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 결의 20년 연속 채택, 지금도 죽는 北 병사들
17일 유엔총회에서 북한 정권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통과됐다. 2005년 첫 결의 이후 20년 연속으로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된 것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올해 결의안에서도 “북한이 자국민의 복지보다 불법적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하는 것”을 규탄했다. 올해 초부터 북한이 추진해 온 반통일(反統一) 정책과 관련해 “이산가족을 포함한 인권 상황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는 표현도 새로 들어갔다.
이 결의안이 채택되던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날 미군 당국자는 파병된 북한군 수백 명이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 중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 한 병사는 “북한 병사들은 드론이 폭격하는 곳에 좀비처럼 다가왔다. 쉬운 표적이었다”고 말했다. 총알받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언론이 공개한 북한군 부상병들의 영상을 보면 가여울 뿐이다. 이런 젊은이들이 1만여 명이나 이역만리의 전장에 끌려가 있다. 왜 싸우는지, 무엇 때문에 죽는지도 모르는 채 얼어붙은 주검이 되고 있다. 그들의 목숨을 대가로 김정은은 러시아에서 돈과 무기, 군사기술을 넘겨받는다. 김정은과 푸틴, 두 독재자의 탐욕을 위해 너무 참담한 일들이 저질러지고 있다.
20년간 유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김씨 일가의 압제를 멈추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결의안이 중요한 것은 북한 사람들이 어떤 고통 속에 살고 있으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세계가 다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는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현대사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반인도 범죄”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최고위층”에 그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거나, 임시로 특별 국제재판소를 만들어서라도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언젠가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내년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에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비극도 기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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