.17. 17:00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학생 등이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연이어 서울대 본부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나연 기자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집회를 벌이며 점심 시간 대학 본부 일대가 큰 혼선을 빚었다. 집회 초반엔 찬성과 반대를 합쳐서 100명 안 되는 인원이 집회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나며 200여명으로 규모가 불어나고 공장 소음 기준에 맞먹는 90dB까지 확성기 소리가 울려펴지며 일대를 지나던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당초 이날은 오전 11시 30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탄핵 반대 서울대생들의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막고자 탄핵 찬성 학생들이 1시간 앞서 아크로폴리스 광장 앞에서 맞불 집회를 신고했고 양측이 같은 공간에서 집회를 진행하게 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계단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서울대 공동행동’ 30여명이 모여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쿠데타 옹호 웬말이냐 민주주의 지켜내자’ ‘윤석열 즉각 퇴진 열사정신 계승하자’ 손팻말을 들고 “내란세력 물러가라”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학생들(오른쪽)이 탄핵 찬성 집회를, 보수단체 회원들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소속 학생들(왼쪽)이 탄핵 반대 집회를 각각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 11시 30분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학생 등 50여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시작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입법독재’, ‘stop the steal’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거나 성조기 혹은 태극기를 들며 “불법 탄핵 각하하라”라고 했다. 이들은 “탄핵무효, 완전부결” 구호를 외치며 각각 이승만, 박정희, 이순신이 그려진 전단지를 가져와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반대 측은 “민주당은 계엄령에 내란죄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이 자리에 나왔다”며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도 했다.

탄핵 찬성 측은 “우리는 저들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며 “이곳 아크로폴리스는 민주화의 성지”라고 했다. 또 “윤석열은 형법 90조에 따라 내란죄로 잡혀갈 것”이라고도 했다.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이 주최한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서 소속 학생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탄핵 반대 세력과 찬성 세력은 마주보고 “빨갱이 꺼져라”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 구호를 확성기를 통해 주고받았다. 상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탄핵 찬성 측에서 확성기로 불교 경전을 틀거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트는 등 반대 측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참가자 몇몇이 멱살을 잡으려는 듯 시비가 붙자 경찰과 서울대 관계자들이 이를 말리고 급히 주차 금지 표지에 진입금지 테이프 붙여 양측을 분리했다.

양측 집회 인원은 계속 늘어나 12시 30분쯤 탄핵 반대 측은 200여명으로, 찬성 측은 50여명으로 불어났다. 오전 11시 45쯤에는 양측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했다가 12시쯤 복귀하기도 했다. 아직 양측 집회로 인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시쯤이 되자 탄핵 반대 측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두려웠지만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어 “전국에 있는 대학생과 2030 여러분, 자유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라며 애국가를 부른 뒤 해산했다. 이후에도 일부 우파 유튜버들과 탄핵 찬성 측은 여전히 남아 일부 대치했다.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리면서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날 집회 평균 소음은 69dB 정도였고 최고 소음은 88dB까지 올라갈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90dB은 소음이 심한 공장에서 나는 소음 정도로 직업성 난청까지 올 수 있다.

인근을 지나던 서울대생들은 느닷없는 집회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대 사범대 신입생 조모(19)씨는 “오늘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이라 학교에 왔는데 스피커 소리에 깜짝 놀랐다”며 “얼핏 봐서 대학생보다 외부인이 많아 보이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남의 대학까지 와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A(39)씨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상황을 알지만 서울대에 5년간 있으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이 모든 상황이 빨리 평화롭게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회과학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홍모(27)씨는 중앙도서관 앞을 나오다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홍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헤드폰을 껴도 외부 소음이 들린다”며 “공부 장소를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내가 아는 한 대학가에서는 탄핵과 관련해 의견이 분열되는 조짐이 없다”며 “(탄핵 반대라는) 소수의 의견이 학내 전체의 의견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서울대 구성원이 신고한 집회를 강제력을 발휘해 해산시킬 방법이 없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학생 불편을 줄일 방책을 찾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찬반 집회는 충돌 없이 끝났다. 경찰은 충돌을 막기 위...
 
지난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렸다. 일부 충돌도 발생했다. 최근 대학가가 탄핵 찬반으로 갈라지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